여행_편지/인도

Dear.36_맥간에서 할 일

죠죠디 2025. 2. 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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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옮겼어.


옴도 충분히 좋았는데 여기, 여승분들이 관리하는 숙소가 있어. 위치가 여기서 매번 가는 식당, 카페 가까이에 있고 1층에 공용공간과 각 층별 확실한 보안이 맘에 무척 들었어.

게다가 방 분위기가 따뜻했지.




 
가만히 앉아 보이는 창밖풍경이 익숙하기도, 익숙하지 않기도 해서 좀 오래 봤나 봐.

티비가 없어도, 딱히 흥미로운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이렇게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환경이 바뀌고 나서 알게 된다.
그래서 식사에 더 집중하는 걸까?
 
한 끼도 뛰어넘을 수 없지.
 

 

피스카페 볶음밥 기버터로 볶아서 아주 그냥 감칠맛 팡팡

 
피스카페에 유명한 매운 모모수프... 그러니까 매콤만둣국을 먹으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어쩐지 갈 때마다 입맛이 그 입맛이 아니라 매번 다른 걸 시켜서 먹는다.
그치만 다급하진 않아.

시간이 있으니 언젠간 먹을 수 있겠지. 뭐.
 

 
해가 바짝 나타난 오후에 산책은 선택 아닌 필수라고 생각해.
 
작은 동네니 무리할 필요도 없고 설렁설렁 걷다 보면 금세 반대편에 도착해. 그러면 작은 화장실 의자에 쪼그려 앉은 사람들이 와글와글 한 파란색 천막으로 슬쩍 들어가 '량피'라고 부르는 짭조름 쫄깃 매콤한 국수를 한 접시 간식으로 먹어.
 
량피를 파는 곳이 여기저기 있는데 나는 여기 파란색 천막에서 파는 량피가 제일 맛있더라구. 그래서 한 그릇을 다 먹고 한 그릇은 포장했어. 이따 맛있게 먹어야지.
 

 
날이 추워 그런가 허기가 금방 져...?

북쪽이라 6월인데도 덥지 않아서 늘 따뜻한 차만 마시중, '버터티'라는 게 있어서 먹어봤는데 한 대접에 나와 놀라고 맛이 약간 짭조름한... 뭐라 그래야 해?
 
횽, 혹시 어릴 때 자판기에서 파는 스프먹어본 적 있어? 그 스프에 물 좀 많이 탄 맛. 
딱 그거.(개인적으로 난 호불호에 호! 였어)

한 대접에 나오는 사이즈마저 맘에 쏙 들죠.

 
해가지기 전, 버터티를 다 마시고 오늘 마지막 산책을 했어.
 

 
마을 초입까지 걸어간 김에 근처에 있는 여행사에서 마날리 가는 버스티켓을 구입했어. 

맥간에 오기 전에는 오래 있을 생각이었지만, 내가 좋아한 맥간은 오늘의 맥간이 아니라 큰 고민 없이 내일모레 출발하는 티켓을 살 수 있었다. 사고 나니 떠나는 날을 기다리게 되는 걸 보면 정말 이번 맥간엔 마음 하나 두지 않았나 봐. 
 
다음번엔 다시 마음을 두고 올 수 있으면 좋겠어.
 


 


 
느즈막히 일어나 숙소 앞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어.
민트티에 민트잎을 그대로 넣어주고는 혹시 모자를까 티백까지 주는 넉넉함이라니?
인도에서 이런 후함 쉽게 경험할 수 없으니 꼬옥 민트티를 마셔보자.
 

민트티 너무 내 취향. 민트잎을 저렇게 넣어주는데 티백이 왜 필요하겠어.

 
그리고 곧바로 찾아간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 시켰더니 핫잔 뜨거운 커피를 담아주고는 얼음을 동동 띄워 줬어.
얼음이 다 녹으면 또 말하라 덧붙인 직원 말에 염치를 불구하고 반 잔정도 마시고 얼음을 한 번 더 추가했지.
 

 
 
커피만 얼른 마시고 일어나려 했는데 갑자기 우다다다 쏟아지는 비에 다시 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시켰어. 
비가 세상에나 이렇게까지 쏟아진다고? 할 정도로 무겁고 매섭게 쏟아지는 통에 카페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비를 구경했지. 
 
저 빗 속에 우산을 들고나간다 해도 금방 우산이 부서지고, 멍이 들겠다 싶은 굵기였어.
절대 못 나가...
 

 
20분 정도 내린 어마어마한 스콜에 홀딱 젖은 작은 마을은 그 20분 이후, 금세 말랐어. 
자연은 정말 신기하단 말이지?
이러다 물에 쓸려 내려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오히려 금방 이전 모습을 되찾다니 말야. 해가 쨍하게 난 것도 아니었는데 말야.
 

 
그래서 박수나트에 갔어.


길은 좀 질척거릴 수는 있어도 비가 왔으니 폭포가 더 잘 보일 거였거든.
아주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흐린 기억에 의존해 불안해하면 걸었어. 도착은 잘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어야 했고 입구 근처에 우후죽순 생긴 건물과 박수나트까지 가는 정돈된 길에 어? 엥? 하며 놀란 탄식을 내뱉으며 걸었어.
 
거기다 친구에게 박수나트까지 가는 길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막상 가보니 세상 정리된 길이라 이거 뭐, 겁만 잔뜩 먹인 거짓말쟁이가 됐잖아?
 

 
박수나트까지 갔지만 거기서 찍은 사진은 없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떨어지는 폭포는 고사하고 사람 없는 빈 공간은 찾을 수 없었거든. 
 
그치만 말야.
여전히 박수나트는 인도인들에게 유명한 관광지고 발을 담근 물은 여전히 짜릿할 정도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어.


가길 잘했지.
 

 
다시 마을로 돌아와 피스카페에서 저녁을 먹었어.

이날 처음으로 원래 먹고자 했던 매운 모모 스프를 먹었는데 이제 앞으로 남은 날 내내 이 메뉴를 먹어보려 해. 
이걸 왜... 왜 안 먹고 싶었지? 왜 이 입맛이 아니었나...? 
 
맛있... 고 맛있었다. 그리고, 오늘 산행을 열심히 했으니 보상으로 초콜릿케이크를 먹으며 달콤하게 하루를 마감합니다.
 

 
 


맥간을 떠나는 날이야.
 
체크아웃시간을 다 채워 방에서 있다가 바로 피스카페에 가서 매운모모슾과 볶음밥을 먹었지.
이 맛을 두고 어떻게 간담...
 



 
버스타는 시간까지는 많이 남아서 슈퍼에 들러 버스에서 먹을 간식과 물을 사고 어제 초코케이크를 먹은 카페에 자리를 잡았어. 


이동하는 날은 여유 있게 그 근처에 머무는 게 마음도 편하고, 덜 움직이게 되니 매번 그렇게 되는 거 같아.
카페에서 커피대신 식사를 하고도 모자란 탓에 카페 앞에서 파는 모모를 사서 들어와 더 먹고 나니 버스를 탈 시간이 다 됐어.
 

혼자서 기다렸다면 지루해하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앞날을 걱정하느라 피곤해했을 텐데 친구덕에 그런 불필요한 상황에선 벗어날 수 있었어. 둘이라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일찍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맨 앞자리를 사수했어.

오늘 가장 큰 일을 해냈다.
자, 이제 마날리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일만 남았어. 
 

 
 
마날리는 맥간보다 더 북쪽이라 지금보다 더 선선할 거야.
미리 패딩도 꺼내놓는 준비를 해. 이제 곧 버스는 출발할 거야.
 
마날리에 도착해 다시 편지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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