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_편지/모로코7 모로코07_메르주가, 페즈 그리고 안녕 사막에서 돌아온 아침, 낙타만 탔을 뿐인데 배가 고파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었어. 투어 멤버들과 사진을 주고받고 피곤함에 방으로 다들 흩어졌나 봐. 바로 침대 위로 쓰러지고 싶었지만 사막 한복판 모래바람에 치인 몸과 옷을 못 본 척할 수 없었지. 사막에서는 한없이 게으름 피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자유와 제한에 나도 시간도 풀어지는 것 같아. 깨서 먹고 잠드는 하루, 그 사이사이 대부분의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막의 모래와 밤하늘 별을 보는 것뿐이었어. 그마저도 바람이 불지 않을 때만 가능했지. 여긴, 애초부터 선택사항이 없는 곳이니까. 그게 세상 편할 수가 없더라. 이런 단순함에 몇 일을 생각하고 왔다 몇 주, 몇 달을 있게 되나 봐. 사막에서 돌아왔던 그 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밖.. 2024. 11. 10. 모로코06_바람이 불면 사막에선 할 수 있는게 없어 날-씨봐라 이햐... 사막투어 아침, 눈앞 풍경마저 의심케 한 흐린 하늘에 어제의 선명함은 신기루였나 싶었어.내일 날씨가 좋을까? 그럼 내일 갈까? 어쩔까 하는데, 여기선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알리의 말에 낙타에 올랐어. 사막에선 알맞은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때에 맞춰 움직여야 했었던 거지. 생에 첫 낙타후기는 이래,낙타가 일어서고, 앉을 때 무서웠습니다. 사막을 느릿느릿 걸으며 좌우로 흔들리기에 중심을 잡고 앉아있는 게 처음엔 힘들었지만 얼마 쫌 지나면 괜찮네? 하며 여유롭게 탔다고 생각했는데, 사막투어 끝내고 보니 은반지가 손잡이에 눌려 찌그러져 뭐 각진 타원형이 되어있었습니다.- 이상 끗 아랍어로 '행복'이라는 'Said'를 따라 사막으로 가는 길,점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모래뿐.. 2024. 11. 8. 모로코05_메르주가 야간 버스는 추웠어. 멀미를 피해 맨 앞자리에 앉았더니 문을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에 발이 시려 자다 깨기를 반복했어. 덕분에 가로등 하나 없는 암흑 그 자체 사막길 위에서 맘껏 별을 봤어. 볼 수록 더 많이 반짝이는 별은 어째선지 질리지도 않고 계속 반하고 반하길 반복했지. 지평선 바로부터 보이는 덕에 굳이 고개 아프게 올려볼 필요도 없이 옆으로만 돌리면 이름 모를 별들이 진짜 잔뜩 한가득이었어. 사람들 움직임에 바스락 거리던 소리마저 잠든 버스의 고요함이 그 시간, 장소와 딱이었다고 생각해. 이후, 아직 긴 새벽에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내려놓듯 잠들기를 포기했고, 많고 많은 별들마저 익숙해진 무렵 도로 왼쪽 가장자리 사막을 뛰는 여우를 봤어. 버스 타기 전 봤음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걸 또 보네...? .. 2024. 11. 6. 모로코04_페즈 쉐프샤우엔에서 페즈에 가는 길에 휴게소를 들러.무조건 내려서 꼬치를 사 먹자. 여기 진짜 맛 집이란 말이야.모로코어, 불어 다 못한다? 괜찮아 우리에겐 손가락이 있잖아. 나도 손가락으로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어. 날이 좋지 않았어.나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터라 페즈를 떠올리면 흐리고 장마 직전의 어둠이 떠올라. 근데 그건 그거고, 쉐프샤우엔에 있다 왔는데 맥도날드 보이고, 까르프 있는 도시맛에 또 살짝 들떴네. 페즈의 골목은 구글지도도 잡지 못 한다는 걸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는데 당해보니 너무 당황스럽더라.성곽 안으로 들어와서부터는 골목에 골목에 골목이 있는 복잡함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숙소를 찾지 못해 앞에 있는 아이에게 물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어.진짜... 걔 아니었음 절대 못.. 2024. 11. 5. 모로코03_쉐프샤우엔 복잡한 골목길에 구글지도가 현재위치를 잡지 못한다 해도 주소만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가는 능력이 급상승했던 모로코였어.캐리어를 끌었다면 몇 번이나 끓어올랐을 법 한 오르막과 돌길이었지만 배낭여행자는 전혀 타격이 없지. 첫날은 체크인 후 쉬다 저녁 먹으러 식당에 다녀온 게 다였어. 식당에서 먹는 따진은 진짜가 아니라는 그의 말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어있었지만 아는 요리는 따진뿐, 따진이 먹고 싶었어. 맛있더라 따진. 밥 먹고 나오니 캄캄한 밤이 됐더라.쫄보이자 안전주의인 나는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고, 조금이라도 치안이 불안한 곳에선 해 지기 전 무조건 귀가하는 사람인지라 모로코에서 '안전한 여행' 하라는 조언에 놀랬어. 그 어느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인사라 덜컥 겁이 났던 거 같아.혼자였다면 오늘처럼 .. 2024. 11. 3. 모로코02_파란색을 싫어하면 어떡하지 쉐프샤우엔 내게 무조건 예쁜 도시.쉐프샤우옌. 파란색을 싫어하는 사람이면 쉐프샤우엔을 견디기 힘들 거야. 파란 골목을 돌아 새로운 골목에 들어서면 다시 또 파란색으로 물든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니까.우린 파란색에 감탄하는 사람이라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이 더해져 하루도 쉬지 않고 나가 작은 도시를 동서남북 가로질러 다녔어. 어느 날인가 다시 돌아가 같은 골목을 걷는다 해도 나는 이때를 그리워할 것 같아.광장 카페테라스에 앉아 커피의 온기가 달아나게 내버려 둔 채 햇빛마저 늘어지던 오후의 쉐프샤우엔을 말야. 2024. 10. 29. 모로코01_탕헤르 어제, 모로코 배경인 영화를 봤더니 모로코가 그리워졌어. 그래서 치앙마이를 멈추고 모로코를 써보려고 해. '탕헤르' 이 이국적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려 뱉은 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거 같아. 당시 세비아에 있었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탕헤르로 들어가기로 했어. 탕헤르에 도착해서 시내인 메디나까진 걸어갈 생각이었기에 '구항구' 티켓을 사야 했지. 근데 왜... 분명 생각하고 있는데 행동으론 전혀 반영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 그리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와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런 때가... 바로 이 날이었지. 아무 생각 없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며 돌고래나 봤으면~ 하는데 진짜 돌고래가 페리 옆에서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걸 보며 모로코! 왠지 느낌이 좋다며 그 시간에 완전 푹 빠져있었지.. 2024. 10. 28.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