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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편지/이탈리아5

04_이탈리아_아말피는 레몬사탕으로 기억되리 긴 밤을 지나 모든 곳을 다시 나타나게 한 나는 마이오리 '레지던스 듀 토리' 3층 창 앞에도 있었다. 나타나기 시작하면 존재하는 모든 곳에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나는 이미 내가 없던 내내 깜깜하게 식은 바다의 겉 피부를 덥히고, 셀 수 없이 많은 식물들을 매만지며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 창 앞에 한 줄기가 아닌 다 잡을 수 없는 양으로 모여있던 나는 어떤 귀띔도 없이 생긴 창 뒤의 블라인드 틈을 통과해 마침내 방 안으로 닿았다. 새카만 블랙홀 같이 무의 공간이었던 방은 나의 도착으로 색을 되찾았는데, 반짝이는 파란색 타일 바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면은 새하얀색인 원룸으로 부엌, 거실, 침실까지 있는 방 안에 사람 두 명도 있었다.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띄고 나를 찬양하듯 .. 2022. 8. 18.
03_이탈리아_되찾은 여유, 마이오리. 살레르모역에 천천히 멈춰 선 기차는 반 계절을 뛰어넘어 초여름 안으로 우리를 내려주었다. 불과 몇 시간전까지 참을 수 없는 추위에 떨며 간절히 원했던 온기 가득한 곳에 놓여지다니, 기차가 나의 소망과 함께 달린 걸까? 덕분에 새벽 내내 마른 오징어 같이 구겨진 몸을 쭉 펴고 내릴 수 있었다. 그날, 날씨가 정말 좋았다. 구름 하나 없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태양 그리고 바닷가 특유의 짠내와 끈적함이 뭍은 공기 내음까지 꼭 '바캉스', '여름방학'에 걸맞은 날씨였다. 사진으로 봤어도 충분히 느껴졌을 그 분위기 안에 배낭까지 메고 서 있자니 꿈꿨던 휴가지에 막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너는 어떤 기분으로 도착했을까. 너도 처음이었을 장소가 궁금할만도 했을 텐데 너는 감상보다 현실파악이 .. 2022. 7. 15.
02_이탈리아_로마에서 새벽을 보내는 일. 버스 안에서 본 한 없이 몽환적었던 꿈같은 로마는 '테르미니역'에 내리자마자 나를 현실로 되돌려놨다. 들이닥친 새벽의 쌀쌀함과 어디서든 거친 언변과 취객이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는 분위기에 부픈 마음이 볼품없이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B와 이 새벽, 무려 로마에 함께 서있다는 황홀함에 잠깐의 새벽 산책을 권했다. 우린 지도도 보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트인 광장같은 곳에서 발걸음을 점점 멈췄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꼭 이승에 있는게 아닌, 뭐에 홀린 것 같은 그런... 어두침침한 불빛에 의지해 광장 한가운데에 서서 우릴 둘러쌓은 건물들을 한 자리에 서서 빙빙 돌아보다 혹여나 우리 발자국 소리를, 감탄을 내뱉는 말소리를 누가 들을까 싶어 서로에게 붙어 킥킥거렸던 그 새벽을 적어내려가니 몸이 점.. 2022. 7. 6.
01_이탈리아_로마로 들어가는 길. 이탈리아에서의 첫 날을 기억해. '나만 믿고 따라와!' 하고 말해준 너를 따라온 이탈리아_짐이 가득한 너의 배낭 위 책임감 마저 더해 도착한 공항에서 막차를 타고 시내로 가는 길이 생생하다. 빈 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찬 버스 안은 새벽 사람들과 같이 잠든 고요한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나 또한 그 분위기에 동참하려 몇 번이고 눈을 감아봤지만 참을 수 없는 웃음이 꽉 다문 입술 사이를 비죽비죽 삐져나오듯, 버스 밖의 풍경이 궁금해 자꾸만 눈커풀이 열렸다. 노랑과 주황 그 어딘가의 가로등 빛으로 물든 도시풍경_이것만으로도 나는 첫 날의 구경을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네 곧 시선 끝에 개선문과 콜로세움이 들어왔다. 즉시, 직선으로 흐르던 심장박동이 큰 파동을 일으켜 위로 팍! 하고 튀어오른 느낌이 들었다. 분명.. 2022. 6. 28.
선배에게_01_이탈리아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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