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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9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11 바다_ 그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하고 부를 노래는 없지만, 바다…! 하며 아스라한 기억을 감탄하며 눈앞에 그릴 생생한 감정을 갖게 되었지. 겨울바다를 가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뭐랄까, 여름이 지고는 괜히 멀어진 거리감에 이제 한동안 못 보겠지? 하고 마침표가 자리 잡았어. 그 마침표 후 시간이 얼마나 진할지 모르고. / 도착하니 간조였잖아. 저번주엔 밀려드는 물에 자리를 세 번이나 옮겼는데 이번 주는 물에 닿으려면 수평선을 향해 오래도록 뛰어가야만 했지. 앉아 바다를 감상할 수 없어 좀 이르지만 옆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바다와 좀 더 가까운 길은 ‘산’책로였지. 평지로 가면 금방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길은 처음부터 계단. 오르막 내리막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더라. 숨은 거칠었지만 .. 2022. 11. 10.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9 느긋하게 준비한 건 아니었는데, 좀 느리게 움직였나봐. 만나기로 한 시간에서 한 시간을 더해서야 만나기로 한 장소는 몇 년 전 겨울 내내 매일 오갔던 경험이 가득한 곳이었지. '구파발' 나는 여기만 생각하면 그렇게 손, 발, 코... 모든 감각들이 시려와. 횽이 생각해둔 곳은 시간이 늦어 못 가고 대신 산책로가 있다는 카페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나 또 어디 여행 가는 것 같고 그래서 좀 두근했쟈나. 처음 가는 낯선 길을 불안함 없이 갈 수 있는 일은 내가 용감한 것보다 함께 하는 사람의 힘이 더 크다는 걸 매번 횽을 만나는 날 경험해 나. 도로 중간 덜렁 세워준 정류장이었지. 바스락 낙엽들이 떨어진 길을 얼마 걷지 않았는데 공기부터 다르더라.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청량한 공기와 트인 시야를 갖게 될 .. 2022. 10. 31.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8 P곤할 일 없는 'P' 둘의 여행기. 우리 목적지는 있었다. 잠깐, 중간에 좀 흐릿-해졌나? 그럼 뭐 '경상북도'라고 하자. 여행을 약속한 건 꽤 오래전이었지. '갈래?' 하는 물음에 '그래!'하고 답하는 동시에 여행은 계획된 거였다. 물론, 그 외의 다른 계획에 대해선 출반 전 날까지 따로 나눈 말은 없었다만 둘 중 누구도 '못 가겠는데?'한 이는 없으니 어쨌든 가는 여행이었다지. 그러나 마냥 맘 편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여행이던 그 주가 황금연휴. 거기다 주말 출발이었다는 것. 숙소도 예약 안 했지만 차선책으로 한증막, 찜질방을 알아놨으니 뭐 그래도 어딘가에 등은 붙이고 잠은 자겠지란 두루뭉술한 답을 도출하고 나니 새벽이었어. 제발 숙면하길 바라며 잠에 들었는데 나 좀 불안했는지 늦잠 자서 헐.. 2022. 10. 28.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7 생전 처음 타는 버스와 처음 가 본 동네. 에 의심하지 않고 덤덤히 가게 되는 힘은 그곳을 제안한 사람이 횽이라서라는 걸 여기에 적어. 분명 가을을 즐기러 나왔는데 실내로 무자비하게 들이닥친 햇빛 덕에 버스 안은 아직도 여름이더라. 그게 올해 여름, 바다로 데려다주던 버스와 같은 실내와 얼추 뭐 비슷한 이동시간에 바다에 가는 걸까? 싶었어. 그도 그럴게 이 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좀 몽롱했거든. 해가 꼼꼼히도 닿는 쪽에 앉은 나는 금방 잠에 들었는데 자꾸만 내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햇빛 때문에 몸을 조금씩 돌리다 결국 반대쪽으로 아예 몸을 틀어 앉아 갔잖아. 맞은편에 앉은 승객도 숙면중이였는데 안 그러셨으면 좀 불편하셨을지도…? 혹시 못 일어날까 봐 맞춰둔 알람에 주섬주섬 정신을 챙겨 내릴 준비를 했.. 2022. 10. 8.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6. 종묘에 가고 싶었다. 덕수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숱하게 다녔는데 종묘, 종묘만 가보질 못 했다. 가야 할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름답다고 하니 (혼을 모아둔 장소를 아름답다고 해도 되려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횽에게 종묘에 가자고 했다. 비가 온다고 했나? 꾸물거리는 날씨가 쫓아오지 못하게 버스를 타고 몇 개의 동네를 너머 중구에 도착하니 버스 유리에 물 방울이 떨어졌다. 내가 비구름을 따라간 건가... 먼저 도착한 횽이가 있는 카페로 가니 노랑 노랑하니 귀여운 겉모습 속 헤비메탈의 영혼이 숨겨져 있는 곳이었다. 가득 찬 사람들의 말소리도, 매장 내에 틀어놓은 음악 소리도 둘 중 누구 하나 질 생각 없다는 듯 사운드 세게 터져 나왔다. 횽이가 한산한 카페를 생각했다는데 종로는 .. 2022. 9. 17.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5. 비가 내렸다. 며칠 전부터 기상예보에 떠 있던 비는 당일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온도마저 21도까지 떨어졌다. 바다는 무리야. 어디 가야 하나 고민하다 밀크티 찾아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딘가 이름이 익숙해보니 횽이가 전에 말해줬던 카페네? 지점만 달랐... 내 기억력 무슨 일인지. 오랜만에 가는 광화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이면 광화문에 가서 경복궁 따라 걷다 북촌마을, 안국역에서 종로까지 걸었던 게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일이었다. 늘 이유 없이 가고 싶은 서울에서의 유일한 장소였는데 올 해는 몇 번이나 갔더라...? 먼저 도착해 밀크티를 시켜놓고 답장을 썼다. 횽이 오기 전까지 다 쓰려고 했는데 어림없지. 곧 도착한 횽이와 서로 사이좋게 맞은편에 앉아 답장을 썼다고 한다. 비.. 2022. 9. 6.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3. 지난주의 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그렇다. 이번 주도 다녀왔다. 직사광선 짱짱히 내리는 여름 여름 한 날씨에 역까지 걸어가다 도중에 녹아버릴까 봐 곱게 버스 타고 역으로 간 건 3주 만에 처음이었다. 바다는 시원했다. 해가 뜨거워서 그렇지 그늘 아래 선선하게 부는 바닷바람을 가만히 맞고 있자면 마치 실내에서 비 구경하듯 여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지난번과 같이 현수막 뒤에 자리를 잡고 나는 나대로 횽이는 횽이대로 시간을 보냈다. 여기, 어쩜 올 때마다 좋아질까. 첫 번째는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고, 두 번째는 습기 가득 운무 낀 풍경이 좋았고, 세 번째, 오늘은 하나만 딱 집어 얘기할 수 없이 다 좋았다. 횽이가 해수욕을 끝내면 진짜는 지금부터지. 현수막 뒤에서 앞으로 자리를 옮겨 바다를 .. 2022. 7. 27.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2. 또 다녀왔다. 다음 주에도 또 다녀왔다며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같은 자리에 있는 바단데, 비슷한 시간에 간 바단데, 이번에 가니 간조로 한참 뒤에나 있던 물에 횽이는 난감해하고, 미친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와 모래를 제어할 수 없던 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해마저 쨍쨍하길래 가져간 우산은 폈다가 뒤집힐 것 같아 잔머리 굴려 금지 알림 플랜카드 뒤 그늘에 자리를 잡았는데 세상 뿌듯했다. 잔머리 진짜 친찬해. 이번엔 준비가 아주 완성도 있었다. 손발 착착해서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돗자리 펴고, 해수욕 다녀온 횽이랑 포장해 온 세젤맛 샐러드 김밥 먹고, 아르헨티나 화이트 와인 한 모금에 거의 뭐 물 속이나 다름없는 습도 넘치는 바닷바람 한 공기. 그리고 둘 다 말은 안 했지만 확고한 의도로 가져온 성냥…(ㅋ.. 2022. 7. 21.
완벽한 바캉스를 즐기고 왔지. 상황은 완벽하지 않았지. 날씨는 궂었고, 이동수단을 계속 고민했고, 무엇보다 약속시간 4시라는 시간이 불안했으니까. (집에서 머문 시간이 길수록 외출하고자 하는 욕망은 반비례하니까.) 실로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그것도 주로 가던 방향이 아닌 공항갈때나 타는 반대 방향의 지하철을 타니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두근거리고 말았다. 공항으로 가던 그 기억 때문은 아니었고_이젠 그 설레임에 대한 기대도 기억도 안 든다_ 글쎄, 그냥 좋았던 것 같다. 만나기로 한 역까지의 적당히 거리감 있는 이동 후의 환승이 좋았고, 내린 곳이 처음 가본 곳이라는 것도 좋았고, 개찰구를 빠져나가기 위해 오르는 계단 맨 앞쪽에 횽이의 뒷모습을 발견한 건 신나게 좋았다. 둘 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돌돌 말아 정리를 하며 역을 올랐.. 2022.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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