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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완벽한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7

by 죠죠디 2022.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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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타는 버스와 처음 가 본 동네. 에
의심하지 않고 덤덤히 가게 되는 힘은 그곳을 제안한 사람이 횽이라서라는 걸 여기에 적어.


분명 가을을 즐기러 나왔는데 실내로 무자비하게 들이닥친 햇빛 덕에 버스 안은 아직도 여름이더라.
그게 올해 여름, 바다로 데려다주던 버스와 같은 실내와 얼추 뭐 비슷한 이동시간에 바다에 가는 걸까? 싶었어. 그도 그럴게 이 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좀 몽롱했거든.

해가 꼼꼼히도 닿는 쪽에 앉은 나는 금방 잠에 들었는데 자꾸만 내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햇빛 때문에 몸을 조금씩 돌리다 결국 반대쪽으로 아예 몸을 틀어 앉아 갔잖아.
맞은편에 앉은 승객도 숙면중이였는데 안 그러셨으면 좀 불편하셨을지도…?


혹시 못 일어날까 봐 맞춰둔 알람에 주섬주섬 정신을 챙겨 내릴 준비를 했어.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정류장이 아닌지 벨을 눌러놨지만 기사니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시다 아차! 하고 멈추셨어.
내려 둘러보니 왜 그랬는지 너무 이해되더라.

내리쬐는 태양에 그늘 한점 없는 도로에 덩그러니 나 혼자 서 있는데 사실 이때까지도 나 좀 정신이 없었어.
주변을 둘러볼까 하다 아 모르겠다 하고 가드레일 아래에 앉아 가방에 늘 넣어져 있던 양산을 펼쳐 어깨에 걸쳐두고 책을 읽었어.


아, 그전에 횽한테 카톡을 했나?



내 앞으로 차가 몇 대나 지나갔을까?
사람은 한 명도 지나가지 않은 도로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내가 뭐랄까... 어디서든 여유로운 으른같았달까.
나름 뿌듯한 기분으로 앉아서 책을 읽는데 찰칵 소리와 함께 사람 발소리가 났어. 아!
난 그때 알았지.

횽이 왔다는 것을.




'산보나 갈래?'



해서 나는 오늘 이쯤 걸었던 황금빛 들판의 ver.2를 걷게(만) 될 거라고 생각했어.
횽을 따라 걸은 길 초입부터 펼쳐진 목가적인 풍경에 잠이 확 달아났지. 잘 자란 작물들이 왜 그리도 기분 좋게 만들었는지. 내가 다 초록 초록해지는 것 같더라.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가니 잘 익은 벼들이 구역 구역 잘 자라있는데... 내가 자연의 색에 약한 건가.
계절마다 바뀌는 변화들에 왜 매번 감탄하게 되는지 모르겠어.
가벼운 오후의 공기를 쉽게 맡으며 걷는 길.
오늘 많이 걸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도착.
????

우린 잠깐의 산책을 중지하고 조용한 곳에 위치한 한적한 이곳에서 커피를 마셨지.
안쪽 테라스에서 무해하게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꼭 함께하고 싶은 '레'에 와 있는 것 같았어. 탁 트인 시야에 움직이는 생명체 하나 없이 낮게 위치한 작물들과 하늘 풍경이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지.


내 안이 그다지 시끄럽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내 앞의 고요에 위로받는 것 같았어.



다시 가게 될 것 같아.




우린 해가 내려앉기 전 카페를 나와 다시 걸었지.
여전히 뚜렷한 목적지도 없고 나는 아예 방향도 모른 채 그저 들어온 길의 반대쪽으로 걸어 걸어 아주 작은 마을을 지나 예쁜 깻잎밭을 지나고 굴다리도 지나니 한강을 오른쪽에 두는 이차선 도로 위, 갓길을 걷는데 우리 20대에 강원도 갔던 게 생각났어.


문득 마주하는 시간에 지난날 함께했던 비슷한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마치 페스츄리나 크로와상처럼 한 겹 한 겹 살아있는 빵을 구워낸 것 같아.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이런거란 생각이 들어.


결국 새카만 밤이 돼서야 산보를 마치고 우리는 도시로 돌아왔어.
김밥 찾아 삼만리 하다 들어간 곳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도 조금 더 같이 걷고 싶었어.


낮이었다면 그...
한 10차선 돼 보이는 그 도로의 갓길을 걷거나 다른 길을 또 찾아 다음 정거장까지 걸었을까?
생명은 소중하니 갓길을 걷지 않았을 거라 우릴 믿어.


우린 버스정류장을 두 번 찾았어.
맞은편 무드가 딱 우리 스타일인 주유소 맥도날드 2층에서 잠깐 얘기 좀 하러 갔다가 페이크였단걸 알고 조신히 소프트콘만 맛있게 먹고 돌아왔지.


(이때도 난 소프트콘을 받아들고 아유타야 kfc 소프트아이스크림 올라간 커피 생각했잖아.)



횽,
이번에도 이렇게 멋진 곳에 함께 해서 고마워.
매번 이렇게
기대해야지ㅋㅋ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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