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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완벽한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5.

by 죠죠디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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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며칠 전부터 기상예보에 떠 있던 비는 당일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온도마저 21도까지 떨어졌다.

바다는 무리야.

어디 가야 하나 고민하다 밀크티 찾아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딘가 이름이 익숙해보니 횽이가 전에 말해줬던 카페네? 지점만 달랐... 내 기억력 무슨 일인지.

오랜만에 가는 광화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이면 광화문에 가서 경복궁 따라 걷다 북촌마을, 안국역에서 종로까지 걸었던 게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일이었다. 늘 이유 없이 가고 싶은 서울에서의 유일한 장소였는데 올 해는 몇 번이나 갔더라...?

먼저 도착해 밀크티를 시켜놓고 답장을 썼다.
횽이 오기 전까지 다 쓰려고 했는데 어림없지.
곧 도착한 횽이와 서로 사이좋게 맞은편에 앉아 답장을 썼다고 한다.








비 오는 광화문이라.

이미 분위기는 잡혀있었고 카페를 나와 몇 년 전 나 혼자 다녔던 루트를 따라 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건너 내리는 비를 다 막아주기엔 충분하지 않은 나의 작은 우산을 들고 신발 앞코를 적시며 횽이와 함께 튀는 빗방울만큼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으며 말이다.

빈 거리를 둘이서만 걷다 현대미술관 맞은편에 잠시 서 지금 무슨 전시가 하나? 궁금해하다 머리 위에서 이리저리 펄럭이는 '한여름밤, 신들의 꿈' 이란 전시 플래그에 미끄러지듯 전시가 열리는 경복궁 안(국립 민속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오늘 분위기 도대체 무엇인지요.
전시 보러 왔더니 어느 멋진 여행지에 도착했다.



비록 전시가 내가 생각했던 신화 쪽보단 인간의 생에 관련된 것이었지만 그게 또 마치 전생을 마주한 느낌이 살짝 들었지...?
전시 보고 나와 박물관 옆 뜰에 전시된 70-80년대 길거리에 놓인 추억 속 말 수레?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진짜 추억 여행 난리 나서 어릴 때 기억 다시 꺼내보고 아_ 너무 행복했다.

그 기억을 횽이와 함께 '토도독' 하고 우산 위로 떨어지는 자연 bgm을 들으며 나눌 수 있어서.



바다에 가는 것도 좋은데 그것만큼 도시를 함께 거니는 것도 이리 좋을 수 있다니 말이야.


전시를 끝내고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 저녁으로 순두부와 미역국을 먹고 밤이 된 도시를 걸었다.
부른 배를 꺼뜨릴 생각으로 한 정거장만 걸어보자 했던 걸음은 서울역까지 늘어나 못 다 나누었던 지난 연애와 갑자기 궁금해진 인간 첫 시대의 연애에 역사책을 찾아봐야 하나 인류학을 찾아야 하나 심리학? 과학책을 찾아야 하나? 란 답 없이 퍼진 질문들을 다 해결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횽 진짜 나 어디서 찾아봐야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오늘도 역시 완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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