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6 25_큐슈_후쿠오카여행03 다시 처음이 된 아침. 가족들과 같이 머물던 숙소 근처, 동네 사람들만 이용한다는 빵집이 있어. 몇 번이나 아침으로 사 먹어보려 했지만 늘 때를 놓치고 후쿠오카를 떠나기 직전에야 왔어. 아침이라 가게에 손님이 아무도 없으면 천천히 구경하기 좀 불편할거 같은데? 하며 걸어가는데 나보다 몇 미터 앞에서 걷던 아저씨도, 막 코너를 돌아 보이던 아주머니도 모두 이 빵집으로 들어가더니 내가 도착하기 전 식빵을 더한 여러 빵을 들고 다시 나왔지. 이런 동네 인기가게의 주인이 되고싶다. 문 밖에서부터 보인 다양한 빵과 가게 안을 가득 채운 따뜻하고 포근한 빵 냄새에 아직 그 어떤 빵도 먹어보지 않았지만 단골이 되고 싶어졌어. 하나하나 천천히 빵을 조심히 살펴보다 소금빵과 크림소보로빵을 골랐어. 둘 중 하나는 내 입.. 2025. 2. 16. 요즘 관심_후쿠오카03 꽃에 눈이 간 건 꽤 됐나 봐. 어릴 때 엄마가 꽃이랑 풀 사진을 찍으면 저걸 도대체 왜 찍을까 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러고 있더라. 매번 이토록 예쁜 꽃들을 피어내는 게 대단해서 그런 거려나. 점점 사람보다 자연에 마음을 더 쏟게 되는 것 같아.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더 이상 주고받는 감정을 힘든 기색 없이 해내기 버거워 그런 건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다수 사이에 껴 있는 것도 생각만 해도 진이 다 빠지게 됐어. 나는 여전히 그대로인 나 같은데 시간이 지나니 어디선가 읽던 어른들의 모습이 나타나는 게 신기해. 신기하기만 하면 좋겠는데 나이 들어감에 걱정도 생겨나 마음 한편에 무게로 자리 잡은 건... 하하 웃으며 가벼이 넘길 수 없네. 그래도 횽, 나는 다시 20대로 돌아가라고 .. 2024. 6. 5. 후쿠오카에서 뭐 먹었냐면 매운 게 너무 먹고 싶어서 기대하며 골랐더니 고춧가루만 많이 넣은 컵라면이었지. 내가... 뭘 바라겠어. 옆에 있는 신상이라 하두 광고하길래 사 마시고 돌아왔더니 우리 동네 홈플러스에 있던 맥주. 스톡하레... 구글 평을 보면 느타리버섯빵 꼭 먹으라는 글들이 많아서 찾아갔는데 버섯은 버섯인데 다른 버섯이 올라간 빵뿐이라 그래도 골라 나왔는데 얘가 아니었던 게 확실해. 하루 3만보씩 걷고 몸무게가 그대로라 억울했는데 억울해하지 않아도 됐다. 심지어 허겁지겁 먹느라 찍지못한 음식이... 행복하게 잘 먹고 돌아왔네. 2024. 6. 4. 요즘 관심_후쿠오카02 어쩐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를 만들 수 있더라. 다채로웠다. 아침 일찍 나와 밤까지 걷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걸어 다녔어. 길이 익숙해지면 새로운 길로 걷고, 가지 않은 길을 또 걷고 걸어 다녔어. 어느 날은 너무 걸어 다리가 아파 잠들기 전까지 주물러야 했어. 내일은 꼭 대중교통 타고 다녀야겠다 하고 다짐해도 다음날 밖으로 한 발 내딛으면 어쩐지 걸음을 멈출 수 없게 되는 곳이야. 후쿠오카말이야. 그냥 기타큐슈까지 걸어가볼걸, 히타, 사가, 어쩌면 구마모토까지. 걸어서 가볼껄 이란 생각이 이제야 든다. 정말, 한 번 해볼걸 그랬네. 2024. 5. 31. 요즘 관심_후쿠오카01 횽, 찍고 싶은 피사체가 변화했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사진첩이었어.그동안 쭉 오후 늦은 빛이 벽, 땅, 어디든 맺혀 아른하게 있는 볕늬 혹은 피고 진 꽃들과 뭐 그런 것들에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찍었었어. 그게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어느새 내 사진첩에 가득인 반듯한 건물 사이의 틈, 반복적인 패턴과 인공빛그리고 홀로인 것.으로 채워져있더라. 틀어지지 않고 반듯하게 대칭을 이루는 깔끔한 모습_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관심을 끌었을까.생활의 변화가 없어 고인 듯 고요한 삶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큰 내 안에서 조용히 변하고 있었다는 게 나 혼자 심심하게 재미있다. 횽아, 어떻게 지내. 2024. 5. 29. 책24_백광_렌조 미키히코 인스타 책 광고에서 끌리는 책이다 싶으면 열에 일곱은 일본 추리 소설이다. 어찌나 감질나게 여기까지! 하고 끊어내는지 '요리코를 위하여'도 그 바람에 냅다 도서관 달려가 빌려 읽었었지... 요리코를 위하여는 읽으면서 혹시? 설마? 하다가 중간 넘어가서 뭔가 아- 느낌이 범인은 아빤데? 싶었는데 진짜 아빠더만? 그래서 백광 읽으면서도 내 좋은 촉을 세워 범인을 때려 맞춰보려 했는데 와...? 할아버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등장인물들 다 돌아가면서 서술하는데 정신이 쏙 나갔다. 서술자 바뀔때마다 추리 한(?) 범인도 바뀌었는데 와... 하는 반전에 반전들이 쏟아진다. 작가님.... 캄캄한 밤 내 방에서 읽기 시작한 책은 작가님 필력에 소름 끼쳐 한 번에 다 못 읽고 결말 다 와서 환한 대낮 버스 안에서 읽었다.. 2022. 9. 22.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