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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완벽한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4.

by 죠죠디 2022.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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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한 달 만에 다시 바다에 갔다.

이번에도 가방에 와인 한 병과 돗자리, 양산 겸 우산을 챙겨 횽이와 만나는 역에서 조우해 버스가 올 때까지 정류장 가까이 있는 다이소에서 더위를 피하다 때맞춰 나가 버스를 타고 우린 바다로 간다.

횽이 가방은 한 달동안 같이 갔던 태국여행보다 크고 짐도 많다. 어째서인지 알 수가 없지만 다 필요한 것들이라는 게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에요 정말?

오늘도 노을은 기대하지 않는다.
노을 그거 안 봐도 넘치게 좋은 날이 될거라는건 고정인 사실이고, 당장 날씨 또한 환상이다.
말복 지났다고 높고 넓은 가을 하늘은 시원한 파란색뿐이다. 한풀 꺾인 더위는 아니지만 바람에 습기 없이 산뜻하게 불어주는 게 딱 좋았다.

매번 앉는 곳에 돗자리를 펼치고 횽이는 수영하러 바다로, 나는 하늘 보고 누워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말고 책 뒤로 펼쳐진 하늘이 예뻐 글자를 읽다 말고 한 눈 파느라 횽이가 수영하고 나왔을 때까지 얼마 못 읽었지만 누워서 하늘을 마주한 것만큼 문학적인 게 어디 있겠어.



바다에 도착했을 때 부터 횽이가 말했다.
"오늘은 노을 볼 수 있겠지?"
"오늘은 노을 볼 수 있어"
"이따 노을보러 가는 거야! 알겠지!!"

부정적인 나는 콧방귀뀌며 '흥' 했고,
'저것봐 구름이 넓게 퍼질 거야!' 했고,
'나는 노을 안 봐도 괜찮아' 하며 노을에게 절대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볼 수 있다 꾸준히 말한 횽에게 설득되서 와인 반 병만 딱 마시고 횽이 따라 옆 바닷가로 사부작사부작 걸어갔다.


그리고 모래사장에 닿기도 전에 본 오렌지 빔 쏘는 하늘에 바로 온 몸, 마음이 붉게 물든 나는 들이쉰 숨 보다 먼저 '너무 예뻐'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다 횽이덕이다.
안 봐도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이 예쁜걸 안 봤으면 어쩔뻔했어!
봤으니 망정이고, 봤으니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잖아.
고마워 횽아.



내 멱살 잡고 끌고 왔어도 나는 백번 고개 숙여 고맙다고 인사할 만큼 너무 예뻤어:)
예쁘단 말 그 이상이었는데, 언어적 한계가 안타까울 뿐이지. 그래도 횽은 알잖아.
어떤 걸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지. 얼마큼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순간이었는지.


그럼 됐지.
그럼 됐어.


아름다운 여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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