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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방학_04 네가 막 태어나고 나서 나는 얼른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 울음소리와 옹알거림을 지나 우릴 부르는 단어들 그리고 따라 말하던 엉성한 문장들이 곧 너의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너의 이야기들을 말하게 되었땐... 평범하리 평범한 일상의 것이었지만 늘 세상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 같았지. 특히, 너의 꿈이 말이야. 너는 공룡이 되고 싶었다가 어부가 되고 싶었다가 지금은 길게 간직하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어 하지. 하지만 나는 네가 꼭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기보단, 타인에게 무해한,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네게 말 할 생각도, 그럴 이유도 없었지.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니까. 그걸 잊고 있었지. 샤워를 하는데 왕왕 거리는 소리에 얼른 .. 2022. 9. 19.
이쁘다 ​​ 할머니가 오랜만에 꿈으로 찾아왔다. 우리가 시골집에 도착할 때. 혹은 떠날 때의 눈물이 글썽인 얼굴이었는데... 그대로였다. 할머니의 주름 하나하나 굳은살이 박여 다 펴지지 않는 작고 굵은 손과 손가락의 느낌이 세세했다. 오랜만에 시골에 가서 무언가를 심고 시골의 황톳길을 걸어 내려오다 엄마와 언니를 만나 같이 앞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아는 시골 아주머니께서 할머니 만났냐고 물어 아직 못 만났다고 하니 이제 곧 온다고 했다. 그리고 택시 한 대가 우리 앞에 섰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타고 계신 택시였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아웃포커스가 되어 잘못 보고 할머니만 봤다. 할아버지가 먼저 내리고 할머니가 내렸다. 엄마랑 언니는 왜인지 저 뒤에 있었고 내가 할머니 손은 잡고 택시에서 내리게 한 후, 할머니의.. 2018. 10. 9.
꿈. ​ 나는 떠나고 싶은지 꿈에서도 비행기를 예약했고 비오는 날 그 어지러운 아스팔트길을 걸어 공항으로 갔다. 5km가 조금 안되는 길이었지만 밤이었고 나는 몇 십분을 늦어 다시 집으로 돌아올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돌아온 집에서 나는 다시 다음주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으로 다시 예약을하고 짐을 풀지 않았다. 놓친 비행기에 절망하지 않았고 슬퍼하지도 한숨을 쉬지도 않았다. 꿈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나. 다른사람 모두가 우르르 나오는 공항을 혼자서 들어갔다. 옆문같이 나있던 작은 문을 들어가니 엄청나게 크고 내 이불색과 같은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져있던 벽과 한산한 공항. 나는 거기에 서거 시계를 한번보고 늦었다는걸 알고나서 바로 나왔다. ​나는 어디로 가려했지...? 2017.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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