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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여인 너를 보러 가는 길.
새벽에 온 너의 전화를 받지 못한 미안함에 멍해졌다.
이른 아침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너의 표정과 마음과 모든 감정들을 헤아릴 수 없지만 나는.
그냥 너의 슬픔에 숙연해졌다.
일어나자마자 한 너와의 통화에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우리 둘 다 울지 않았고 ‘나 갈게.’ 하고 바로 준비를 했다.
난 이런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어찌할 바 못하는데 그래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보다 좀 컸다고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다만, 가는 이 길의 이유가 너라는게 애석했다.
왜 너였을까.
날이 참 봄이더라.
오늘은 후덥지근하게 진한 봄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돈을 뽑고 내려가는데 켜져 있는 알림 tv에 너의 이름과 동생의 이름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만 있었다.
혹시나 햇갈려 못 찾으면 어쩌지 했는데... 그런 고생도 없이 단번에 찾을 수 있는 오늘의 모든 게 나는 그냥 슬펐다.
부주를 드리고 들어가는데 눈은 울고, 입은 웃고있는 너와 표정이 같아진 나는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국화를 들고 너의 아버지에게 너 걱정하지 말라고 인사를 드리고 드디어 너를 마주한 순간.
집을 나설때부터 한 다짐이 무너져버렸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우리 표정 웃겼겠지...
아는 이 없는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멍하니 너를 봤다. 저 멀리 있는 너를. 천천히.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내 앞에 앉으며 끝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꿈이었으면 싶었던 현실.
왜 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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