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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하루

Y24_나_01

by 죠죠디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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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며칠 전부터 적어둔 목록을 들고나갔다가 우선적으로 가족, 친구에게 줄 물건들을 먼저 사고 말았다. 


나를 위해서 고른 물건들은 처음 집어 내내 들고 다니다 결제 직전 진짜 필요한가? 하는 거름망에 걸려져 상점 밖으로 함께 나오지 못했다. 타박타박 걸어 집 근처까지 와서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을 컵라면을 사러 들어간 슈퍼에서도 한참 서서 이게 진짜 먹고 싶은 건가? 하고 라면, 육류, 어묵 코너 앞을 돌아가며 한참 서 있었다. 


고기는 사면 내일까지 가족 모두 먹을 수 있으니까 이게 더 좋나? 하다가 좋아하는 고래사 어묵이 세일을 하길래 그럼 어묵을 먹을까? 하고 물건을 들고는 어묵만 먹는 건 별로니까 컵라면도 살까? 하며 금액을 계산하다 이럴 거면 그냥 고기 사는 게 더 괜찮지 않나? 하는 계산이 오래 이어졌다. 


삼시 세끼도 아니고 한 끼인데 이마저도 자신과 타협해야 함이 오늘따라 참을 수 없어 그냥 다 사버리자! 며 고기를 집어 들고 이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기를 꽉 찬 냉동실 어디다 보관할지와 뜯고 한 번에 먹지 않으면 떨어질 어묵의 신선도와 같이 당장 일어나지 않지만, 사게 된다면 해야 할 앞선 걱정에 의욕과 식욕을 잃고 급격히 피곤해져 전혀 생각 없던 우유를 집어 나왔다(응?). 


처음부터 구매거름의 정도가 촘촘하지는 않았을 거다. 
생각이 습관이 되며 스스로가 잘 참아낸 태도였지만 작년, 슬쩍 올라온 보도블럭이 발에 걸려 채이듯 무심히 걸쳐있던 참을성을 끊어버렸다. 


지난 여행 중, 당장 저녁부터 필요했고, 사고 싶었던 칫솔 앞에서 진짜 필요한가? 진짜? 하며 십분 고민하고는 끝내 사지 않은 나,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가 피규어 기계 앞에서 멈칫거리는 나 대신 레버를 돌린 해동이 덕에 손에 쥔 피겨 하나에 가득 행복했던 그 순간 필요했던 돈은 다 합쳐 만원도 되지 않았다. 

... 나한테 만원 쓰는 것도 아까워하는 사람이 되라고, 늘 구매의도를 의심하라고 지금까지 살아낸 게 아닐 텐데? 


특별행사 같은 몇일의 여행에서 얻는 행복으로만 남은 한 해를 살아갈 수는 없다. 
절대적으로 남은 시간 동안 내게 소소하게나마 작은 즐거움을 줄 서걱거리며 잘 그려내는 연필이라던가 약간의 두께감에 더욱 바삭거리는 감자칩, 사용감 좋은 고무로 된 치간칫솔 같은 물건을 살 때는 당연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응당 그래줄 수 있는 일인데 이게 뭐라고 쉽지가 않다. 




몇 해전, 자신의 영화 시사회에서 자신을 보고 감격해 훌쩍이며 응원하던 팬에게 아마미 유키가 답했다. 

'나를 응원하는 것처럼 당신 자신을 응원해 주세요. 
그럼 당신 인생이 더 멋있어질 거예요.' 



아 정말...(심한말)
이 사람 너무 멋있고 멋있다. 

언젠가 기회가 닿아 얼굴을 맞대는 날이 온다면 덕분에 멋진 인생을 살게 됐다고 말해야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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