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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편지/태국

Dear.10_치앙마이01

by 죠죠디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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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카운터로 달려갔어.

아직 모든 기준이 한국에 맞춰있어서 치앙라이 - 치앙마이 버스는 1시간에 1대씩은 (당연히) 있겠지란 생각과
인기 있는 노선이라 금방 자리가 차니까 곧바로 예매하라고 그랬거든. 

치앙마이-방콕은 비행기. 무조건 비행기.

 

근데 말야, 카운터에 가니 가장 빠른 치앙마이행 버스는 4시간 뒤라네?


정말? 다른 버스는 없는 거냐 물어도 답은 하나.

-4시간 뒤.


-주세요 티켓. 
 

 
오후 3,4시쯤 출발이라 치앙마이에는 저녁쯤 도착하겠다 싶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늦은 밤이 되어서 도착했어. 


아무리 자고 자도 한참이나 남은 거리의 지루함과 이동시간만 30시간에 육박하는 피곤을 치덕치덕 붙여 내린 시컴한 치앙마이에 습함과 더위가 환영하듯 들이닥치는데... 순간 시든 식물에 물을 주듯 기분이 살아났어.

땅을 밟으니 살겠더라.

 

 



 
터미널에서 올드타운 숙소까지는 걸었어.


초행길, 다운받은 지도, 가로등 없이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좁은 강을 하나 건너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니 마치 오늘 여행이 여행 첫날 같은 설렘이 피었지.


이렇게 온몸으로 맞이한 치앙마이에 대한 기대감이 한 발에 한아름씩 커졌던 밤이었다.
 

 

치앙마이는 정말 예쁘더라.


왜, 사람도 첫 만남에 나랑 비슷하겠다거나 잘 맞겠다싶은 느낌이 오잖아? 도시도 그렇지 않아? 지난밤 첫 발을 땅에 딛으며 들었던 은근한 즐거움은 피곤함에 느낀 오류가 아니었어.


치앙마이에서 지내며 적재적시 꼭 알맞은 시간에 이 도시와 만났다는 생각을 했지.

 

 

치앙마이에서의 삶은 느긋했어.


급 할 거 없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커피 마시러 나가 저녁까지 먹고 마야몰에서 장을 보고 들어와 간단하게 야식을 먹는 생활이었지.

중간중간 멀리 있는 예쁜 카페를 찾아가거나 도이수텝에 오르고, 밤에 갑자기 맛있는 팟타이집을 찾아 나가 가게 메뉴에 있는 팟타이 전부를 먹고 배불른 걸음으로 늦은 밤을 돌아오기도 했어.
 

정말이지 매시간 좋지 않던 적이 없어.
새벽, 이른 아침, 오후, 밤까지 치앙마이는 내내 예뻤어.


 

 
여기, 치앙마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야.

말차라테에서 자스민 향이 은은하게 나는 것도 좋고, 커피도 맛있는데 그것보다 내부에 아주 큰 나무가 자리해 있어. 


처음에 갔을 땐 나무의 가게만 봐서 이 나무는 뭔가? 했거든, 오래 앉아 있다 해 질 무렵 가게를 나와 나무의 높이에 이건 얼마나 큰 나무지? 하고 전체를 보기 위해서 뒷걸음치며 멀찍이 떨어져서도 카메라에 다 담지 못 할 정도로 크고 멋진 나무였어.
 

나무를 지키고, 같이 공존하는 치앙마이 사람들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지.

식물에 둘러싸여 예쁜 게 꾸며진 카페들을 몇 번이나 찾아 다녀와도 어쩐지 마음에 자리 잡은 이곳을 대신하진 못 하더라.

 

 

어느 날인가 나도 이들처럼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어쩐지 마음도 착해지는 곳_치앙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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