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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편지/모로코

모로코01_탕헤르

by 죠죠디 2024.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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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로코 배경인 영화를 봤더니 모로코가 그리워졌어.



그래서 치앙마이를 멈추고 모로코를 써보려고 해.


 


 

'탕헤르'


이 이국적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려 뱉은 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거 같아.


 

이제 보니 심지어 리턴행으로 끊었네? 페즈에서 비행기타고 나왔는데...

 


당시 세비아에 있었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탕헤르로 들어가기로 했어.

탕헤르에 도착해서 시내인 메디나까진 걸어갈 생각이었기에 '구항구' 티켓을 사야 했지.



근데 왜... 분명 생각하고 있는데 행동으론 전혀 반영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 그리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와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런 때가... 바로 이 날이었지.

 

 
아무 생각 없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며 돌고래나 봤으면~ 하는데 진짜 돌고래가 페리 옆에서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걸 보며 모로코! 왠지 느낌이 좋다며 그 시간에 완전 푹 빠져있었지. (진짜 거짓말 같은 순간이었어)

 
여행을 이미 끝낸 지금,

모로코는… 내게 다 줬어.
내가 원하는 그 이상을 이뤄준 곳이야.
거기서 잃었다고 생각한 것들은 내 실수로 내가 놓친 것들이었지.
 

 
하선 후, '신항구'로 뜬 현재 위치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그치만 이상하게도 더 정신이 들기도 했지. 


'신항구-메디나'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지만 언제, 어디서 타는지 알 수 없었어. 물어보는 사람마다 대답이 달랐거든. 거기다 그렇게 귀찮게 하던 호객꾼 하나 없어 머리 굴리며 방법을 찾는데 이 소리를 들었는지 현지인_유셉이 다가와 인당 70디르함으로 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셰어 하자고 제안했어. 


안도와 경계 그 사이에서 망설이는 나를 그는 설득했지.

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 이유, 가격을 말하며 덧붙여 1시간째 동행 구하는 중이라 너무 힘들다며 거의 빌듯 '제발 같이 타고 가자'는데 그때 확 풍기는 그의 피곤, 다급, 간절함에 우린 택시를 탔어. 
 

우리 모두 간절했지,
그리고 간절하면 이뤄내는 게 사람이지.
 

 
같이 메디나로 들어가는 길, 그는 수다쟁이었어.


바르셀로나에서 귀국했다는 것, 모로코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원, 자신의 고향 사진을 보여주며 식당에서 먹는 '따진'은 진짜가 아니라며 자기 고향집 주소와 휴대폰번호를 적어주며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놀러 오라며 쉼 없이 말하고 물었어. 그리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대신 메디나까지 들어가는 택시를 잡아 주고 헤어졌어.


이제 생각해도 도움 그 자체로 모로코 여행을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후, 아랍어로는 표시되지 않은 호스텔 주소에 택시기사님은 정차 때마다 창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주소를 물어 숙소 근처에 내려주셨어.  서서 가방을 정리하는 틈에 같이 타고 온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온 호객꾼을 보시고 내리셔서 자길 따라오라는 눈짓을 주셨는데 이걸 나만 본 게 아니었지.

아저씨와 호객꾼들 사이 말소리는 곧 화약 터지듯 큰 소리로 번졌고,
모든 게 낯선 밤, 수많은 눈동자에 쌓여 그 불안을 견딜 만큼 난 용감하지 못했어.
 


 

 
도망치듯 들어온 호스텔에서 한숨 돌리고 그대로 잠들었어.
지난밤, 고배속으로 재생되듯 정신없이 마주한 탕헤르에 열지 못 한 마음에 바로 떠나기로 했어.

자동차 라이트에 기대 본 까만 풍경이 전부였던지라 조식 먹으러 간 옥상에서 본 메디아의 풍경에 감탄이 나왔어. 시리도록 깨끗한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 같았어. 

 

 
체크아웃하며 어젯밤 골목이 많아 길 찾기 쉽지 않았다는 내게 숙소 주인은,
'길 잘 찾는 팁을 알려줄까? 지도를 보지 말고 다녀야 해. 헤매고, 잃어야 길을 제대로 알 수 있어.' 라며, 씩 웃어 보였어.



그치만, 서둘러 쉐프샤우엔에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탕헤르에서 길을 잃을 시간은 없었어. 최소거리로 검색해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스친 풍경을 지금 떠올리자니 내 것인지, 여러 명의 풍경이었는지 흐릿해져 버렸어.


 

 
쉐프샤우엔까지는 모로코에서 믿고 탄다는 'CTM버스'를 타고 가려했거든? 하지만 CTM버스는 자체 정류장이 있어 일반 버스터미널에선 탈 수 없다. 는 걸 숙소를 나오기 전에 알았다면 어땠을까?



선풍기뿐인 일반 버스에서만큼 쉐프샤우엔에 도착을 갈망하지 않았을 거고, 내리자마자 느낀 상쾌함과 자유로움도 덜 했을 거야. 무엇보다 버스 안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눈 모로코인으로부터 'Have a safe trip.'라는 말도 못 들었겠지. 
 


대충대충의 모로코 여행을 탈 없이 안전하게 할 수 있었던 건 그녀처럼 우리의 여행이 안전하길 빈다 말해주던 여러 모로코인들 덕분이지 않았을까 싶어.
 

 
3시간 반 뭐 그 정도 걸려 쉐프샤우엔에 도착했나 봐.

짐을 찾고 블루시티라 불리는 풍경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 다시 지도를 켜고 도시 안으로 들어갔어.

 
길을 잃는 건 짐을 놓은 후에 시작해도 충분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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