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프샤우엔에서 페즈에 가는 길에 휴게소를 들러.
무조건 내려서 꼬치를 사 먹자. 여기 진짜 맛 집이란 말이야.
모로코어, 불어 다 못한다? 괜찮아 우리에겐 손가락이 있잖아. 나도 손가락으로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어.
날이 좋지 않았어.
나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터라 페즈를 떠올리면 흐리고 장마 직전의 어둠이 떠올라.
근데 그건 그거고, 쉐프샤우엔에 있다 왔는데 맥도날드 보이고, 까르프 있는 도시맛에 또 살짝 들떴네.
페즈의 골목은 구글지도도 잡지 못 한다는 걸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는데 당해보니 너무 당황스럽더라.
성곽 안으로 들어와서부터는 골목에 골목에 골목이 있는 복잡함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숙소를 찾지 못해 앞에 있는 아이에게 물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어.
진짜... 걔 아니었음 절대 못 찾았을 거야.
장롱 문 너머 나니아는 아니지만 건물 밖과 안은 전혀 달랐어. 무덤덤한 문을 열면 화려하디 화려한 실내가 너무 매력적이었어.
1층 중앙 넓은 홀에 있는 크고 편한 소파에 안내하고는 바로 웰컴 티와 쿠키를 내주는 서비스에 밖이 아니라 내내 안에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쉐프샤우엔에서 만난 모로칸의 충고를 받아 이른 저녁을 먹으려다 그러지 못하고 캄캄해져 숙소 밖으로 나온 지 2분도 안 돼서 우글우글 모여있던 꼬맹이들 사이에 다툼소리가 번지더니 유리병 깨지는 소리가 뒤따랐어.
침착함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내 다리는 1.5배 이상의 속도를 내며 시장 안으로 들어갔지.
휴게소에서 먹은 꼬치가 계속 생각나서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짠맛만 느끼고 돌아와 물을 벌컥이며 잠에 들었어.
페즈에 다시 간다면 다른 숙소를 찾을 일 없이 이 숙소로 갈 거야.
정성스럽게 차려둔 조식에 지난밤 하락한 페즈에 대한 마음이 상승했어.
보는것만큼 맛있는 조식을 먹다 옆 자리 앉은 프랑스에 사는 모로코인과 대화를 나눴어.
우리 여행이 궁금했는지 이것저것 물어 보더라구. 육하원칙의 질문에 대답하다 이후 목적지를 물어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직접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화면이 어찌나 흔들리던지 멀미가 와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어. 덕분에 거기가 어디었는지 단 1도 모르겠어.
그거 말고도 간단히 고맙습니다. 같은 간단한 말을 배워보려 했는데... 발음이 너무 어려워 따라 하면서도 절대 못 쓰겠다 싶었지.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는데 그녀로부터,
'Have a safe trip'
라는 말을 또 들었어.
벌써 세번째야.
당장 오늘 밤버스를 타고 메르주가에 갈 예정이야.
서둘러 짐을 싸 체크아웃을 하고 어제 걸었던 길을 따라 수프라 버스 사무소로 가 티켓을 구입했어.
가방은 맡겨두고 까르프로 가서 마트구경, 식사거리를 사서 공용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페이스북 메시지로 '알리네' 숙소를 예약했지.
예약이라고 해도 그냥 이동수단, 인원, 이름 뭐 이 정도? 만 알려주고 예약금 이런 것도 없어 긴가민가 싶지만 알리아저씨한테 대답을 받았다면 예약완료.
여행을 다니다 보면 현지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게 되는데, 대학 2학년, 인도 여행에서 우다이푸르였던가?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곳을 이용하는 국가들을 보면 일본 -> 한국, 이스라엘로 돈다고 했어. 그게 모로코 가기 거의 7~8년 전이었는데 알리네도 먼저 일본사람들이 주 고객이었다고 들었거든.
ATM에서 돈도 카드도 안 나온 썰 푼다.
버스 타기 전 돈 뽑으러 갔는데 나오라는 돈은 안 나오고 영수증만 나오는 거야. 기계 놓인 상점은 휴일인지 사람하나 없던 터라 도움을 어디다 청해야 하나요?
우선 보이는 사람한테요.
어떻게 도움받아 담당 은행 관리자와 연결이 돼서 상황설명하니 기계에 충분한 돈이 없어 안 나온 거 같다. 카드가 안 나온 건 기계 오류 같다.라는 답과 오늘은 휴무라 못 가고 내일 꺼내줄 테니 내일 가져가라는 영 흡족치 못 한 대답에 받아쳤지.
- 오늘 메르주가 가는데?
4일 뒤에 다시 돌아올 테지만 그때까지 카드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어 폐기처리를 부탁하며 페즈의 마지막 스케줄로 카드를 정지했어.
엊그젠 비행기 놓치고, 오늘은 카드를 놓고... 앞으로 또 뭘 놓고 다니게 될까.
모로코
'여행_편지 > 모로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로코06_바람이 불면 사막에선 할 수 있는게 없어 (1) | 2024.11.08 |
---|---|
모로코05_메르주가 (7) | 2024.11.06 |
모로코03_쉐프샤우엔 (9) | 2024.11.03 |
모로코02_파란색을 싫어하면 어떡하지 쉐프샤우엔 (5) | 2024.10.29 |
모로코01_탕헤르 (13) | 2024.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