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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여름방학

너의 여름방학_02

by 죠죠디 202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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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보내는 너의 여름방학 첫날,

운동 끝나고 돌아와 포켓몬스터 보고 있는 너에게 재미없게도 나는,
'아침 먹었어~?'
'양치했어~?'하고 물었지.
같이 보자고 할 수 있었을 텐데... 러닝머신 위에 그런 센스를 놓고 왔다고 생각해주렴.



한 여름,
실내 온도 33도쯤 돼야 에어컨을 틀어주시는 할머니를 설득하는 건 포기하고 나는 너의 손을 잡아끌고 단지 내 카페로 갔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너를, 타고난 집돌이인 너를 데리고 나오는 건 시간이 조금 걸리는 일이긴 했지만 집 안에서 너는 포켓몬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더라.




너도 나처럼 나가기 전까지는 온갖 것들에 귀찮아하고 피곤해하며 게으름 피우지만 정작 문 밖으로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기가 넘치더라.(아, 이건 너만 나는 생기 안 넘쳐 이제...)


너는 구몬을 나는 책을 읽기로 하고 온 카페에서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태블릿 켜던 너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지더니 (요즘 구몬 태블릿으로 합디다... 격세지감) '배터리 0%야. 헐!!' 하고 내게 말했지. 갑자기 기분 좋아보이던데 그거 내 착각 아니지?

왜냐면 나(라)도 그랬을테니.




충전기 선 가져올 테니 카페 안에 있는 어린이 책 중 읽고 싶은 거 가져와 읽으라고 했더니 고심하며 네가 골라 온 책이...'공부의 미래'. '그니까 이게 네가 읽고 싶은 책... 이야?' 하고 너를 바라보니 '4차 산업을 대비해서 이런 책을 읽어줘야 해'라고 대답했다.



가끔... 뭐랄까. 나는 네가 내 조카라는 게
그... 막 놀라워.
(근데, 충전기 가지고 왔더니 너 다른 책 읽고 있더라?
그 책 별로 재미없었지? 나는 제목부터 딱 느낌이 오더라. 혼자 지루해하지 않고 재밌는 책 잘 골라서 읽고 있어 줘서 고마웠어. :)






그리고 충전될 때까지 우리는 같이 책 읽었지.
카페가 노랫소리, 사람들 말소리가 다 섞여서 시끄러웠는데 그 사이 흥얼거리는 네 소리 한 가닥이 들리더라.


스피커에 나오는 노래 음을 따라 콧노래 하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책을 읽는 네가, 나 혼자 또 너무 귀여워 책 대신 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의 산 보다 네가 훨씬 재미있...)



너는 언제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하는 어린이로 자란 걸까.

보면 엄청 어른스럽다가도 허술하게 드러나는 어린이다운 모습에 자꾸만 더 너를 좋아하게 된다. 귀여워... 아주 귀여워 죽것어. 생긴것도 귀엽고...그냥 귀여움 덩어리여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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