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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오리2

04_이탈리아_아말피는 레몬사탕으로 기억되리 긴 밤을 지나 모든 곳을 다시 나타나게 한 나는 마이오리 '레지던스 듀 토리' 3층 창 앞에도 있었다. 나타나기 시작하면 존재하는 모든 곳에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나는 이미 내가 없던 내내 깜깜하게 식은 바다의 겉 피부를 덥히고, 셀 수 없이 많은 식물들을 매만지며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 창 앞에 한 줄기가 아닌 다 잡을 수 없는 양으로 모여있던 나는 어떤 귀띔도 없이 생긴 창 뒤의 블라인드 틈을 통과해 마침내 방 안으로 닿았다. 새카만 블랙홀 같이 무의 공간이었던 방은 나의 도착으로 색을 되찾았는데, 반짝이는 파란색 타일 바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면은 새하얀색인 원룸으로 부엌, 거실, 침실까지 있는 방 안에 사람 두 명도 있었다.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띄고 나를 찬양하듯 .. 2022. 8. 18.
03_이탈리아_되찾은 여유, 마이오리. 살레르모역에 천천히 멈춰 선 기차는 반 계절을 뛰어넘어 초여름 안으로 우리를 내려주었다. 불과 몇 시간전까지 참을 수 없는 추위에 떨며 간절히 원했던 온기 가득한 곳에 놓여지다니, 기차가 나의 소망과 함께 달린 걸까? 덕분에 새벽 내내 마른 오징어 같이 구겨진 몸을 쭉 펴고 내릴 수 있었다. 그날, 날씨가 정말 좋았다. 구름 하나 없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태양 그리고 바닷가 특유의 짠내와 끈적함이 뭍은 공기 내음까지 꼭 '바캉스', '여름방학'에 걸맞은 날씨였다. 사진으로 봤어도 충분히 느껴졌을 그 분위기 안에 배낭까지 메고 서 있자니 꿈꿨던 휴가지에 막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너는 어떤 기분으로 도착했을까. 너도 처음이었을 장소가 궁금할만도 했을 텐데 너는 감상보다 현실파악이 ..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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