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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7

모로코01_탕헤르 어제, 모로코 배경인 영화를 봤더니 모로코가 그리워졌어. 그래서 치앙마이를 멈추고 모로코를 써보려고 해. '탕헤르' 이 이국적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려 뱉은 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거 같아. 당시 세비아에 있었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탕헤르로 들어가기로 했어. 탕헤르에 도착해서 시내인 메디나까진 걸어갈 생각이었기에 '구항구' 티켓을 사야 했지. 근데 왜... 분명 생각하고 있는데 행동으론 전혀 반영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 그리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와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런 때가... 바로 이 날이었지. 아무 생각 없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며 돌고래나 봤으면~ 하는데 진짜 돌고래가 페리 옆에서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걸 보며 모로코! 왠지 느낌이 좋다며 그 시간에 완전 푹 빠져있었지.. 2024. 10. 28.
예예_둘에게 이번 주말 나는 붉은 머리딱따구리, 뱀, 개구리와 여러 곤충들을 보고 왔어.이 모든 동물들을 보고 찍고자 했던건 너희 둘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가끔 노루나, 토끼 다른 나라에서는 여우도 봤던 곳에 서 있다 보면 내가 아닌 너희들을 데려 왔어야 했다거나 여길 어른들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가능한 어떤 새로운 장소로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해./회장이 됐다지?쑥쓰럼이 많아 여전히 뭘 사달라고 쉽사리 말도 못 하는 녀석이 어떻게 친구들 앞에 나서 선거를 다 했나 싶었어.나는 모르는 너의 사회생활이 신기하고 그렇더라.너는 너로써 충분히 멋진 사람이라고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어째 너는 그 멋짐에 보너스점수를 더하는 사람이었나. 여하튼, 네가 좋다면 내게도 좋은 일이니 난 2학기 일이 늘어나는.. 2024. 9. 4.
너에게2 몇 번이고 틀리던 번호를 제대로 맞추고서는 너는 내게 말했다.‘이제 완벽히 알았어! 이게 다른 의미로 뭔 줄 알지?’- 다른 의미로?? 뭐??‘몰라? 진짜 몰라?’- 네가 내 비번을 맘대로 바꿀 수 있다는 건가?‘아잇!ㅋㅋ, 아니!!’- ??‘영원히 생일을 기억할 거라는 거’너는…진짜 감동으로 내 숨을 멈추는 방법을 터득한건가.세상 감정표현에 뚝딱이인 녀석인데, 늘 이렇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사람을 녹아내리게한다.어느 식당에서 서비스로 둔 사탕이 내가 좋아하는 사탕인걸 기억하고는 '좋아하는 거라서 가져왔어!' 라며, 호두 파이 좋아하는 걸 알고 생일 케이크로 호두 파이를 선물해준다는 너는... 너를, 너에게어떻게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그렇지만 말이야.네가 오늘의 이 대화를 나와 나누지 않고,.. 2024. 9. 3.
오늘의 달 횽, 어쩐지 오늘의 달은 뭐랄까…좀 더 아득했달까. 아련이었던가./전주로 출장을 다녀왔어.전주는 횽과 처음이었어서 그때 생각을 했지.전생의 기억처럼 끄집어내어서야 그때가 하나씩 떠올랐어. 전부를 떠올릴 수 없는 기억 속의 도시.그날과 접점이 하나도 없이 보낸 오늘의 전체는 아마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도 쉽게 잊어버릴 거야.전주를 그렇게 또 잊으려나. 2024. 8. 8.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6. 종묘에 가고 싶었다. 덕수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숱하게 다녔는데 종묘, 종묘만 가보질 못 했다. 가야 할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름답다고 하니 (혼을 모아둔 장소를 아름답다고 해도 되려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횽에게 종묘에 가자고 했다. 비가 온다고 했나? 꾸물거리는 날씨가 쫓아오지 못하게 버스를 타고 몇 개의 동네를 너머 중구에 도착하니 버스 유리에 물 방울이 떨어졌다. 내가 비구름을 따라간 건가... 먼저 도착한 횽이가 있는 카페로 가니 노랑 노랑하니 귀여운 겉모습 속 헤비메탈의 영혼이 숨겨져 있는 곳이었다. 가득 찬 사람들의 말소리도, 매장 내에 틀어놓은 음악 소리도 둘 중 누구 하나 질 생각 없다는 듯 사운드 세게 터져 나왔다. 횽이가 한산한 카페를 생각했다는데 종로는 .. 2022. 9. 17.
나의 오래된 오래전 친구에게. 골프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쌓은 큰 담장을 온몸으로 올라가 놀고 있는 초등학생 둘을 보았다. 담장 위는 화단이라 큰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마침 꽃망울들이 하나 둘 터져 하얗고 작은 꽃이 불규칙적으로 여기저기 펴 있었다. 나 또한 그게 너무 예뻐 마음 속으로만 감탄하며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발을 올릴때즘 ‘꽃 좀 봐! 너무 예쁘다!’ 하고 들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에 '진짜 예쁘다'며 공감하는 여자아이의 말에 내게도 저 두 아이 같던 시절을 함께 한 'K'가 생각났다. 우리는 어린이집부터 알던 사이로, '응답하라 1997'처럼 이웃사촌으로 엄마들이 먼저 친하게 지내고 있던 사이였다. 유치원생이던 당시 나는 동성친구들과 놀기보단 이성인 너와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2022. 3. 23.
선배에게_01_이탈리아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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