횽이와함께3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9 느긋하게 준비한 건 아니었는데, 좀 느리게 움직였나봐. 만나기로 한 시간에서 한 시간을 더해서야 만나기로 한 장소는 몇 년 전 겨울 내내 매일 오갔던 경험이 가득한 곳이었지. '구파발' 나는 여기만 생각하면 그렇게 손, 발, 코... 모든 감각들이 시려와. 횽이 생각해둔 곳은 시간이 늦어 못 가고 대신 산책로가 있다는 카페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나 또 어디 여행 가는 것 같고 그래서 좀 두근했쟈나. 처음 가는 낯선 길을 불안함 없이 갈 수 있는 일은 내가 용감한 것보다 함께 하는 사람의 힘이 더 크다는 걸 매번 횽을 만나는 날 경험해 나. 도로 중간 덜렁 세워준 정류장이었지. 바스락 낙엽들이 떨어진 길을 얼마 걷지 않았는데 공기부터 다르더라.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청량한 공기와 트인 시야를 갖게 될 .. 2022. 10. 31.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8-1 새벽 내내 바람이 와장창하고 불었어. 태풍이 온건가 싶었는데 일어나 창문을 여니 지난밤 흐린 하늘 속 구름을 데려가느라 그리 세게 불었나 봐. 새파란 하늘이 맑디 맑았지. 부는 바람의 세기를 아침에 기억한다는 건 깊이 잠을 못 들었다는 이야기지_나도 횽아도. 당연히 피곤했을 테지만 피곤해하지 않았던 건 '경주', 오늘 경주에 가기 때문이었어. 원래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경주였잖아. 둘 다 아주 오랜만이자 갈망한 곳이었는데 생각해보면 또 딱히 좋아하는 곳, 하고 싶은 게 있는 게 아니었지. 순수하게 경주에 오고 싶었네 우리? 이미 알고 있겠지만 횽아, 경주 가는 중에 지났던 '광명동' 풍경이 진짜 여전히 너무 생생하다 나.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에 카페인 한 톨도 안 마셨는데 두근거리며 반응하는 심장에 아.. 2022. 10. 29.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7 생전 처음 타는 버스와 처음 가 본 동네. 에 의심하지 않고 덤덤히 가게 되는 힘은 그곳을 제안한 사람이 횽이라서라는 걸 여기에 적어. 분명 가을을 즐기러 나왔는데 실내로 무자비하게 들이닥친 햇빛 덕에 버스 안은 아직도 여름이더라. 그게 올해 여름, 바다로 데려다주던 버스와 같은 실내와 얼추 뭐 비슷한 이동시간에 바다에 가는 걸까? 싶었어. 그도 그럴게 이 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좀 몽롱했거든. 해가 꼼꼼히도 닿는 쪽에 앉은 나는 금방 잠에 들었는데 자꾸만 내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햇빛 때문에 몸을 조금씩 돌리다 결국 반대쪽으로 아예 몸을 틀어 앉아 갔잖아. 맞은편에 앉은 승객도 숙면중이였는데 안 그러셨으면 좀 불편하셨을지도…? 혹시 못 일어날까 봐 맞춰둔 알람에 주섬주섬 정신을 챙겨 내릴 준비를 했.. 2022. 10. 8.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