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겨울을 만났지.
내가 원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 날이었어.
내내 가고 싶었던 종묘_ 이 추운 날 우리 말고 누가 갈까? 했는데 오산이었다.
둘 다 코가 빨갛게 된 루돌프가 되어 들어간 종묘_ 나 너무 기대하고 여기가 내가 보고 싶은 정전 같은데? 하고 보니,
정전 공사 중인 거 왜 말 안 해줬어요.(24년까지 공사 예정)
나 이거 보려고 온 건데 티켓부스 선생님 너무하시네.
종묘_ 생각보다 크더라.
흰 눈에, 깨끗하게 찬 공기를 얼굴로 직접 마주한 기분 째지는 오후, 산책로 따라 한 바퀴 휘돌고 (추워서) 아무도 손 안 댄 눈으로 우린 각자 오리 만들었지.
횽 오리 귀엽드라.
말랑말랑 멜팅덕.ㅋㅋ
내 오리는 머리가 무거워서 날지 못할 거야. 봄이 오기 전까지 수돗가에 있다 물이 나오는 어느 날 물로 돌아가면 좋겠다.
종묘는 다음 봄에 또 가보고 싶다.
초록색 나뭇잎 가득할 때에. 분기마다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네?
시린 발을 녹이며 걸어 도착한 올해 특급 특급 대특급 소망장소에 도착.
미쳐따. 미쳐써.
진짜 한 해를 꼬박 넘겨서야 오게 된 둥켈맛집. 흑맥맛집. 우리 맥줏집.
여기 오는 게 왜 이렇게 힘들었던 거지. 다섯 시 넘어서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 곳을 사계절 보내 한 해가 끝나기 직전에 어렵사리 왔다. 그래서 더 좋아. 올해 남김없이 내가 하고 싶은 목록 마지막 줄에 밑줄 그은 기분이야.
의례적으로 앉아 메뉴판을 봤지만 맞아, 횽이 말한 대로 어차피 둥켈 마실 거였어.
무겁고 투박한 잔에 담겨 나온 검은색 맥주는 우리 테이블 위에만 올려졌고 바로 마시는 게 벅차 사진으로 꽝꽝 찍어두고 간신히 짠- 후 첫 모금 입 안으로 들어오는데 횽, 진짜 전율이 오더라. 이 맛을 어쩜... 잊고 있었지.
한 입에 첫 모금을 끊을 수 없어 연달아 두 모금을 더 마셨어.
시중 나와있는 흑맥 다 저리 가. 그동안 내가 마신 캔맥주들 다 물렀거라!!!
놓치고 놓친 순간들이 쌓여서 오늘 맛으로 폭발하게 해 준 건가.
횽을 만나서 뽀독뽀독 눈을 밟으며 종묘를 산책하고 눈오리까지 만들어 더 바랄 게 없는 하루였는데 오랜만에 찾은 맥줏집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스리슬쩍 취기 오른 말랑한 기분,
내내 축하하고 선물 주며 꽉 채운 11월을 지나서 또 전해준 말차생초콜릿은 하루에 4개는 무리라 2개씩 꼭꼭 먹고 있어.ㅋㅋ
그리고 추쿵추쿵 같이 지하철 타고 귀가한 오늘 겨울밤은 웃음이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