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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

그들 01

by 죠죠디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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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그들에게 시선을 두지는 않았었다. 

신호등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던 건 그저 마음 상태가 답답해서였다.
멍하게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에 대한 한탄을 회피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으로 휘휘 소셜미디어를 넘겨대는 중이었다. 
그러다 그 상황에 있다는 것도 참을 수 없어 눈을 감고 고개를 바로 했을 때, 바로 앞에 있던 그들의 뒷모습에 고정 돼버렸다. 

‘착하네 엄마랑 같이 나오고’ 하며 혼자, 아담한 키에 짧고 가벼운 머리를 한 이를 보고 생각하고는 바로 옆 긴 머리에 손 가벼이 전화통화 하고 있는 이를 보호자네 하고 쉽게 생각한 빨간불 앞의 둘이었다. 


그러다 횡단보도의 불이 바뀜과 동시에 어? 하고 소리냈던 이유는 '손' 때문이었다. 

불이 바뀐 줄도 모르고 서서 전화를 이어가던 사람의 허리 위로 올라 산들바람처럼 앞으로 밀어준 다정한 손. 
20초 길지 않은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까지 서로 잔뜩 붙었다 살짝 떨어지는 걸음으로 마침내 길을 다 건너서도 여전히 가까이 붙어 같은 길을 걸어가는 둘의 모습에 나는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멋대로 지나버린 과거 속 내 손임과 동시에 많은 날 내 등에 올라 따스히 밀어준 손을 떠올리게 해 준 그들의 뒷모습에 당장 참을 수 없이 답답했던 삶을 수월하게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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