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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

콩벌레에서 콘트라스트까지

by 죠죠디 202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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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이 있는 건물 화장실에서 죽은 콩벌레를 봤다.

어떤 마음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멀뚱이 서서 바라보게 됐다.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그랬다.
생을 다 한 것들에 시선을 가둬두는것이.


횽이와 라오스여행 중 자갈길에서 마지막 날갯짓을 하는 나비에도, 땅에 떨어진 제철 맞은 꽃들에도, 도로 위에 누워있던 까치에도 왜? 어쩌다? 하며_


정말이지 저 콩벌레는 어쩌다 화장실에 들어와 여기서 최후를 맞이한 걸까. 여긴 너와 어울리지 않는 곳인데. 하다 돌연 어울리는 곳이 어딜까? 잠깐, 그렇다면 나는? 까지 꼬리를 물며 나는 다시 머문 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이 콩벌레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힘들게 갔을지도…



나는 이제야 내가 있을 곳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살고 싶은 곳을 넘어 죽고 싶은 곳.



 



보기가 더 이상 많아지는 건 이제 피곤해졌다.


어디든 가보고 싶었던 지난날의 나는 과거가 되어 떠올릴 뿐이다.

점점 좁아지는 보기가 불편하지 않다. 이제야 거름망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걸러 모아 놓고 그중 더 좋은 것을 고를 수 있게 된 기분이니까.



이런 걸 얼마나 바랐는지 모르겠다.


아니,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이 어떤 건지도 몰라 연필만 노트에 콩콩 찍다 찍다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때엔 지금을 바랄 생각조차 못 했지_

스스로도 흐릿하다 느꼈었던가.


여하튼 콘트라스트 쨍한 피사체가 된 요 몇 년이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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