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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편지/라오스

Dear.08_루앙프라방에서02

by 죠죠디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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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선 유독 평화로웠어.(물 맞을 때 제외)
도시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윤슬이 반짝이는 물표면 같았어.
 

 
매일 나를 향해 날아오는 물들이 각인돼서인가?
 
새벽, 해가 뜨기 전 일어나 탁발행렬을 봤어.


길게 줄을 지어 나온 스님들에게 무릎을 꿇고 음식과 돈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아, 나도 준비해서 시주를 드릴걸 그랬다. 싶었어. 당장 뭔가 빌거나 기도할 건 없었지만... 음, 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더라
 

여전히 왜인지 모르겠네
 

 
이날이 설날 당일 같은 날이라서 도시가 축제 그 자체였어.


이미 전날밤부터 메인거리 가득 자리 잡은 상인들이 탁발행렬이 있기도 전부터 물건을 내놓고 준비 중이었지.
장난감, 신선한 야채들과 과일 그리고 옷가지 등이 알록달록 거리를 가득 채운게 꼭 장날 같았어.


보고 있으면 그리워지는 풍경이었어.

어릴 때 살던 작은 동네에 시장 같기도, 좀 더 커서 살던 아파트 단지에 한 해에 한두 번 크게 열리던 축제 같아 잠깐 넋을 놓고 봤나 봐.


현실에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니 감사하게도 좋은 시절을 보냈지.
 

날도 환하게 개어 루앙프라방에 온 이후 제일 예쁜 날이었다.
 

 
아침으로 전날 못 먹은 까오삐약을 먹고 조마 베이커리로 갔어.

오늘은 먹는 거 말고 할 일이 좀 있어 차분히 검색할 시간이 필요했거든.
근데 이제 조마베이커리를 가는 한 발자국당 물 한 바가지씩 맞으면서(식당에서 조마까지 15분 거리)
 
조마베이커리에 도착했을 땐 내겐 악과 화만 남은 상태였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은 몸과 함께 말이야.

내 다신 송크란 기간엔 안 온다. 
 

 

바이크를 빌리러 가는 큰 행렬이 멀리서부터 오길래 얼른 사원 앞 언덕으로 올라 행렬을 봤어.

성별, 나이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들뜬 분위기와 천진난만한 얼굴들을 보고 따라 웃고 있었나 봐. 


이 때문이었나?

축제라는 특별한 날, 여타 부정적임과 악의를 느낄 수도 없이 이를 덮는 많은 이들의 천진난만함에 평화롭다 느낀 게  말야.


 

 
바이크를 빌렸어.

루앙프라방 폭포들이 그렇게 애매랄드에 이쁘다고 하더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한 꽝시폭포는 요 며칠 비가 많이 와 물이 탁해졌을 거라고 해서 좀 더 찾아보니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땃새폭포가 며칠 전까지 에매랄드 물 색이었다고 쓴 글을 읽었거든. 아 가는 길도 좀 더 짧고 그랬던가?
 

 
도심을 벗어나니 한적한 풍경이 또 이쁘더라.
구불구불 가다 어느 길부턴 직진이라는 걸 기억하고 예쁜 풍경만 보고 달렸더니 길을 잘 못 들었네? 심지어 한 시간 정도 달린 터라 꽤나 멀리까지 갔더라. 

다시 길을 돌아가야 하는데 나시, 반팔, 반바지를 입은 우리 머리 위에 있던 해에 속성으로 익은 피부가 따끔거리기 시작했어.

에헤이 이거 망했네... 당장 살 길은 긴소매를 사는 일!


시장 찾는다고 20분을 헤맬 때는 웃돈이라도 주고 현지인이 입고 있는 옷이라도 사야겠다 했는데 어찌저찌 시장에 도착해서는 느긋해져 디자인 하나하나 다 보면서 고르고 흥정까지 야무지게 했잖아.
 

 
한숨 돌려 도착한 땃새폭포에 대해선... 말을 아낄게.
그냥 우기엔 폭포 가는 거 아닌 거 같아. 애매랄드는 고사하고 흙탕물이라도 찰랑찰랑 있어야 물놀이라도 제대로 할 텐데 내가 갔던 날 땃새는... 땃새는....
 

 
예정된 시간보다 이르게 돌아온 루앙프라방에 바이크를 반납하고 다시 메인거리를 걸었어.

바이크 한참 탈 때는 그렇게 맑더니 도착하고 났더니 흐린 날씨에 기분이 다운돼서 조마베이커리로 갔어.
그리고 해 질 무렵 들어간 조마에서 어둑해져 나왔어.

조마엔 다들 짧게 머물 수 없는지 들어온 사람들이 쉽게 떠나질  못 해.
하는 것도 없이 멍 때리다 보면 시간이 금방인 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이 보다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아.
 

조마에 가면 기분이 조크든요

 
아마 이 날 저녁도 전날 갔던 식당에서 국수를 먹었던가 했던 거 같아. 

밥 먹고 산책 삼아 야시장을 돌며 맘에 드는 바지 가격도 미리 알아놓고 더 이상 피곤해 돌아다닐 수 없겠다 할 쯤 큰 마트에 들러 간식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지.


이날 벌겋게 익어 따끔거리는 피부에도 하루가 개운하고 만족스러웠던 건 스스로 왜일까?

질문하고 답을 찾는 시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

한국에 있을 땐 내 감정이나 생각보단 여러 인과관계에 대한 질문만 할 뿐이었거든. 남이 아니라 내가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겐 무조건적으로 필요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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