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없더라.
우리가 묵을 숙소를.
한 시간을 넘게 숙소들을 찾아다니며 얻은 결론은 메인 거리에 있는 곳에서 머물려면 숙박비를 많이 내거나 아니면 룸컨디션을 포기하던가.
(선택사항_창문없이 모기장만 있는 방갈로, 소음 가득한 팬이 도는 방, 눅눅한 메트리스가 놓인 방)
솔직히 말하자면 도착한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숙소를 구하지 못 한다? 이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지.
물 속이나 다름없이 습하고 더운 날씨에 맨 몸으로 다녀도 힘든데 배낭까지 메고 있자니 둘 다 짜증 가득한 시한폭탄의 아우라를 뿜어내며 다시 메인거리로 나왔어.
뭐 털린것도 없는데 뭔가 세게 털린 기분이었어.
같이 여행하기 ‘룰 넘버 원.’
서로 짜증난 상황에는 떨어져 있기.
멀찍이 앞 뒤로 떨어져 걸으며 우린 각자 앱으로 숙소를 찾았어.
가성비고 자시고 이젠 괜찮은 방을 찾으면 무조건 가자. 하고 보게 된 '사바이디 게스트하우스'의 외관 사진에 정신이 살짝 차려졌지_좀 이뻤거든.
어쨋든 뭐 나머지는 모르겠고 방이 있다니까!!! 가보자 하고 여전히 앞 뒤로 떨어져 걸음을 옮겼지.
솔직히 걸으면서 거기도 별로면 어떡하지? 더는 못 찾으러 다닐 거 같은데. 하는 생각에 심란했었어.
위치가 메인 도로에서 20분은 걸어야 하는 곳에 있었거든.
길을 건너고, 웅덩이를 피해 길을 고르는 것 마저 피곤해진 상태에 너무 메인도로에서 벗어난 곳을 고른 게 아닌가? 싶었지.
그저 지도만 신경 써 보다 갑자기 들리지 않는 소음들에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정겹기 그지없는 가정집들이 모여있는 동네에 있는 게 아니겠어.
도로도 넓고, 밥 짓는 냄새와 창문 넘어 들리는 이국적인 TV 소리, 집 안에서 울리는 말소리_ 거기에 각 집 마당에 그득한 야자수와 같은 식물들까지. 큰 도시라 생각한 루앙프라방 안쪽의 풍경은 너무 푸근했어.
그래서 아직 우리가 찾는 숙소에 도착하지도 않았으면서 이 동네에 머물길 희망했어.
'사바이디'
는 내가 정겨워했던 풍경이 있는 곳에서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었어.
정문 안으로 들어가서도 양쪽 끝에 큰 나무들이 자리 잡은 정원 길을 따라 걸어야지 숙소 건물에 닿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꽤나 분위기 있는 숙소에 여기가 우리가 본 곳이 맞는지? 여기에 묵어도 괜찮은 건가?(1박 200,000 kip) 싶었지.
그럼에도 스텝 뒤를 따라 오르는 계단의 삐걱 거리는 정겨움이, 2층 복도의 소음 하나 없는 고요함에, 묵직한 열쇠로 연 방의 찬 대리석 바닥의 깨끗함과 신식 에어컨 리모컨과 해가 잘 들어올 커다란 창문 그리고 깔끔한 화장실을 확인하며 여기다! 했다.
우린 여기서 3일을 머물 거고,
아마 3일 동안 너무 즐거울 거야.
그리고 정말 그랬어. 친절한 스텝들과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갔던 정원이 보이는 별장과, 밤마다 들리던 풀벌레 우는 소리. 청결한 룸 컨디션에 맘 편히 머물던 곳이라 언젠가 루앙프라방에 다시 간다면 다시 찾아가 볼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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