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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편지/라오스

Dear.03_방비엥을 즐기는 이.

by 죠죠디 2022.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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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가는 곳은 가보자는 여행 스타일은 아닌 나도 '블루라군'은 가보고 싶었어. 그래서 한 번 가보기로 했지.


그 전에 준비물을 소개해도 될까?




1. 바이크.
오늘 하루 종일 우리의 발이 되어줄 바이크는 아침 일찍 가야 좋은 물건으로 고를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우린 점심이 지나서야 숙소에서 나왔지. 남아 있는 물건들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본 후 고른 우리의 바이크는 아주 멋진 파란색에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는 게 딱 이었지.

2. 유심.
처음 유심 세팅이 쉽지 않다고 해서 우린 라오 텔레콤 서비스 센터에서 구입하기로 했어. 거기선 알아서 다 해주신다고 하데?
유심 없이 다녀볼까 했는데 매번 캡처한 지도 보고 찾아다니고, 캡처해둔 정보 그 이상으로 필요한 때를 몇 번 반복하니... 유심, 사지 않고는 못 버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거.

샌드위치. 물놀이하고 먹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겠어(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음료도 하나 준비하면 완벽! 사장님과는 어제 얼굴 텄는데 오늘 갔더니 단골처럼 서비스 팍팍 주시는 덕에 저녁도 샌드위치 먹을 뻔했잖아. 쓰다 보니 보고 싶다. 사장님의 큰 손.



블루라군까진 바이크로 한 시간은 안 걸렸던 것 같아.
거기다 가는 길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비포장 흙길과 신기하게 생긴 산들 구경하며 즐겁게 달렸나 봐.

가기 전에 읽은 후기에 물 색에 실망했다. 하는 글들이 있어 도착 직전에 좀 두근두근 하더라.

그늘 아래 바이크를 주차하고 어디에 있나? 하고 둘러보는데 바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어. 멀리 있나? 하면서 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으니 그제야 물이 보이기 시작했지.

별로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은 풍경이긴 했어.

뭐랄까? 물 색도 투명한 푸른색이 아니라 약간 옥빛에 딱히 막 신비한 장소 같지도 않았거든. 근데, 이미 알겠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그렇잖아. 기대한 만큼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곳이 있는 반면, 내 기대가 너무 커 실망하게 하는 곳도 있고. 그래서 일부러 B와 블루라군에 가면서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서로 얘기를 했었어. 거기가 어떻든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다가 오자고.

결과적으로 내게 블루라군은 '너무'라는 단어를 붙이긴 애매하지만, 예쁘고 즐거웠던 장소로 남아있어.




우린 바로 자리를 잡고 물로 들어갔어.
물은 꽤 깊었어. 둥둥 물에 떠 있다가 본 머리 위에 있는 나무가지에 어디서 난 자신감인지 몰라도 다이빙을 해봐야겠다 싶었어 (물론, 가장 낮은 곳에서). 척척 가지 위로 올라갔는데 낮다고 생각한 곳이 내 키를 더한 높이가 되니 꽤 높은 거 있지. 다시 내려가자니 그건 또 싫고, 후달리는 다리로 간신히 서 있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엉거주춤 물속으로 뛰어내렸어. 푸욱 하고 물속에서도 끝이 어딘지 모르게 낙하하는데 뛰어내린 순간보다 그 순간이 더 무서웠어.
한없이 내려가 물 위로 못 올라갈 것 같아 백조의 발처럼 발을 양팔을 마구잡이로 휘저으며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지.

그제서야 공포가 짜릿한 개운함으로 바뀌며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데 그 한순간으로 블루라군을 다 경험했다고 봐.
그 뒤로 우리는 얕은 물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어.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눈앞 풍경을 지켜봤나 봐. 한없이 멍해지는 게 곧 잠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었지만,
현실은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야 해! 하는 다급한 마음이었지. 우리가 너무 늦게 오긴 했어.




독특하게 생긴 산 뒤로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우리 모습은 꽤 괜찮았을 거 같다고 생각해.
피사체도 중요하지만 배경이 더 중요하니까. 정말이지 그날 하늘색이 환상적이었거든.

노을 색이 짙을수록 공기 오염도가 안 좋은 거라고 어디서 들었는데 그날 그 붉은색의 하늘이 보고 있었도 비현실적이라 내내 입을 벌리게 만들었어. 바이크를 운전하는데 자꾸 시선 강탈돼서 힘들었지.



여러모로 그냥 넘어가기엔 힘든 밤이었어.

블루라군도 무사히 다녀왔으니 축하도 해야 하고! 그래서 저녁으로 방비엥 맛집으로 소문난 구이집에서 돼지 뽈살과 곱창을 포장했어. 포장마차 같은 식당에서 먹으면 더 맛있었겠지만 먹고 바로 쉬어야 하니까. 소 같은 삶 즐겨줘야지.

그래서 방에 들어오자마자 거하게 차려놓고 병맥주로 건배하고 바로 고기 한 점 입에 넣어 꼭꼭 씹었어.

너무,
맛있더라.
그 하루를 맛으로 표현한 게 딱 내 입안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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