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섬투어의 아침이 밝았어.
숙소 앞으로 데리러 온다는 투어버스를 기다리는데 40분 가까이 늦게 와서 나 또 우리 놓고 간 거 아닌지 전전긍긍했네?
버스에서 내려 팀별로 같은 색의 팔찌를 끼고 순차적으로 배를 타러 출발했는데, 우리팀 대가족 늦게 와서 배에서 기다리다 뱃멀미 때문에 컨디션 떨어지고 여튼 본격 투어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은 시작이다.
이미 늦게 출발해서 시간에 쫓기며 투어를 시작했어.
첫번째 섬에 내리기 전에 다음에 스노클링 하니까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해서 그냥 사진 찍고, 옥수수도 하나 사 먹고! 다시 출발!
두 번째 포인트에 도착은 바다 한복판이라 배에서 한 명씩 뛰어 바다로 들어갔지.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물 속에 물고기들이 많아 수면 위로 나올 생각 안 하고 한참 보는데 투어직원이 돌아다니면서 모두 한 명씩 사진도 찍어주고 그러더라고?
스노클링 끝내고 바로 점심시간이었어.
스노클링을 해서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밥이 너무 맛있는 거야. 진짜 밥이 끝도 없이 들어가서 놀랬지만 멈출 생각 없이 두 접시 먹었어.
섬투어 오기 전부터 구름가득 낀 하늘인데 밥 먹으면서 해가 잠깐 비치길래 모래사장에 누워 낮잠까지 야무지게 자고 일어난 다시 이동!
일명 치킨섬...
흐리다 흐리다 했더니 치킨 머리 보일때 비가 떨어지더라고. 여기서는 한 명씩 배 머리 쪽으로 가서 치킨섬이랑 사진 찍고, 수박이랑 파인애플 후식을 내줘서 학교 다닐 때 맨 앞줄에서 뒷줄까지 가정신문 돌리듯 넘기고 넘기고 해서 모두 잘 나눠 먹었어.
마지막 섬도 물놀이 할 수 있는 섬.
이쯤 오니까 뭐, 배 타고 이동하고 섬에 내려 잠깐 놀다가 다시 반복...에 질리더라. 뭐 둘러볼 겨를도 없이 찍먹처럼 다니는데 그래도 마지막 섬에서는 오래 머물 시간을 줘서 느긋하게 물에도 들어갔다 섬 주변도 걸어 다닐 수 있었어.
나 혼자 바다에 누워있자니 귀는 물에 잠겨 외부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것도 구름 낀 하늘뿐이라 여기 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외로움보다는 차분해진 기분에 이 한순간을 위해 투어를 왔구나 했지.
그래서 이 마지막 섬이 제일 기억에 남아.
내내 먹구름이었던 포섬투어를 끝내고 다시 처음 모였던 모래사장에 내려 숙소 방향이 같은 그룹끼리 썽태우에 올랐어. 다들 어디 머무는지 우리 숙소 쪽은 사람이 별로 없어 거의 뭐 개인 썽태우 타고 숙소에 도착했어.
모래 잔뜩 뭍혀 온몸과 옷가지들을 얼른 처리했더니 정신이 또렷해져 바로 밥 먹으러 나왔네?
숙소 앞 가까운 노점식당은 밥이 너무 늦게 나와서 새로운 식당 찾아갔다가 만난 어느 미국인 할아버지와 오늘 포섬투어에 얘기하는데 그 할아버지,
-4 섬? 미쳤네, 하루에 4 섬을 다니면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잖아? 미쳤군!!
하시는데 저도 정말 동의하고 추천은 드리지 않아요.
밥 먹고 났더니 여유가 훅 불어 후식까지 챙겨 먹고 친구와 역시 육지가 최고다. 땅이 최고야 하며 오늘의 먹구름으론 분명 못 볼 노을이지만 하루 일과표에 별표 다섯 개 해둔 것처럼 아오낭해변까지 걸었어.
역시나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뭐, 볼 수 있지 않을까?
처음이었어.
일어났떠니 창문 밖으로 풍경이 보이는 건...
몇 날 며칠을 흐린 날씨로 지냈더니 햇빛... 사람 진짜 설레게 하더라.
뭘 해도 오늘은 기분이 좋을 것 같아.
오늘따라 노점상에서도 밥도 빨리 나오고 맨날 걸었던 길도 날이 좋으니 새로운 곳인 듯 어찌나 예쁘던지! 밥 다 먹고 기대에 차서 아오낭해변으로 갔잖아.
물 색 자체가 달랐지.
그동안 내가 봤던 우중충한 그 바다가 맞나?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푸른 바다가 여기 있었다.
아무리 감탄을 해도 질리지 않은 오늘의 풍경과 노을을 볼 수 있다는 확신에 기다리는 시간마저 지루하지 않았어.
노을, 진짜 예뻤다.
지평선 아래로 해가 완전히 지고도 내내 하늘색이 예뻐 밤까지 해변에 머물렀어.
오늘이 아오낭에서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고 드라마틱하게 오늘 날이 좋았지.
미련 없이 아오낭을 떠나 내일은 끄라비 시내로 이동해.
끄라비도 처음이라 기대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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