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디 이른 새벽에 나와야 했어.
새벽 첫 차로 기차를 타야 했지.
불 빛만 깨어있는 도로 위에선 내 발자국 소리도 무서워 후닥후닥 걸었지.
잠을 다 깨기도 전에 도착한 기차역엔 이미 나를 태울 기차가 정차해 있었고 기차 안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
꼭 특실표를 사라는 블로그의 글을 따랐는데, '특실'의 특별함은 쿠션감 있는 의자였지.
아, 일반실이었으면 8시간을 나무의자에 앉아야 했었을 테니 특별하긴 합니다.
창문을 다 열어놨기때문에 지나치는 풍경들을 꼼꼼하게 볼 수 있었어.
하지만 나는 꽤나 오랫동안 암흑만을 봤지.
도시를 벗어났더니 가로등 하나 없는 검정풍경에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과 덜컹이는 기차의 흔들림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뿐이었어. 야맹증이 있다면 미얀마 여행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듯싶어.
기차는 무궁화호 같았어.
작은 역들마다 정차를 했지. 그때마다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들이 머리 위에 망고를 이고 하나 둘 창문 앞으로 돌아다녔어.
횽,
미얀마를 여행하며 나는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엄마도 방학이면 새벽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야 했다고 했어. 콩농사를 짓는 해엔 해가 뜨면 콩이 터지기에 캄캄한 새벽에 일어나 수확하러 가야 했고 그 외, 수박, 담배, 누에를 기르던 해마다 마다 이른 아침 가족 모두 일어나 할아버지, 할머니 뒤로 일곱 형제 모두가 잠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밭으로 가야 했다고 했어.
그런... 내가 마주하지 못 한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마주한 것 같은 오늘... 미얀마가 내게 좀 더 특별한 나라가 된 것 같아.
기차를 타고 시포로 가는 사람들 대다수가 기대하는 하나.
곡테익철교.
100년이 더 된 아찔한 높이의 철길을 낡은 기차가 숨을 죽이듯 속도를 줄여 아주 천천히 건너가.
초록 나무의 꼭대기로 가득한 발아래의 스릴 있는 풍경이 오늘 여행의 대미를 장식했지.
(멀리서 철교를 봤을 땐 얼른 지나고 싶다 생각했는데, 막상 위에 있자니 온갖 잡생각에 얼른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곡테익철교를 지나고는 지루함과의 사투였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신기하던 생소한 풍경들도 단 몇 시간 만에 익숙해져 나는 더 이상 지나치는 풍경을 보지 않았어. 순간이동을 바라며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며 얼른 시포에 도착하기만을 바랬어.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시포역.
기차에서 내려 온몸의 뼈를 맞추듯 구깃구깃 접힌 몸을 기지개로 켜서였을까? 시포의 첫 느낌은 아주 시원했어.
시포 숙소에 돈을 좀 썼어.
시내에서 좀 떨어졌지만 높은 지대에 있어 시내풍경도 내려볼 수 있고, 수영장도 있고, 방도 무척 넓고 기타 등등...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숙소에 꽂혀서 예약을 했지.
기차역으로 픽업 온다던 설명과는 다르게 반기는 이 하나 없던 시포역에 뭐야? 싶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다가온 택시 호객꾼에게 역으로 호텔에 전화를 부탁하며 상황을 해결한 나의 여행짬빠가 몹시 흐뭇했었어.
호텔은 생각했던 것만큼 좋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수영장을 내려보며 난 벌써 시포가 좋아졌지.
호텔 측에서 제공하는 툭툭서비스를 이용해 시포 시내로 내려가 저녁을 먹었어.
샨누들.
샨누들 원 없이 먹어요.
샨누들 먹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대충 길 좀 익혀두고 나니 해가 질 준비를 했지.
숙소가 시내에서 떨어져 있으니 할 거 다 하고 들어가자 싶어 무리해 근처 식당에 들어가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시켜 무사히 도착함을 축하했어.
시포는 바간보단 시내고 만달레이보단 시골인 곳 같아. 딱 이야.
이런 적절함이 내게 말야.
뭔가 지명부터 귀여운 게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왠지 즐거울 것 같고 그래.
이동이 길었어. 이만 여기서 줄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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