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캄캄하던 버스 안, 스멀스멀 안과 밖 풍경의 형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새벽_ 눈에 들어온 첫 풍경에 나는 바로 인레가 맘에 들었어.
왜, 어느 곳이든 새벽 이른 풍경을 보려면 노력을 해야 하잖아.
근데 오늘 이토록 쉽게, 맘에 쏙 드는 풍경을 봤다는 게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부터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지.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동네를 살피듯 걸어가자니 아침 활발한 기운에 새벽 이동이 피곤한 줄도 모르겠더라.
역시나 얼리체크인 해주는 친절한 인레숙소 주인아저씨까지.
인레 행복의 도시다.
그건 그렇고,
여기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호텔 겸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
궁금해서 인레의 첫 식사를 하러 갔네 또?
확실히 로컬과는 다른 느낌에서 오는 이질감이 신선했어. 안도 밖도 차분한 이곳의 분위기에 발아래 마천루가 있는 것도 아닌데 활짝 열어둔 2층 창문 밖 한적하디 한적한 낮 풍경에 오래 앉아있었어. (아마 이 날 첫 손님이 나였고, 내가 일어날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거든)
그리고 커피 마시러 프랑스 사진작가가 운영한다는 카페를... 잠깐, 엥?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루종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의 가게만 이용했네?
여튼, 여기 카페 외관부터 맘에 드는 게 아무래도 인레에 머무는 내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커피, 디저트 특히, 빵이 아 너무 맛있더라구.
모두를 녹인 한낮의 더위가 꺾인 늦은 오후에 카페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갔어.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게 아니라 인레에 와이너리가 하나 있는데 거리가 멀어 숙소에서 자전거 빌려 다녀오려구. 오르막길, 내리막길 사이좋게 있는 길이라 반자동 자전거를 빌리는 게 좋다는 숙소 사장님 말을 따라 반자동 자전거를 빌렸는데 진짜 감사합니다.
반자동 아니었으면 뒷자리에 친구 태우고 와이너리 절대 도착 못 했다고 장담해.
거의 40분? 걸려 도착했나 봐.
해질녘 풍경이 좋다고 그래서 일부러 맞춰 왔는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와이너리 근처 밭 태우는 날이 오늘이었던 거 있지.
화전인 건지... 방화인 건지 헷갈리는 계속 피어나는 회색 연기가 하늘을 덮어 깔끔한 노을은 보지 못했지만, 쫙 펼쳐진 포도밭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자니 그간 여행의 피로와 오늘의 40분 라이딩의 힘듦도 싹- 잊혀졌다.
좋은 건 좋은 거야.
와인을 마지며 보고 싶었던 하늘은 자전거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볼 수 있더라.
해가 지면 오직 암흑일 길에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자전거에 올라탔어. 와이너리 갈 때는 그렇게 힘들더니 숙소 가는 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던 건 와인의 힘이었을까.
이 날, 인레에 축제가 있었어.
공터에 야시장이 열렸고, 꽤 큰 바이킹도 있었지.
만달레이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보지 못했는데, 인레가 큰 도시인가? 마을사람들 전부 모인 듯 한 풍경에 사람구경하며 간 곳은 꼬치구이집이었지. 축제보단 밥이 중요하니까요.
고기 맛있게 먹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길에서 본 콘테스트에 단골손님 같은 컨셉인 여장한 소년들의 춤을 보며 다시 한번 사람 사는 거 똑같다. 를 느끼며 미얀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어.
'여행_편지 > 미얀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ar.32_두 눈에 반한 양곤 (0) | 2025.01.04 |
---|---|
Dear.31_양곤행 버스 놓쳤...더보기 (5) | 2025.01.03 |
Dear.29_시포라잎 (0) | 2024.12.30 |
Dear.28_시포(Hsipaw)가는 길 (3) | 2024.12.29 |
Dear.27_만달레이 투어 (0) | 2024.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