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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편지/일본

25_큐슈_후쿠오카여행01

by 죠죠디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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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의 비행기가 오전 10시로 변경됐어.


그리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
공항에 인파가 많아 3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뉴스가 연일 방송되는 통에 불안이 피어올랐거든.
 
집 근처 도심공항을 떠올려 아버지가 출근하는 길에 부탁드려 편하게 도착하고 발권까지 한 건 좋았는데 막상 공항에 도착해 전용 입구를 이용하려고 갔더니 직원은 황당한 얼굴로 티켓에 도심공항에서 왔다는 도장이 안 찍혀있다는데 저도 정말 황당했구요.

도심공항 왜 갔냐 진짜... 집 앞에서 공항버스 타면 됐겠구먼(다행히 출국장 들어가는데 30분도 안 걸렸다.)

 


 

지연 없이 출발한 비행기는 후쿠오카까지 잘 도착했고 그 뒤 나는 일사천리로 숙소에 짐 맡기고, 점심 먹고, 내일 공연 티켓수령 후 오호리공원에 도착했어.
 

 
몇 번이고 오가던 길이라 익숙한 길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 지루해지긴 했지만 약간씩 틀어서 가는 길 사이사이 새로 만난 당고가게와 마트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혹시 모르지 하며) 로또 7도 사고하다 보니 오후 느지막이 오호리에 도착해 원래 마시려 했던 커피는 마시지 못했어.
 

그치만 오호리공원 호수, 눈부시게 빛나는 윤슬 앞에 앉아 이번 여행의 첫 일기를 적었어.


이 장면을 봤다는 걸로 나는 오늘이 충분해.
 

 
몇 페이지 되지 않은 첫 일기를 마무리하고 일어나 진짜 체크인하러 숙소로 돌아가려다 어쩐지 새 옷을 입고 극장에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텐진에 있는 GU를 찾았는데 설비이상으로 쉰다는 안내문에 하카타역으로 갔다가...


길을 잃었지.^^
 



이 쪽이 확실했는데...? 하며 지하 1층, 지상층의 하카타역을 꼬박 다 도는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요도바시카메라에 도착했어. 아직도 어떻게 분명 동쪽으로 갔는데 서쪽에 도착했는지 알 수가 없네? (덕분에 가족들 오면 가려했던 식당과 맛있지만 찾기 힘들다는 차가운 치킨매장 등... 여튼 하카타역에 찜해둔 가게는 다 둘러 봄)


더 이상의 방황은 없다.
요도바시 건물에 들어갈 때부터 움직임이 입력된 로봇 같이 10분 만에 살 것만 사고 나와 숙소로 가는 길이 마치 철야 후, 지하철에 오른 직장인 같단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

마침 시간도 딱 퇴근시간이었거든. 
 


내일은 진짜 여행자처럼 시간을 보내야지.

 


 
오늘을 위해 오래 기다렸고, 이 여행을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을 거야.

지난 밤, 나보다 더 설레어한 횽과는 다르게 두근거림 대신 저녁을 건너뛴 배고픔에 꼬르륵거리는 배를 잠재우느라 좀 힘들었어.




여튼,  나 오늘 아마미 유키 보러 간다.
 

뭘 빌어야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입구부터 진입장벽이 높아 멀찍이서 보기만 한 신사.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7시를 조금 넘겨 일어나 준비하고 나왔어.

아마미 유키를 보는 것보다 아침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더 두근거리게 했지만 이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안 됐기에 그 중 규동체인점으로 갔지. 식사 후, 곧바로 극장이 있는 캐널시티로 이동해 커피를 마시며 어제 못 다 쓴 일기를 쓰며 입장시간을 기다렸어. 
  
 

 

11:30분부터 입장이 가능했기에 시간을 계속 확인하며 앉아있다 자리에 앉아서도 나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지.
정말 같은 공간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건가? 하며 의아해하고 있었어. 
 

그리고 막은 올랐고, 드디어 무대 위에 아마미 유키가 나오는 순간,
주변에서 터져 나온 옅은 탄성을 들으면서도 나는 어딘가 약간 핀이 나간듯한 그녀의 모습에 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할까? 173cm의 그녀가 새끼손가락만 하게 보인 이때만큼 몽골인의 시력을 탐내본 적은 없었을 거야.
 
6.0... 그 시력이 내 시력이었어야 해.

 

 

1부 중간, 왼편의 1층 관람석 문을 통한 등장씬이 있었지만 당시 나는 오른쪽 사이드에 있었기에 내겐 큰 이벤트가 아니었고, 아마미 유키의 연기가 아니라 존재확인? 차 갔던지라 초반 무던히 그녀만을 쫓던 시선은 점점 극 흐름에 따라 다른 배우들로 이동했어. 그러다 아마미 유키가 함께 나오거나 솔로로 있는 장면들에서야 그녀에게 집중했는데 이후에도 뭔가 아차! 하며 억지로 그녀만 쫓는 노력을 하느라 편하지만은 않았던 관람후기... 가 너무 낭만 없으려나?
 
 
(이 연극을 통해 두나샤 역의 '노부에'상과 로파힌... 여튼 아마미 유키가 아닌 다른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에 박수를 쳤다.)

 

 

애초에 연극으로 처음 마주하려던 게 맞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이제야 해.

그간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녀의 연기보다는 늘 그녀의 비주얼과 배역의 이미지가 먼저였고, 솔직히 내겐 그녀의 연기는 이젠 뭘 해도 (그간 굉장히 다양한 역을 맡았지만) 그녀 자체의 연기를 벗어나니 않아 딱히 기대하는 것도 없으니 광고 프로모션이라던가 영화 홍보의 자리에서 그녀를 만났더라면 오히려 연극을 보고 난 지금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그녀를 기억하지 않았을까? 싶었어.

 

 

그래서였을까? 
함바그카레를 먹으면서 '벚꽃공원'의 그녀를 떠올려 보는데 도통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더라. 

 

 
그럼에도 봤으니 됐다. 이제 그만 앓을 수 있을 거다.
싶은 뭔가 후련한 기분(+ 아주 조금의 찜찜함)으로 시내를 걸어 다녔어.
 
딱히 목적지를 정해둔 이동이 아니라 구름같이 흐르며 걷는 길에 할 게 있으면 하는 식이었고 꽤나 오래 걸었는데 그 사이 아주 조금의 찜찜함이 커졌나?
숙소로 돌아가 다 씻고 누운 침대에서 번개 맞은 듯 충동적으로 내일 5시 연극티켓 구매확정 되자마자 벌떡 일어나 세븐일레븐에 가서 티켓을 손에 쥐고나서야 잠에 들었어. 
 

 

가끔이지만 이런 나의 행동파 모습.... 
놀랍단 말이지...?
 


 


오늘도 아마미.... 아니 오늘은 가족들이 오는 날이야.
 

어제보다 이른 시간에 나와 체크아웃을 하고 마중하러 가는 길. 
하카타역까지 걸어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늦게 나온 시간에 한 정거장만 걷고 바로 지하철 타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 뒤로 20분을 더 기다렸으니 그냥 걸었어도 됐겠다 싶었어. 
 
 

 

해외에서 가족을 기다렸던 건 이번이 두 번짼데 나도 그렇지만 가족들도 마치 내가 이곳에 거주하는 중에 나를 만나러 온 것 같다고 얘기했어. 보통의 해외여행느낌이 아닌 뭔가 독특함 한 스푼을 더한 여행의 시작이라 어쩜 우리 모두에게 좀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봐.

 

 

우리 집 공식 날씨요정 아버지와 여러모로 나쁜 일이 알아서 피해 갈 운세인 가족들의 시너지로 여행의 첫 구슬은 아주 잘 뀄어.

기다림 없이 식당에 들어간 것, 단번에 주차자리를 찾는 것, 짐 놓으러 갔다 만난 에어비앤비 숙소 청소직원에 4시간이나 빨리 체크인을 할 수 있었던 일까지. 덕분에 가족 모두 숙소에서 잠깐 쉬고 나올 수 있었어.
 

사실, 부모님 여행스타일과 컨디션으론 저녁식사하러 다시 나오는 게 그다지 즐겁지 않았을걸 알지만 여행계획표를 보면 이날 아니고서야 후쿠오카 도심을 걸을 시간은 없었기에 무리해서라도 나가서 구경하셨으면 하는 욕심을 저버릴 수 없었어.
그나마 나는 초행길이 아니니 설왕설래할 일 없이 최대한 짧은 길을 이용해 도착한 '이치란' 본점에서 대기 40분이라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아연실색한 내게 직원이 텐진역엔 대기가 없다고 했지. 
 
 

 
네, 곧바로 목적지 수정해서 텐진역으로 왔어요.

 
키오스크로 뽑은 티켓을 차례차례 가족들 손에 하나씩 쥐어주며 매장으로 들여보내고 마지막으로 내걸 고르는 동안 패키지 가이드가 된 듯한 기분에 실소가 터졌지. 이런 정신없음... 얼른 익숙해져야 할 텐데.
 

오늘 연극 보러 간다는 걸 공항에서 미리 말했기에 나 혼자 다급히 이치란 라면을 마시고 '벚꽃공원' 보러 캐널시티로 달렸어.

막 시작 전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더니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극장 안 내 좌석은 한가운데였어. 앵무새처럼 미안합니다를 반복하며 도착한 자리는 열은 어제보다 더 뒤로 미뤄졌지만 결과적으로 아마미 유키를 더 잘 볼 수 있는 자리였어.
어젠 새끼손가락이었지만 오늘은 엄지손가락만 하게?

거기다 1부 중간 왼쪽 앞 좌석을 지나가는 장면에서 어제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거리여서 아... 뭔가 진짜다. 하는 기분을 느끼며 어제보다 그녀에게 집중할 수 있었지.
 
 


 

撮影:宮川舞子
撮影:宮川舞子

 

오늘의 커튼콜_ 어젠 굳은 표정으로 인사하던 아마미 유키는 오늘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어. 

그 모습 하나가 잊을 수 없는 향기처럼 남아 서둘러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나를 내내 그 장면에 가둬놨어. 
길을 잃어도 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 순간에 매달려있었지만, 다행히 익숙한 길에 내일 필드 가는 가족들이 먹을 간식까지 야무지게 사서 귀가할 수 있었지. 아... 완벽해. 음~
 

그나저나 이래서 N차 관람을 하고,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하는 건가 보다. 하는 새로운 이해심을 얻은 오늘의 후기를 마지막으로 적으며 이만 줄일게!
 
p.s_내일은 조카들과 함께 후쿠오카에서 시간을 보내야하니 집을 나서기 전에 체력을 가득 채워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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