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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편지/일본

25_큐슈_후쿠오카여행02

by 죠죠디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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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새벽같이 나간 골프조의 부재로 집은 고요했어.
 
아이들과 같이 자는 방이라 조심히 이층침대에서 내려와 다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내려왔지.
창을 열고 날씨를 확인한 후 소파에 누워 티비를 켰어. 방안 가득 낯설지 않은 언어로 채우는 방송이 나를 통과하게 내버려 두고 가만히 있다 보니 작은 발소리가 들렸어.



콩콩 거리며 작고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처음보다 크게 들릴 즈음 몸을 세워 존재가 보이기 전에 팔을 벌리고 있었어.


우리 집 꼬맹이 일어났다.


 

 


그 후, 우리 집 귀염둥이도 일어나 2층으로 모두 모였지. 잠이 덜 달아나 멍- 한 틈을 타 재빨리 싫어하는 양치를 시키고 빨리빨리를 주문처럼 외우며 나갈 준비를 했어.


여기서 늘어지면 이제 오늘 스케줄은 다 흐지부지 된다고 볼 수 있지.
 


오늘의 목적지는 롯폰마츠에 있는 '후쿠오카 과학관'.

찾아보니 체험거리가 많아 아이들과 가면 좋다는 후기와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동선이었어. 게다가 일요일은 초등학생 요금이 50엔!으로 안 갈 이유가 없었지.
 

주말이라 버스 배차간격이 좀 있어 종알종알 수다떨며 기다렸어. 날이 쌀쌀해 저 멀리서 오는 버스만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도착해서 과학관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건물 1층에 있는 마트에 들러서 집에서 물만 마시고 나온 둘에게 간식으로 우유와 식빵을 먹였다.


칼로리 소진할때까지 못 나가는겨 우린.
 
 

조종 엄청 어려웠는데 우리 예쥬니 너무 잘하고 진짜 최고최고 짱짱

 
과학관이 어땠다 뭐 이런 설명대신 그냥 11시에 들어가서 1시 30분에 나왔다는 것만 말할게.
체험게임이 많아서 우리 애들이 유독 좋아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렇게 놀고 수요일에 한 번 더 오자고 한 거 보면 잘 데리고 왔지 뭐.
 
(혼자서 둘을 보려니 몸을 반으로 나눠 한 명씩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엄청 했는데, 나중엔 그냥 알아서 다녀라 했어.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있어 빠져 나갈 일도 없고 애들도 따로 막 놀다 철새처럼 날 잘 찾아서 오거나 안 보이면 크게 날 불렀는데, 이런 애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 눈치 보이지 않았거든)
 

 
수요일에 또 오자~ 하며 간신히 과학관을 나와 점심 먹으러 오호리공원 근처 우동집을 가려다 귀염둥이가 근처에서 먹자고 해서 들어간 우동집에서 한국어 잘하는 직원을 만났어.
뭘 특별히 서비스해주지는 않았지만 내 모국어를 배우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노력한 사람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더 가고 기억에 남더라. 
 
잘 먹고, 계산하면서 (담당해 준 것에) 고맙다는 인사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오니 줄 서서 대기하는...


오? 맛집 찾는 센스가 있네 우리 귀염둥이?
 

 
그리고 우린 오호리 공원으로 갔지.


약간 쌀쌀한 날씨에 애들이 놀이터에서 놀 수 없을 것 같아 대신 호수를 바라보며 디저트 먹을 카페에 가야지하며 공원을 도는데 카페보다 먼저 마주한 놀이터에 잠깐 멈춰서  '조금 놀래?' 하고 애들을 놀이터 안으로 데려갔어.
 

 
처음엔 별 흥미 없이 그네를 좀 타더니 이네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경사진 활동물에 푹 빠진 둘이 혹시나 위험할까 신발, 양말 다 벗기고 모래도 맘껏 밟고 뛰라며 풀어줬어.
애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나 또한 즐거웠지만 100% 즐길 수는 없었지. 어쩐지 나 혼자 보호자로 있는 순간에 나는 늘 일어나지 않은, 그렇지만 일어날 수 있는 혹시 모를 사고들을 떠올리며 늘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거든. 

제일 높은 곳에서 발을 헛디뎌 다치기라도 하면? 
사람 많은 이곳에서 애들을 놓치면? 하는 생각에 재미있게 노는 애들을 급히 정리시키고 그냥 카페에 들어가는 게 내 맘이 편하겠다. 싶었지만 나와 같은 쪽에서 나처럼 반대편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즐거운 표정이 만연한 보호자들을 보며 나도 슬쩍 불안을 내려놨어.

 
그리고 애들이 그만 놀겠다고 할 때까지 머물렀지. 
 
 

 
불안을 내려놓기를 잘했지.

매번 가족여행 가면 어른들의 스케줄이 우선이라 녀석들이 제대로 노는 날이 별로 없어 늘 안타까웠는데,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수요일에 오늘이랑 같은 일정으로 놀면 좋겠다고 똑같이 말하는 후기에 내가 다 뿌듯했지 뭐야.
 
p.s_내내 뛰며 논 우리 집 꼬맹이는 버스를 타기도 전에 낮잠에 빠져들어 버스를 타고 내리는데 꽤나 힘들었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두 녀석을 욕조에 넣고 아침에 양치시키듯 재빨리 목욕을 시키고 유튜브 틀어주고 마트 가서 돼지고기, 김치, 햇반 그리고 골프조 와서 먹을 라면거리 등등... 을 사서 돌아가자니 나 진짜 여기서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음날, 

골프조로 새벽같이 일어나 간식으로만 한 짐을 챙겨 골프장으로 가는 길.
비가 조금씩 내리고 멈추길 반복하는 흐리멍텅한 날씨라 차분히 창 밖을 지켜보는데 어라? 여기? 나 왔던 곳인데? 
 
해동이랑 다자이후 왔을 때 들러서 커피 마신 카페 모퉁이를 돌아가는 길을 지나 있는 골프장이 오늘 가는 골프장이었어. 
진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구나... 나? 하며 도착한 골프장은 평지로 공을 잃어버릴 걱정 없이 맘 편히 칠 수 있는 곳이었고, 앞 뒤로 붙은 팀이 없어 여유롭게 경기할 수 있는 곳이었어.  
 

 
이슬비 몇 번 맞으며 탈없이 경기를 마치고 돌아와 씻고 나왔더니 급변한 날씨에 밖은 새찬 비로 앞이 안 보일정도였어. 아직 경기를 마치지 못한 사람들도 하나 둘 돌아와 경기를 포기하고 클럽을 정리하고 있었어.
 
날씨요정 당신은... 진짜였어요. (아빠)
 

 
본격적으로 내린 비 이후, 날씨는 완전한 겨울로 돌아섰어.
 
가족들과 함께 하는 날에 기온이 떨어질 거는 알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춥다고 느껴졌지. (엄마가 목도리를 줬는데 그거 아니었으면 그날 무조건 몸살 당첨이었을 듯)
도시팀이 있는 텐진 Bivi에 주차를 하고 잠깐 팀을 나눠 움직이며 부모님은 건물 1층 카페에 두고 조카들을 데리러 가는 길 나는 어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느낀 불안을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했어.

이미 느끼고 있었지만 좀 더 피부로 느낀 보호자의 세대교체랄까.
 

#enjoyteppan!

 
오늘의 저녁은 서울에서부터 아부지가 드시고 싶다고 하셨던 오코노미야키와 야끼소바.
원래 가려했던 tebo는 오픈까지 2시간은 기다려야 해서 보다 1시간 일찍 오픈하는 그 근처 가게를 검색해 가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야키소바 2개에 오코노미야키 5장. 
인당 1 메뉴여서 다른 서브 메뉴를 시켜도 됐지만 질릴 때까지 먹자.라는 심정이었달까?
 

 
이후, 우리 집 연장자 둘과 연소자 둘은 집에 데려주고 마감 1시간 전인 로피아로 쇼핑하러 간 셋.
쇼핑보다 인형 뽑기에 진심이었다.
 
우리 아직 동심이 짱짱하다잉?
 
 


 
나보다 일찍 일어나 이층침대로 올라온 우리 집 막내를 다시 재우고 확인한 골프조_골프장 폭설로 인한 취소로 다시 귀가 중이란 메시지에 전날 밤, 로피아에서 숙소로 돌아오며 앞으로 하루정도는 골프를 빼고 가족 모두 같이 보낼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며 한 제안이 현실이 됨에 조금 놀랬어.
(누가 이렇게 이뤄주는지는 모르겠는데 저 내내 로또 1등 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빌고 있잖아요...)
 

간식 그대로 들고 돌아와 벨 누르는 부모님ㅋㅋ

 
오라뱅네는 내내 실패한 운동화 사러 텐진으로 가고, 우린 걸어서 캐널시티로 간다.

오늘 아니면 캐널시티 구경 못 할게 눈에 선함과 동시에 부모님, 조카 둘 모두 어떻게든 발로 도시를 익히게 하고 싶은 마음에 우산 챙겨 들고 집을 나섰어. 남는 건 사진이니 사진 찍을만한 모든 곳에서 사진 찍으며 천천히 캐널시티에 도착했어.
 
후쿠오카에 머물며 이렇게 캐널시티를 자주 온 건 처음인데 그 덕에 온갖 방향에서 도착하는 길을 터득했다.
 

호빵맨은 내 시대지만 다른 시대여도 인증샷은 찍을 수 있잖아요?
토토로도 둘에게 맞는 시대는 아니지만 남는건 사진뿐이니까.

 
수박 겉핥기식이었지만 캐널시티 2층, 1층 구경하고 쌀쌀한 날씨에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나니 쇼핑을 마쳤다는 문자가 띵! 이렇게라도 와서 구경하길 잘했지 하며 셀프칭찬을 했어. 
 
깜짝 선물 같은 자유의 날에 60대 ~7세까지 만족할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 수족관을 골랐어. 

날이 좋고, 혼자라면 절대 가지 않을 수족관이었지만 놓인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곳 중 이곳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해. 
어제부터 훅 떨어진 기온에 우박과 비가 번갈아 내리는 날씨를 뚫고 점심 먹으러 갔어. 수족관으로 가는 길도 작년에 혼자서 걸어 다녔던 길이라 다음에 오면 가야지하고 찜해둔 튀김집이었지.

나의 인생튀김집이자 우리 가족의 인생튀김집으로 등극한 대만족 한 식사였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매번 가려다 못 간 식당들 도장깨며 먹고 싶었던 다양한 메뉴를 섭렵하게 되는 재미가 있더라. 
 

#덴푸라히라오가이즈카점
요란법석한 날씨 #마린월드우미노나카미치

 
도착한 수족관으로 들어가는 길, 해가 나는가 싶더니 비가 쏟아지고 너어무 추웠어.
실내활동 소중하다.
 

 
수족관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어.
 
내 부모님의 첫 경험. 
우리가 자랄 땐 이런 수족관은 없었으니 부모님도 이렇게 큰 수족관은 처음이었을 거야. 관람하는 내내 우리 집 꼬맹이처럼 너무 재미있어하시고 눈동자가 반짝반짝하셨지.
있잖아? 나는 이렇게 내 부모님 얼굴에서 소년, 소녀와 같은 눈빛과 표정을 마주할 때마다 인생의 목적을 채우는 기분이 들어. 앞으로 더 자주 마주하며 살기를 다짐하며 연필 끝에 힘을 줘 마음에 새겼어.
 
 


 
가족들 떠나는 날.
4박 5일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었어. 하루하루 촘촘히 채워 시간을 보냈는데도 시간이 후르륵 빨리도 지나갔단 생각에 우리 집 귀염둥이들에게도 시간이 빨리 가는지 물어봤더니 그렇다는 대답에 응???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지? 
 

#AkiraSuisan

 

브런치로 나카스카와바타상점길에 있는 해산물식당? 에서 카이센동 3, 장어덮밥 2, 초밥 1 그리고 후토마끼까지 격파했어.
(본격 식사 전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여기서 초밥은 식당밖에서 골라 계산하고 들어와 먹는 거였고 초밥은 내 메인이었음. 들고 온 초밥을 테이블에 앉아 열자마자 부모님, 혈육이 마치 반찬 먹으려고 나무젓가락 까고 집을 준비함. 나만??? 상태로 초밥이 반찬 되어가는 걸 지켜봄.)
 
전혀 이질감을 못 느끼는 세분에게 눈앞의 상황을 읊어드렸더니 껄껄 웃으며 내게 한 마디 했어.
'그러니까 두 개를 들고 왔어야지.'
 
아, 주문한 음식을 다 먹어본 혈육의 말에 따르면 이 집은 후토마끼, 장어가 최고라고 했어.
다음엔 장어덮밥 먹어야지.
 

#Bakery

 
같은 상점길에 있는 유명한 베이커리에서 진짜 마무리를 했어.
그리고 여기서 혈육은 최애(?) 연예인을 만나 사인과 사진까지 같이 찍는 행운을... 잠깐, 이건 내가 바라던 거였고 후쿠오카에 온 이유도 내가 내 최애를 만나러 온 거였는데 아니... 이게.....????
 
뭐 혈육은 행복했고 그걸 지켜보는 나는 질투했습니다.
 


 
 
이곳을 끝으로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배웅하러 갔어.
앞서 말했듯이 많은 걸 했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하지 못 한 것들이 남아있더라.
 
출국하러 들어가는 모습까지 보고 오려했는데, 카운터도 아직 열지 않았고 생각보다 길게 남은 시간에 가족들이 먼저 들어가 보라며 등을 밀었지. 해서 보고 오려던 뒷모습을 오히려 보여주며 다시 도시로 돌아왔어.
 
내내 시끌벅적했던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지고 혼자가 되어 가족과 함께였던 길을 다시 걸으며 외로움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마치 프로젝트 하나를 끝낸 듯한 후련함도 같이.
오늘은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고 바로 숙소로 들어가 쉬려고...
사람 많은 장소들에서 가족의 부재를 느끼고 싶지 않아. 이만 숙소로 들어가 남은 일정을 혼자 보낼 준비를 해야지.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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