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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편지/일본

25_큐슈_구마모토여행01

by 죠죠디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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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메에선 별 거 안 했어.


돈키호테에 들러서 가격이 얼만가 훑어보고, 지도에 표시해 둔 빵집들을 거쳐 거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지. 걸어 다니며 느낀 구루메는 한산하고 조용했는데 스타벅스마저 대학 도서관느낌이라 밀린 일기 쓰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딱 이었다.


짱구 보면 흰둥이랑 산책할 때 걷는 공원둑 같은 장소가 스타벅스 근처 있길래 해 질 무렵쯤 나와서 갔다가 허허벌판 같은 풍경에 실망하고 곧바로 등을 돌렸어. 마음에 둔 것 하나 없는 도시여서였을까? 숙소까지 그다지 길지 않은 길이 지루하다 못해 울적해져 마트를 찾아 들어갔어. 
 
질서 정연하게 정리된 각종물건들과 온갖 색을 발하는 패키지들을 보고 있자면 없던 생기마저 생기는 이곳.



어디든 마트가 최고야.



숙소에서 제공해준 조식

 

다음날, 해도 뜨지 않은 새벽_ 일찍 깨버린 잠에 떠나는 시간을 고민했어. 결론적으로 짐을 챙겨 일층으로 내려갔지.

24시간도 채우지 않고 스치듯 구루메를 지나치는 이유는 단 하나, 원래 시간대로 출발하면 구마모토에 도착과 함께 비를 맞는다는 기상예보를 봤기 때문이야. 

캐리어 끌고 숙소가는데 비온다?
다 비켜… 비 안 맞으려면 지금 출발해야해.

 
 

 
생각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반 땡겨 가니까 숙소에 짐 맡기고 갈 사쿠라마치 안에 있을때 내릴거야.
비 로부터 나를 절대 지켜야지. 


 

토요일 새벽에도 전철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더러 있었어.
'고단하겠네'하다 토요일 하굣길 느낌이 훅하고 올라와 마음이 쿵쿵했어. 그 특유의 나른한 시간, 포근한 공기를 마음껏 즐기며 집으로 가는 즐거움을 대체하는 게 이제는... 반차라니.
 

내릴 역이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짙은 회색으로 바뀌더라.
수만 번의 제발을 외치며 숙소에서 가까운 '다니야마마치'역에 내렸어. (구마모토역 전, 노면전차 routB 출발지)

한가로운 곳에 위치한 소박한 역을 빠져나와 곧장 구마모토의 심볼같은 노면전차를 타러 가는데 내가 생각했던 아주 옛스러운 전차가 아닌 마치 어제 막 나온듯한 신식전차가 대기 중이었지.
 
약간 실망... 했다.
 
그나저나 전차를 타고 지나치는 풍경들이 어찌나 우중충한지?
흙탕물 같은 날씨 때문이겠지만 이런 날씨에 산토리투어고 자시고 그냥 숙소에 들어가 한숨 잠이나 자면 좋겠다.

 

 


는 희망이었고, 숙소 체크인까지 7시간이나 남았기 때문에 짐만 맡기고 사쿠라마치까지 걸어가는데 특색하나 없는 삭막한 빌딩과 한산한 도로에 당장의 생각을 그대로 뱉어버렸어.

‘잘 못 온 거 같은데? 그냥 후쿠오카에 있을껄.’
첫만남에 이렇게 한없이 축축 쳐질 수 있는지. 나의 구마모토는 어떻게 될런지 걱정이다.
 
 

그러나 쿠마몬은 귀엽고...귀여워서 하, 귀여운게 최고야
투어 신청하면 버스가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고. 공장 투어시켜주고 투어 끝나면 맥주도 맛보여주고 훌륭한 투언데 추천하냐 그러면 산토리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딱히..? 왜냐면 도착해서 투어까지 40분을 기다려야했고 다끝내고 도시로 돌아오니 거진 4시로 하루 다 끝났다.

 
사쿠라마치 스타벅스에 앉아 밀린 일기와 책을 읽다 보니 정말 10시 땡 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오늘은 비를 맞지 않은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 했다.라는 마침표로 나머지 시간에 불평은 그만하기로 했어. 
덕분에 느긋하게 매번 짐으로 들고 다닌 책을 오랜만에 펴서 읽을 수 있었으니.
횽, 난 정말 이번 여행에서 책 2권은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근데 여행의 끝이 곧인 지금 한 권도 채 읽지 못하고 그저 많이 걸어 다니겠다는 계획 하나만 따르는 여행이라니.
 
내 체력 어디 갔나 진짜.
 

 
산토리 공장 투어를 마치고 알딸딸하게 시내로 돌아왔어.
오랜만에 술을 마셨더니 한 잔에도 취기가 훅 돌아 몽롱해져 버렸지.
 
공장 후기를 짧게 적자면,
1인 투어자는 나 혼자였고 도착해서 투어시작까지 50분을 대기해야 했지.
일본어로 진행되지만 산토리 맥주를 알고싶었다기 보단 투어를 경험하고 싶었기에 불만은 없었습니다.
맥주는 맛있었고 혼자 앉아 맥주마시니 투어진행한 직원이 먼저 말 걸어 간단한 스몰토크도 했음!(귀여운 직원이었다.)
 
그나저나 비 내리는 풍경을 보며 시내를 떠났는데 돌아올 때는 내리던 이슬비마저 멈춰 정말 나 오늘 비 한 방울 맞지 않았잖아.
 

 
굉장해!!! 하며 나 혼자만의 소확행에 사방 어디에서나 잘 보이는 쿠마몬과 기분 좋게 사진 찍으며 별로라고 생각한 구마모토에 마음을 풀었나 봐. 물론, 쿠마몬만큼은 아니지만 짙은 검회색의 도시 같단 첫인상은 바꿀 수 없겠지만 내일이면 또 달라질게 마음이니. 약간 기대가 되네.
 


 
p.s_뭐든 발품 팔아야 하는 이유.
북킹닷컴엔 떼 잠자는 방만 있던데 트립닷컴엔 개인실이 있던 점.
혼자 관리하는 집인데 삼층에 관리가 너어어어무 잘 되어있어서 깜짝 놀라버린 호스텔.
아기자기 소품들과 컨셉이 다른 화장실까지 너무 만족해 버린 숙소라 다음날 체크아웃하는 게 아까울 정도였음을 슬쩍 말하며 구마모토 첫날을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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