횽아,
여행 가면 굳이 찾는 장소들이 있어?
난 공원, 마트, 서점.
사람 많은 곳인데 왜지? 하고 생각해 봤는데 정돈된, 예측가능한 공간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불안을 상쇄시킨다란 결론에 도달했지.
실은 어제도 체크인 전, 숙소와 반대방향에 있는 서점을 들렀다 갔어.
서점까진 세상 혼잡한 길을 지나야 했는데 서점에서 느낄 편안함과 노라네코 책과 굿즈를 떠올리며 이겨냈지. 매번 후쿠오카에 있는 같은 서점만 다녀 새로운 서점을 구경한다는 기대를 더해 지하로 들어가자마자 낯익은 이... 인테리어와 분위기 뭐야?
= 광화문 교보문고.
거기다 노라네코 굿즈도 못 찾아 서둘러 나온 구마모토의 서점후기를 남겨.

따르면 편한걸 청개구리같이 그와 반대행동을 힘써가며 이어가려는 이 기질은 동굴생활 때 졸려 자다 습격당하고, 다쳤던 기억의 결과일까?
새벽 일찍 일어나 이동하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 일찍 잘만도 했던 지난밤 나는 꾸역꾸역 12시를 넘겨 잠에 들었어. 고요와 어둠뿐인 밤_ 할 수 있는 건 누워 핸드폰을 하거나 공상뿐인데 이게 뭐라고 본능을 이기고 자꾸 깨 있게 한다.


어렵게 잠들고 쉽게 일어나는 요즘,
줄어드는 수면시간이 서글퍼져 억울하기까지 해.
물론, 그 덕에 힘들이지 않고 아침산책하며 나만 있는 한산한 거리를 보고, 걷고, 즐겼다.


산책루트로 오후에 가볼 카페 쪽으로 걷다가 길을 걷는 사람들이 블랙홀처럼 쏙쏙 들어가는 가게가 있어 보니 무려 140년이나 된 빵집이었어. 140년이라... 좀처럼 와닿지 않는 시간이야.
맛이 아닌 140년이라는 텍스트에 이끌려 빵 하나를 사서 나왔어.
뭐에 홀렸나 진짜? 양상추 아삭아삭 씹히는 샌드위치나 카레빵을 사 와야지 하고 들어가서 '넘버 3_북해도'란 텍스트에 홀려 고른 샌드위치가 입맛에 맞았을 리는 없지.
여유로운 체크아웃 후 오늘 묶을 호텔이 있는 시내로 가.
길도 알고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걸어가고 싶었지만 우다다다 거릴 캐리어 소리는 참을 수 없으니 얌전히 전차에 올랐어. 구마모토로 오게 한 옛 전차를 드디어 탔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전시해 놓은 전차와 똑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오늘 숙박은 호텔 윙 인터내셔널... 어쩌고 이름 엄청 긴 호텔.
호텔 위치도 좋고, 배정받은 방은 넓고, 구마모토 성도 보여서 아침, 오후, 밤 편히 구마모토 성이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맨 위층 대욕장도 있어서 이용해 볼까~ 싶었지만 단 한 번도 이용하지 못하고 체크아웃했다는 걸 미리 알려.
호텔에 도착해 짐만 맡기고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걸음.
한없이 차분하게 만들었던 흐린 날이 갰어. 하늘색이 회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했을 뿐인데 별로였던 구마모토가 슬쩍 좋아지기 시작했지.




전차를 타고 왔던 길이랑 다른 방향으로 걸어 도착한 카페.
실내외 인테리어가 첫 번째로 맘에 들고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라 찾아왔어. 드립커피보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좋아해 고민하다 드립커피를 시켰는데 다음에 간다... 다음에 가려나..? 향과 맛 다 물음표 투성이었던 카페였다.

그치만 이 한 잔의 카페인 힘으로 구마모토역까지 걸어갈 수 있었어.
구마모토역은 신식이더라.
어제 여기서 내렸다면 산토리투어고 뭐고 취소하고 이 근처만 구경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할 게 많이 있었지.
그치만, 오늘은 아니야.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
마트구경이었다.
(동네 저렴한 마트가 있다는 구글리뷰에 찾아왔는데 그냥 조금 싼 정도였고 크게 특별하지 않아서 조끔 실망함)


그래도 왔으니 빈 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 대충 간식거리 사서 나오니 딱히 여기서 할 일도 없고(아님 다음날 여길 다시 오게 됨. p의 여행이란...), 체크인까지도 애매하게 남은 시간에 마트 주차장 구석에 서서 고민했어.
그리고 갈까 말까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소금빵 맛집(#skidamarinkkengun)을 가게 되는데...
이는 구마모토 전차여행이라 말해도 될 루트였다. 왜냐, 전차 A의 시작역에서 탑승해 끝역이자 회차역인 켄군마치역에서 내리니까.
(여기... 구마모토의 보물입니다요. 첫 입에 감탄이 터지지 않았지만 먹고 난 후 내내 생각나는 맛이었다.)



빵집은 동네주민, 여행객 뒤섞여 바빴지만 혼란스럽지 않았어. 게다가 가게 앞마당에 놓은 의자와 테이블에 자유롭게 앉아 먹을 수 있었어. 다시 구마모토에 온다면 이 근처에 숙소를 잡고 아침, 점심, 저녁 들러도 아주 흡족한 여행이 될 것 같아.


소금빵 하나 보고 간 켄군마치동네를 마음에 꽝 박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어.(25년 2월 31일까지 전차요금 터치리스카드로 300엔 무제한이라서 신나게 전차 타고 다님)
호텔 체크인하고 짧은 낮잠 후 저녁으로 #교자야 일본식 중화요리로 마파두부와 교자를 먹고 숙소로 들어왔어. 날이 추워 그런지 따뜻한 음식만 생각났는데 그중 마파두부가 역시 일등이라 일부러 찾아간 식당이었지. 잘 먹고 나왔지만 내 맘 속 1등인 후쿠오카 라면집의 마파라면이 더욱 생각났달까. 나 왜 후쿠오카에서 안 먹고 왔지...?



마파두부의 아쉬움은 구마모토 성을 안주로 마시는 맥주로 씻어내.
원래라면 낯간지러웠을 맥주캔에 있는 글귀마저 몽글몽글해진 오늘의 밤.
내일은 이제 뭘 할까...
고민하다 계획은 1도 세우지 않고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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