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화에 기대를 한 건 아니었는데...
초반, 둘이 고등학교 다니는 장면들은 푸른 색감과 너무 잘 어울려 간질간질한 설렘과 풋풋함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봤다.
'실비아(소녀 역)'의 담담하게 귓속말로 고백하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윙 대신 벌을 받고, 이별을 통보 한 자신을 따라 나와 빗 속 야외 운동장 한가운데서 붙잡고 입 맞추는 윙에게 '전교생이 다 알았잖아!(봤잖아?)' 하고 도망칠 줄 알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멋지게 다시 입을 맞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물론, 첫사랑에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에 순응하는 '윙'도 현실감 120%였달까.
하지만 거기까지.
딱, 거기까지.
집안 사정의 차이, 좀 더 성숙한 한 명과 자신의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한 명, 재회, 지키지 못 할 약속과 기타 등등... 점점 뻔한 내용들로 진부하게 흐르는 이야기와 쉬지 않고 깔리는 bgm이 안 그래도 올드한 이야기에 마치 2000년대 뮤비 같아 마스크 안 가득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렇게 뻔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을까. 오랜만에 마주한 윙과 실비아가 나란히 앉아 대화를 한다.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실비아에게 이런 거 저런 거 물어보다 (묻긴 왜 묻니 누구 좋으라고) 잤잤했다는 대답에 사-악 변하는 윙의 표정을 보고 설마.. 아니겠지... 하며, '제발!! 너는!!! 진짜 너 좋아하는 애 이용하지 마라!!! 그럴 거면 차라리 제정신에 해라!!!!!!' 하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는데 곧바로 만취한 주인공 모습에...('-')
그때부터였을까?
좀 지쳤던게.
그렇다고 갑자기 우리 주인공 윙이가 변하는가? 그럴리가. 장례 치르고 우는 애(실비아) 한테 다시 시작하자며… 위로를 할 거면 위로만 하던가 고백을 왜 하냐고 그 타이밍에...
주구장창 자기 기분으로 직진하는 윙이가 언제 철이 들까. 언제쯤 자신만 보는 게 아니라 실비아(얘도 자꾸 여지를 준다. 힘든 일 벌어지니 나도 모르게 너한테 전화를 걸었어... 라늬?? 응??)의 감정도 신경을 쓸까 했지만 그치, 그게 됐으면 알콩달콩 잘 살았겠지 쭉-
윙이든 실비아든 내가 나를 투영했을 거다.
끝나버린 지난 연애에서 내가 했던 행동들을 말이다. 그래서 차마 볼 수 없는 장면들에 살짝 시야를 가린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왜 저래 진짜...' 했던 거겠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궁금했다.
학창 시절, '동성'친구들 간에 '우정'이라 이름 붙인 채로 지나친 '사랑'이 얼마나 많을까?
'우정'이라 생각한 것을 서로 '사랑'이라고 알아차린 이들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그래서 사랑하던 그 둘은 아직도 행복할까 아님 또 다른 윙과 실비아가 되었을까? 하는_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래, 참 사랑의 형태에는 답이 없지.
별로라고 한가득 글을 써 놓고 나를 투영했다고, 이 영화를 통해서 생각한게 몇 가지나 된다고 적어버린 이상한 영화 감상문도 피곤하니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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