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귤이 제주에 살게 된 후 3번째 제주.
확실히 금귤이가 (집도 차도) 있으니까 자주 가게 된다.
더군다 이번엔 미리 잠옷같이 두고 입을 옷과 기타 등등 자잘한 짐을 미리 택배로 보냈더니 집 근처 친구네 가듯 가볍게 갈 수 있었더랬다. (그래서 아직도 부모님은 걍 육지 어디 여행 다녀온 줄로만 알고 계시지...)
도착한 날은 월요일이라 노동자 금귤동무는 퇴근 후 저녁 먹을 때 만나기로 했고, 먼저 토요일부터 거주중인 해동이와 이호태우 해변 근처 카페에서 먼저 만나 식당으로 같이 갔다.
서울 날씨가 이미 여름이라 제주는 더 덥지 않을까? 싶었지만,
제주는 아직 여름이 덜 온 듯 긴 바지와 맨투맨에도 땀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해동이를 만난 그 카페에선 추웠지...
오늘의 저녁은 '내도바당'의 '고등어 회.'
생에 고등어 회는 처음이었는데 와- 셋이서 먹은 한 접시를 혼자서 먹으라도 먹을 만큼 고소하고 쫀쫀하니 너무 맛있었다.
회를 '고등어 밥'이라 부르는 간 된 톳밥이랑 김에도 싸 먹고, 한치 물회도 먹었는데 애매하게 차지 않은 배에 고민하다 매운탕까지 먹었는데 아주 딱!이었지.
맛있게 밥도 먹었고 해도 지는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 살짝 기대한 일몰에 대한 희망은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다 같이 만난 날 바로 집에 가기엔 아쉬우니 '내도음악상가'로 간다.
여기 자리가 밭 뷰, 바다 뷰로 나뉘는데 제 아무리 목가적 풍경을 좋아한다 한들_ 여기서 봐야 할 뷰는 바다 뷰다.
웨이팅 20분 후에 들어가 앉은자리는 밭 뷰였는데 거기서는 그냥 얼른 한 잔 마시고 일어나야지란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바다 쪽 테이블에 자리가 나서 바꿔 앉고 나선 술을 더 시켜서라도 앉아있어야겠다 생각이었다.
(안주는 주문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테이블 위로 아주 합리적 가격의 치즈 플레이트와 각 자의 음료를 앞에 두고 하늘과 바다가 같이 까맣게 바뀌는 단계들을 꼼꼼히 지켜봤다. 좋은 음악과 함께.
거기서 우리 무어라 말들을 나눴던 거 같은데,
기억 남는 건 샤잠으로 노래 검색하던 거랑 스모키 치즈는 조각 조각내어 먹어야 된다는 것...?
다음날,
재택 하는 금귤을 집에 두고 '제주 카페? 커피? 패스'가 있는 해동이와 집 근처 카페를 순회했다.
어제는 그렇게 쓸쓸하고 서늘하더니 오늘은 반짝하고 난 해와 같이 여름이 왔더라. 산뜻하게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나가니 휴가 느낌 폴폴.
횡단보도를 6, 7번은 건넌 것 같은 길 끝에 해동이와 사온 커피 그리고 어제 해동이가 산 밤식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우리는 금귤의 점심시간에 맞춰 한라 수목원 근처에 있는 '그러므로 part2'로 이동했다.
'그러므로' 정말 이뻤다. 날씨 탓도 있긴 했겠지만,
입구 쪽에서는 그냥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뒤쪽 긴 나무들이 심긴 마당과, 거길 드나들 수 있도록 뻥 뚫린 곳의 건물 뒤쪽은 독립적인 새로운 공간 같았다. 거기다 초록 초록한 잔디와 나무 앞 철제 테이블과 의자는 런닝 뛸 때마다 보는 파리 어느 공원에 있는 풍경같이 아주 이국적이었다.
바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걸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장소였는데 나와 해동이는 그 시간을 잠시 미루고 한라수목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해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한라수목원도 있는 그 동네.
제주시 나의 최애동네가 되었읍니다.
한적하고 여유롭고 그렇다고 아예 도시와 멀리 떨어지지도 않고. 해동이와 로또 1등 되면 여기에 집을 사네 하며 행복한 회로를 돌리며 수목원으로 들어갔다.
잃은 건 아닌데 착오(?)가 있어 약간 길을 왔다 갔다 했지만 아- 자연 너무 좋더라.
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고 길게 뻗은 초록들의 내음과 풍경에 방금까지 아쉬웠던 카페 철제 테이블과 의자는 사-악 흩어졌다.
흙을 밟으며 걷는 게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게 아닌 게 아니었다.
한 발 한 발 꼼꼼하게 땅을 밝고 카페로 돌아가는 길.
우리 분명 그 길에 있던 상점에서 로또 사자고 했는데 빈 손으로 돌아온 거 왜 이제 기억났지...?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로또 대신 숨 뱉듯이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쥐었다.
머리 위로 새하얗게 이글거렸던 태양의 온도와는 반비례한 커피의 시원함이 맛을 몇 배는 이끌었던 것 같다. 단숨에 반을 비우고 앉아 수목원 갈 때 아쉬운 마음을 두고 간 그 풍경이 내 앞 그대로 있었는데 풍경 속 하얀 철제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할 줄 알았는데 더 큰 욕심이 일어나 사람들이 떠나면 거기서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바라보기만 하고 카페를 떠났다.
아쉬운걸 남겨놔야 다음에 또 가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
이른 저녁으로 근고기를 먹고 바다를 아주 조금 거닐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마쳤다.
협재에서 횽이를 만나기로 한 나를 금귤이가 버스가 자주 있을 공항에 데려다줬다. 사람들 가득한 공항에 내리니 이제 제주에 도착한 기분이 들어 다시 오늘이 첫 날같은 착각이 들었지.
드디어 횽이와 제주에서 마주한다.
횽이를 만나러 협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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