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 각자 생각하던 와중 같은 곳을 떠올리고도 말을 하지 않은 둘.
왜 이래 정말 우리.
우린 초코파이가 아니잖아!
그래서 다녀온 그곳.
'바다'
그리웠지.
여름 내내 보냈던 바다가 넓고 청량한 가을 하늘이랑 얼마나 또 잘 어울리게?
또 거기서 마시는 와인은 어떻고?
샐러드 김밥. 이거 잊으면 안 되지 안돼!
다 하고 왔다.
바닷바람은 도시 바람과는 다를 테니 꽁꽁 싸매고 오라고 했는데 와인 사러 나간 아침 날씨가 온화해서 괜찮겠구나 하고 적당히 챙겨 입고, 그래도 잠깐 정도는 바다 앞에 앉아 있을 수 있겠지 하고 챙긴 돗자리가 아주 요기 났다.
졸음이 덜 깨 내린 버스에서 마스크를 벗고 맡은 공기 내음이 반가웠어.
와인과 함께 먹을 간식을 사러 갔다 본 '와클'이 반가웠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 눈 부시게 반짝이느라 하얗게 반사된 표면의 바다가,
그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모래사장의 갈매기들이 너무 반가웠다.
얘네는 참 한결같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릴 반기더라?
작렬하는 태양 아래 겨울 옷을 입고 여름 돗자리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와인을 플라스틱 컵에 따라 마시는 우리보다 그 시간을 멋있게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내 장담하지.
무어라 대화를 나눌 겨를도 없었지.
앞에 놓인 풍경과 둘러싼 분위기와 오감으로 느끼고 있는 초 단위의 순간들에 입을 열기라도 하면 제대로 된 문장들 대신 감탄사뿐이었으니까.
좋다는 말이 부족한데 좋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언어적 한계가... 아쉽다는 말도 너무 부족해.
해가 지기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휘청휘청 걸어 이동했어.
깨끗하고 온화하던 바람이 얼굴을 바꾼 게 그때였을까.
옆 해수욕장으로 걸어가니 여긴 또 다시 왜 겨울이야.
모래사장에 앉아 마냥 기다릴 수 없을정도로 찬 바람에 잠깐 카페에 들어가 몸을 녹이다 해질녘 시간에 서둘러 나가니 하늘은 이미 진한 주황과 분홍 그 어디쯤의 색이 되어있었는데, 눈앞에 건물을 걷어내고 온전히 마주한 하늘에 해가 이미 수평선에 맞닿아 점점 내려가고 있었잖아.
'어어... 안돼!' 하는 다급한 마음에 맞춰 서둘러 걸음을 모래사장으로 옮겼을 땐,
바다 아래에서 해를 잡아당기는지 이미 반 이상이 내려가고 있었지.
빨리 져버린 해를 아쉬워할 틈도 없이 해가 사라진 하늘에 남은 선명한 색들에 우린 또 말을 잃고 털썩 모래사장에 앉아 변하는 색들을 변하는 채도를 변하는 농도를 눈 안에 그리듯 담고 담았지.
결국, 깜깜해져서야 버스정류장으로 몸을 돌렸어.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샐러드김밥은 못 잃어.
단단히 한 줄씩 챙겨먹고 다이소를 찾아 걷고 다시 또 어둠을 걸어 역으로 갔다가 역에서 이리저리 오가며 지하철 타는데만 시간을 왕창 썼지.
도시로 온 지 두시간만에 지하철에 올라 타 오늘의 경험을 인천을 못 벗어나는 내용의 단편영화로 만들어내고 야무지게 인천영화 페스티벌에 제출까지 하는 상상을 나누고 안녕.
오늘도 역시 완벽했지.
p.s_진짜 영화 제작할 생각 없어? 너무 완벽했는데 결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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