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가볍게 읽어볼까 하고 머리맡에 둔 책을 집었다.
내가 읽은 책은 초판 버전으로 위 사진인 재출시 버전과는 다르게 뒷 표지에 짧은 소개글에 주화자인 스스무와 카즈히코 그리고 카오루 셋 관계에 대해서만 있었고 마지막 줄에서야 추리문학이라고 적혀있었다. 책 첫 챕터 또한 세 명의 만남에 대한 거였기에 당연하게 얘네 셋 위주로 가는 청소년 추리소설인가 봐 하며 딱히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내가 오해핸네.
오해해써요.
뭐랄까_
막 대단히 뒷 내용이 궁금해 독자를 끌고 앞으로 나가는 책은 아닌데 영리하다.
특히, 나처럼 작가의 의도를 고대로 따라간 것 같은 독자는 덤덤하다 못해 잔잔한 호수 같은 글을 점점 수박 겉핥기로 읽다 진짜 반전은 못 알아차리고, 아예 결론을 떠 먹여주는 마지막 장면을 지나서도 눈치없이 그저 과거 독일에서 만났던 당찬 여성이 '홍차의 여왕'이 아니라 '카즈히코 엄마'였구나! 하는 쉬운 추론에 책의 진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다행히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책을 왜?' 하며 유명세에 의심을 거두지 못 해 한 번 더 곱씹어 생각하다 갑자기 번개 맞은 듯 번쩍! 하고 진짜를 깨닫게 되는 순간,
너무 자연스럽게 놓여 지나친 단어들 모두 다 단서들이었구나!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짜릿함으로 곧장 직행한다.
그 기분으로 다시 앞쪽으로 한 장 한 장 거꾸로 넘기며 단서가 되는 단어들을 찾아 읽다 책 표지에 도달해 제목을 보는 순간 ‘허!'하고 만다.
시대적 배경, 직업 특성, 관계성, 인물의 특성 모든 것에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니요.
22세기에 맞춰 그래도 꽤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진가를 모르고 오해하듯 내가 나를 오해했네? 거기다 나와 작가의 나이차와 시대를 생각하면 실망은 배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일반화의 오류가 여전히 먹힌다는 게... 불편하고 마음이 좀 그르네?
작가의 다른 책을 더 읽어 봐야겠다.
p.s_세상에나. 쓰면서도 여전히 충격적이네. 재밌어...
'봄 >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33_사라진 소녀들의 숲_허주은 (0) | 2022.12.15 |
---|---|
책32_페어플레이_토베얀손 (0) | 2022.12.06 |
책30_느끼고 아는 존재_안토니오 다마지오 (0) | 2022.10.21 |
책29_빛이 매혹이 될 때_서민아 (0) | 2022.10.19 |
책28_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_허세로미 (1) | 2022.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