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우리 집에 온 너는 내게 물었다.
-왜 1+1이 2인지 나한테 말해줘
김밥 말며 잘 먹고 놀다가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했지만 너는 진짜로 내게 답을 듣길 바라며 쳐다보고 있었다.
'봐, 여기 참외 한 조각 그리고 또 한 조각이 있어. 이게 몇 개야? 두 조각이잖아. 그러니까 1 + 1은 2야.' 나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내가 이 참외를 각 각 하나씩 먹어버리면 내 뱃속에선 다시 하나가 되잖아. 그럼 1+1은 2가 아니잖아.
'아니... 어? 그럼 너와 나는 어때? 우린 혼자고, 같은 쪽에 서 있는다고 해도 한 사람이 될 수 없지. 너는 너, 나는 나 우린 두 사람이니 1 + 1은 2지.'
-좀 더 수 자체로 논리적으로 설명해 줘!
세상에...
너 말 못 하는 아기였을 때 내 소원이 네가 얼른 커서 너랑 같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거였거든? 꿈을 이룰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그 있잖아? 내가 생각했던 대화에 이런 주제는 솔직히 떠올린 적 없어서 나 진짜 당황했어.
마치 시험공부 하나 안 했는데 구슬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된 듯 그 싸-한 느낌이 당장 척추를 훑고 지나갔다.
답을 어설프게 했을 때 느낄 부끄러움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너와 나 사이를 채울 고요가 그 순간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서웠거든.
내 욕심이지만 나는 네가 하는 어떤 질문에 답이든 답이 아니라면 개성 있는 오답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어.
곰곰이 네게 뭐라 덧붙여 말할까 생각하다 반대로 너의 생각이 궁금해 네게 물었다.
'그럼, 너는 어떤 거 같아? 1 + 1은 1인 거 같아?'
너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니, 나도 2라고 생각하는데... 하고 말을 이어갔다.
약속 같은 거라고.
1이 100개면 천이 아니라 백이라고 말하기로 약속한 것처럼, 땅이 왜 땅인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땅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처럼 1 더하기 1은 2이기로 약속한 거라고 내게 말하는데 … 나는 그제야 아? 했다.
요 근래 내가 부르는 사물의 이름들처럼 세상을 이루는 것이 당연했다. 의심 없는 삶이었다.
예전엔 어떤 것들에 불현듯 드는 이질감에 왜일까? 생각하며 낯설어진 감정을 적었던 날들이 내게 있었다. 근데 올해 한동안 그런 감정 없이 그냥 살아가는 중이었어.
너는 당연히 이런 나를 몰랐겠지만 적재적시 점점 굳어지고 있던 살얼음 같은 내 표면에 금을 내었어. 그렇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나란 존재도 이유가 있는 건데 나는 내가 당연해 그걸 잊어.
너는 점점 내 상상이상으로 내게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간다. 너란 존재는 존재 자체만으로 나를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든다는 걸 알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네게 부담이 될까 이렇게 너는 모르는 곳에 적어본다.
오래오래 나와 대화하자.
비록 내가 너의 물음에 다 답할 수 없겠지만 그런 날엔 우리 같이 답을 찾아보자. 확신하는데, 그 시간도 엄청 좋을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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