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_편지/태국

Dear.14_방콕에서 남들 다 간다는 곳

by 죠죠디 2024. 11. 16.
728x90

 
오늘은 짜뚜짝시장에 다녀왔어.


언제였더라? 이전에 짜뚜짝와서 샀던 라벤더 오일을 이번 여행하면서 들고 왔는데 딱 떨어진 거 있지. 여름인데 어쩐지 몸이 건조해져 조금씩 발랐는데 여름에 오일... 상상도 못 했다 정말.


 

 

조식을 간단히 차려먹고 더 더워지기전에 일찍 나와 지상철 타고 왔는데 이미 덥더라.


 

 
주말에 왔더니 역에 내려서부턴 지도고 뭐고 그냥 우르르 움직이는 사람들 뒤쫓으니 점점 내가 짜뚜짝시장에 가까워졌어.

없는 거 없이 구경할게 많아 하나하나 보자면 여기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겠지만 처음 온 것도 아니었고, 그보다 뜨거운 공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시간에 오래 있을 수 없어 바로 여기 온 목적인 오일 가게로 찾아갔지.


짜뚜짝에선 지도를 본 적이 없어 대충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 걸었는데 어떻게 딱 나와서 나도 놀라고, 친구도 놀라고... 
 

여길 숱하게 왔는데 이런 조형물은 처음봤잖아?

 
오일 사고, 나와서 간식으로 음료와 어묵튀김 사서 바로 짜뚜짝 나왔어.


그리고 바로 카오산 가는 에어컨버스에 올랐다.



늘 교통체증이 있는 방콕이기에 카오산까지 더 천천히 가주기를 바라며 토막잠으로 체력을 회복하고 버스에서 내렸어.

처음 짜뚜짝에서 카오산 가는 버스를 탔을 땐 하차 방송이 없는 시스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짝 긴장해 있었는데, 이젠 대충 눈에 익은 풍경이 보이면 아 곧 내리는구나 하고 내릴 준비하는 모습이 뭐랄까 나 좀 뿌듯하고 그래.


 

 
한낮의 카오산로드는 한산해 걷기 좋더라.

맨 처음 태국에 혼자 와서 묵었던 곳도 람부뜨리여서 그런지 여기만 오면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알잖아, 2학년 여름방학 류시화 책 읽고 미쳐서 혼자 인도 갔을 때 급하게 끊은 비행기가 타이항공이라 태국에 스탑오버가 가능하길래 한 번에 두 군데 여행하면 좋지 하는 단순한 마음으로 스탑오버해서 태국에 왔던 거야.


여차저차 인도일정을 끝내고 델리에서 방콕 들어가기 하루 전, 우연히 방콕에서 인도로 넘어온 한국분들 만나 같이 얘기하다 아무 계획도, 정보도 없는 나한테 들고 다니던 태국여행책에서 방콕 부분만 찢어주며 카오산로드 지도에 숙소는 여기, 밥집은 여기, 가볼 만한 곳은 여기 하면서 하나하나 표시하고는 델리에 비하면 방콕은 천국의 도시니 가서 마사지도 받고, 재미있게 놀라며 델리에 도착한 지 3일 차인 분들이 나를 부러워하셨지.


 

 
그땐 왜 나를 부럽다 할까? 했는데 수쿰빗 공항에 내리면서 알겠더라.

그리고 람부뜨리로드에 딱 도착해서 아, 여기 또 와야겠다 싶었지. 



하지만 알다시피 첫날 이후, 인도에서도 안 걸린 물갈이에 3일을 내내 앓다 간신히 일어나 혼자 한낮의 람부뜨리를 걸으며 이상하게 벅찼던 내면을 꾹꾹 눌러 차분함을 지킨 외면이 충돌했던 그 순간, 맡았던 공기내음과 온도, 분위기가 언제고 이곳을 찾아도 너무 생생해.
 
그 뒤로 매번 태국에 오면 변한 게 없어 변함을 찾아낼 수밖에 없는 이곳을 연어처럼 찾게 된다.
 



예쁜 카페가 있다길래 정말 커피만 마시러 온 올드타운에서 아주 잠깐 머물다 다시 숙소로 가.

아무래도 오늘 첫 스케줄이었던 짜뚜짝시장에 타격이 너무 컸어.


다행히 카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갔더니 어느 착한 사람이 목적지에 맞는 버스번호를 적은 안내판에 한국어로 '편히 가십시오' 하고 적어놓은 거야. 


진짜 덕분에 카오산로드 맘 뜨겁게 다녀왔다.
 

숙소 가다말고 시암에 내린 이유에 관하여...


 


 
다음날, 마음이 다급해졌어.

여행 오기 전, 샌들을 사갔는데 너무 불편했지. 그래서 어제 숙소로 가다 말고 시암에 내려서 마야몰에서 봤던 kito샌들이 있나 쇼핑몰을 돌아다녀봤거든. 


없더라.
 

 
아니, 왜 없지? 


태국 국민 브랜드라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방콕 쇼핑몰에 없는거야. 어이가 없어서 푸팟퐁커리 먹으러 갔어.


저번에 와서 먹었는데 아 너무 맛있더라고 여기... 한국사람들한테 이미 입소문이 났었는데 이번에 가니까 앞뒤 할 거 없이 다 우리 동포들이더라 이기야.
 

 
왜 없다고 하니까 진짜 온 힘을 다해서 찾고 싶어지는 그런 청개구리마음이 불쑥 올라왔어.

푸팟퐁커리를 싹싹 긁어먹듯 각종 블로그에 적힌 정보를 싹싹 모아 식사 끝내고 바로 가보기로 했지.
 

 
이날 체감온도 43도.


공원에 나무가 많으니 좀 괜찮지 않을까? 하고 식당에서 나와 걸어 들어갔다 사람이 한 명도 없길래 뭔가 잘못됐음을 깨닳았지만 내 사전에 후진은 없다.
 

 
이날 진짜 신기루같은 걸 봤어.


방콕도심 한 복판인데 교통체증이 없는거야. 이렇게 한산할수가 있나? 오늘 무슨 날인가? 나 혼자 너무 신기해서 차 없는 도로를 무슨 절경보듯 보고 있었네...
 

 
kito신발 하나 사겠다고 시암, 센트럴월드 돌고, 빅C 찍고(여긴 슬리퍼밖에 없었음) mbk까지 갔다오니 해가 졌어.


그럼에도 도저히 포기가 안돼서 전날 구글지도에 kito본사라고 표시 된 곳으로 갔지.
 

 
갔더니 본사가 있어야 하는 장소에 호텔이 있었고 호텔 직원에 물어보니 주소는 맞는데 가게는 없다고...


내내 꺼지지 않고 2만보를 걷게 한 열정이 '없다.'는 호텔직원의 말에 차게 식어 매그넘 아이스크림 사 먹었어.
한입에 와작와작 부서지는 소리는 초코코팅이었던가 내 마음이었던가...


 

 
서로 찾아 다닌다고 수고했다며 버스타고 숙소로 돌아와 어제, 오늘 조져진 발을 위해 매콤하게 닭봉을 조려 맥주와 함께 먹으며 샌들찾기 여정을 마무리했음을 알립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