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어나 동네 식당을 찾았어.
여기 맛있고, 깔끔하고... 이 날 처음으로 팟씨유말고 고기완자 가득 들어간 국수를 시켜 먹었는데, 비록 3가지 음식밖에 안 먹어 봤지만 진짜 맛집이야.
숨 막히게 뜨겁던 날에서 살짝 벗어났겠다 하늘도 파랗겠다 숙소에서 가까운 tesco로 갔어. 거리가 너무 멀지도 않아서 설렁설렁 별 일없이 가기 딱이야.
tesco가는 길에 육교 하나를 건너는데 나는 이 육교가 그렇게 이쁘더라.
매번 갈 때마다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특히 날이 좋아 계단을 오를때부터 사진을 찍었어.
테스코 갔더니 김치는 너무 비싸고, 기무치가 싸서 장바구니에 담아 삼겹살 그리고 불닭볶음면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지.
밥 없이 삼겹살 먹는 건 좀 아쉬워서 냄비밥을 할까 어쩔까 하다 숙소에 밥솥이 있어 처음으로 태국 밥솥을 이용해 봤어.
맨날 냄비밥 하다 밥솥 이용하니 편하고 좋더라. 근데 쌀 양을 잘못조절해 이거 지금 내일 삼시세끼 먹어야 할 판이지 모야.
한식 진짜 못 끊겠다.
해외 나가면 더더욱이 하... 삼겹살, 불닭볶음면, 밥 제 점수는 만점이요. (기무치는...이거 진짜 버릴 수도 없고 고민이 깊다 깊어)
다음날,
갑자기 엄청 맛있는 케이크가 먹고 싶어 졌어.
생일에도 케이크는 촛불용일 뿐인 나로서 몇 년 만에 온 신기한 입맛이었지. 급히 동네 근처에 케이크 가게를 찾아보니 한 정거장 반쯤 거리에 별 점 좋은 곳이 있길래 바로 나갔네.
그게 이제 2시쯤이었... 걷다 너무 뜨거운 정수리에 피신하듯 빌딩 내 편의점으로 들어갔더니 분위기가 내가 알던 일반 편의점이 아니라 당황,
근데 여기에 잭프룻, 망고 등 생과일을 팔고 있어서 읭? 했지만 잭프룻 좋아하기에 사서 뇸뇸 먹으며 잘 쉬다 나왔습니다.
아니이… 어제부터 마가 꼈나...
카페 앞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봐도 여기 그냥 가정집인 거야.
그래도 실내는 카페일 수 있으니까 혹시 몰라 문을 당겨봤는데 열리지도 않고 분명 지도엔 여기가 맞다고 하지만 혹시나 싶어 그 주변을 기웃기웃거리는데 이거 좀 수상한 사람 같잖아?
신고당하기 전에 그냥 설렁설렁 동네 구경하러 온 사람이 되기로 했어.
한국 마당 있는 집에 심는 나무로 감을 주로 선택하잖아? 태국에선 그게 바나나라는 게 재미있었어.
각 나라를 상징하는 고유한 이미지가 하나씩 살아가며 저장되어 있는데 이건 저장되어 있지 않은 이미지여서 그랬던 거 같아.
앞으로 담벼락 위로 보이는 바나나 나무를 보면 나는 태국을 떠올리게 되겠지?
장기 여행자로 가장 큰 고민이 뭔지 알아?! 바로 아침, 점심, 저녁 뭘 먹을까?
같은 걸 먹자니 조금 서운하고 그렇다고 매번 해 먹자니 그건 또 귀찮은...
전날, 만든 밥이 아직도 밥솥에 한가득이라 근처 시장에서 반찬이랑 똠얌꿍사서 먹기로 결정! 이쯤 되니 여행자가 아니라 진짜 여기 사는 것 같은 느낌 나고 그렇더라.
시장도 좀 구경하다 여기 반찬가게에 어머니들 줄 서있길래 믿고 가장 많이 팔리고 맛있어 보이는 (이름모름, 생선종류도 모름) 아귀찜 같은 음식 골라서 한 봉지 사고, 근처 현지인들이 맛있다고 후기 쓴 식당 가서 똠얌꿍도 한 봉지 샀어.
각자 한 봉지 음식 들고 친구와 똠얌꿍은 끓이는 것만 봐도 맛있다며 키득거리며 돌아가는 길 아이스크림 파시는 아주머니가 계시길래 타이티맛, 녹차맛 하나씩 사서 먹으며 걷자니 온통 이 나라의 것으로 입혀진 듯했던 시간이었어.
먼저 먹은 디저트에 단 음식이 땡겨 숙소 다 와서 있는 디저트 가게에 들러 아까 못 먹었던 케이크 대신 고구마, 검은깨 소 들어간 빵으로 아쉬움까지 달래고 나니 해가 스멀스멀 지려는 예쁜 시간에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
그리고 이게 오늘의 저녁식사.
똠얌꿍은 진짜 너무 맛있었고 사온 반찬은 민물고기라 가시가 많았지만 양념이 밥이랑 먹기 딱 좋았어.
오늘 돌아다니며 봤던 동네들의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었어.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이 동네가 좋아 떠나고 싶지 않아 큰일이야. 아직 여행 초반이라 계획해 둔 곳들이 많은데 이러다 여기서 그 시간들을 다 보내게 되는 게 아닌가 몰라.
뭐, 그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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