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는 오코노미야키가 유명해. 그래서 마지막 저녁식사로 정했지.
오전 내내 돌아다니고 들어간 숙소에서 한숨 자고 숙소 근처에 있는 유명한 가게 저녁오픈시간에 맞춰 나오려고 했는데, 막상 나가려니 귀찮아져 꼭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 오픈시간 지나서 나왔어.
오코노미야키를 언제 처음 먹어봤더라...?
아마 대학생때였던 거 같은데 동기가 풍월이라는 오코노미야키집에서 알바한다고 놀라오라고 해서 그때 처음 먹어봤던 거 같아. 처음 가서 동기가 추천해 준 대로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추가에 추가를 해서 먹었나 봐.
근데 이게 집에서 만들어먹기 시작하면서는 밖에서 먹는 횟수가 확 줄어들었네? 밖에서 사 먹는건 뭔가 좀 아깝다? 란 생각이 들었는데 해동이랑 기타큐슈에서, 가족들이랑 후쿠오카에서 사 먹기 시작하며 가게에서 먹는 이유가 다 있지. 하며 초심을 되찾았잖아.
실체보다 세세하지 않아서 더 신비롭고 어딘가 뭉쳐지고 흐려 묘한 매력에 그림자들 구경하다보니 기분이 다시 좋아졌어.
얼른 가서 먹고 해가 지기전에 동네를 더 돌아다녀봐야겠단 생각에 서둘러 식당으로 갔는데 하필이면 오늘까지 쉰데.
나 내일 출국인데?
포기했어요.
오코노미야키 뭐 담에 먹지.
저녁 포기하고 온 곳은 유메마트.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쇼핑의 시간 가보자고.
라고 해 놓고 가격조사만 하고 나는 또 마트를 나왔어.
오후에 잠깐 쉬긴 했는데 그간 쌓인 피로에 쇼핑이고 뭐고 그냥 숙소 들어가서 일찍 자야겠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대로 들어가면 해지는걸 못 보는 거잖아. 오늘 날이 좋아 분명 해질녘 풍경이 기가 막힐 거란 느낌이 딱 왔고 심지어 어디서 봐야겠다란 장소까지 딱! 떠올라버린 거야.
그럼 어떻게 가야지.
힘들어도 가야지.
유메마트 맞은편 길을 따라가면 지하도로를 통해 히로시마 역 내의 분주함을 경험하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있어. 그 길 안, 퇴근길 샐러리맨들 사이 슬쩍 섞여있다가 빠져나와도 티 안나는 흰 점 같은 나는 곧바로 육교 위로 올라가 탁 트인 시야로 해질녘 히로시마를 마음껏 구경했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쁜 저녁이었다.
저녁 넘어 밤이 돼서야 다시 호텔이 있는 역 건너편으로 들어왔어.
안 먹고 넘기려 했던 저녁으로 마트 초밥을 사서 먹고 바로 호텔로 들어가려다 달이 예뻐 또 한참 서서 구경하다 빙글빙글 돌아 밤거리를 걸었나 봐. 억지로는 아니고 온 힘을 다해 피곤함을 누르고 눌러 최대한 밤까지 돌아다니다 오늘 일정의 마지막으로 물 사러 편의점 갔다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니 이제 정말 끝.
히로시마 비행기 타기 전, 바람 빠진 풍선 같았던 그 상태 그대로 방으로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아 오늘을 복기했어.
내가 내게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잘했어. 잘했다. 뿐이었지.
상으로 푸딩 드립니다.
그리고 진짜 티비에서 나한테 상 줌.
기대도 안 했는데 아마미 유키 님 광고 확!! 하고 나와서 너무 행복하게 오늘 마무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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