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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6 /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_무루 제목에서 이미 한 번, 책 표지에서 두 번, 내 취향의 과녁 정중앙에 화살 두 방이 꽂혔다. 어렸을 때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하는 말을 숱하게 듣고 자랐다. 훌륭하다는게 어떤건지도 모른 채 그냥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알았다. 훌륭하다는건 뭘까? 이미 다 자란 내가 조카들에게 훌륭하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직도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한 가지, 훌륭해지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조카들에게 타인들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라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훌륭하니까. 그게 조금 웃기고, 어설프고, 바보같아도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이라면 너는 이미 훌륭한 사람이라고. 내 조카들에게 말해주고싶다. 아, 그 전에 내가 내게. 즐거워 하는 걸 멈추지 않는 노인이 되어.. 2022. 6. 24.
책15 / 방금 떠나온 세계_김초엽 별로 였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놓은 문장들을 적다 보니 각 단편들의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내 맘속에 별이었구나. 이번 단편집은 넷플릭스 러브x데스x로봇의 잔잔. ver 같다. 7 - 1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인데 매 화 보면서 짜릿할 정도로 신선하고 거침없는 이야기에 이번 달에 본 어떤 영상들보다 기억에 선명하다. (따로 포스팅해야지.) 그래서 말인데, 김초엽 작가의 단편들도 드라마화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22. 6. 24.
책13_나폴리 4부작 / 제 1권_나의 눈부신 친구_엘레나 페란테 왓챠에서 내게 추천한 드라마로 처음 마주했었지. 예상 별점도 높고, 흐린 눈을 하고 대충 읽은 드라마 소개글에서부터 왓챠가 나를 잘 알고 추천을 기가 막히게 하네? 했다. 그래서 바로 시청 준비를 끝내고 틀었는데 시즌 1, 에피소드 1을 두 번이나 시도하고도 성공하지 못했다. 나폴리가 나랑 안 맞는 건가...? 시대 배경이 나랑 안 맞는 건가...하고도 미련이 남아 보고 싶은 드라마 목록에 1년 동안 보관해두다 얼마 전에 절대 안 볼 것 같다는 결론에 그 마저 삭제했었다. 원작이 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권당 무려 500p가 넘는 책보다도 편히 볼 수 있는 드라마조차 1시간을 못 넘겼기에 아예 잊고 있었는데, 아 또 모카포트 사게 한 스팜피노가 읽고 있는 책? 하고 묻는 질문에 나폴리 4부작 하고 답.. 2022. 6. 3.
책11_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 천선란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떠올린 이미지는 마치 꿈속과 같이 어두컴컴했다. 책의 제목처럼 계속 밤뿐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꼭 한 겨울의 북유럽이 배경인 것 같았지만 배경은 한국,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어느 지역에 홀로 남겨진 요양병원이다. 요양병원의 환자들이 하나같이 같은 형식으로 연달아 자살한다. 형사인 수연은 단순한 자살사건이 아닐 거라 의심하고 홀로 밤에 다시 찾은 현장에서 시체가 누워있던 땅에 얼굴을 박고 있던 완다를 보게 된다. 경찰도 아닌 일반인인 완다가 바리케이드 띠 안으로 들어간 것도 수상한데, 땅에 얼굴을 박고 있는 것 또한 의아한 수연은 완다에게 먼저 말을 건다. 그리고 완다를 통해서 그간 모르고 지나친 시체들의 새로운 특징을 통해 그녀가 말한 용의자가 왜 뱀파이어인지, 그 자가 어떻게 사건.. 2022. 5. 24.
책10_이어달리기/ 조우리 나도 성희이모. 성희이모의 조카들 중 한 명이 되고 싶다. 일곱명의 조카들 중 될 수 있다면 누구이고 싶을까 열심히 생각하다 성희가 되는건 절대 생각 안 하고 있는게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영화 써니의 춘화가 성희랑 굉장히 비슷한 캐릭터다. 팀내 리더같은 무리를 모으는 그런 사람인데 혼자고 다행히 재력이 좋아 남을 도울 수 있는 삶을 가졌지만 생이 짧다는 것 이다. 여하튼 그리하여 춘화같은 친구, 성희같은 이모. 갖고싶습니다. 네. 제가 될 생각은 없지만, 또 시켜준다면야 잘 해보겠읍니다. 2022. 5. 11.
책08/09_비하인드 도어 / 브링 미 백_B.A. 패리스 본격 비혼 권장 도서. 한껏도 필요없다. 잠시 잠깐만 주인공에 이입해서 읽다보니 사랑이고 나발이고 혼자 사는 무탈한 삶을 살아가는 게 다행이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충격과 경악의 정도를 따지자면 비하인드 도어 >>> 브링 미 백. 근데 또 브링 미 백은 남주 여주가 정상인인척 연기력이 대상감들이다. 개인적으로 심리스릴러인 '비하인드 도어'가 심리적으로 더 조여오는 그런, 욕하며 보게되는 압박감이 생생하다. 물론 그게 좀 피곤한 일이긴 했지만_ 특히, 방콕으로 떠난 신혼여행지에서의 만행은 정말 말을 잇지 못 하고... >매일 아침 호텔 방 테라스에 여자 주인공을 가둬두고 외출을 나가는 도라이는 하루 하루 외출 시간을 늘려 거의 후반부엔 아침에서 밤까지 그녀를 테라스에 방치한다. 그 후, .. 2022. 5. 9.
책06_지구 끝의 온실_김초엽 작가의 책을 늘 읽고 싶었는데 미루고 있었다. 도서관 앱을 통해 찾아보니 책 한 권당 예약자가 가득이어서 이번에도 미뤄야 하나 생각하는 도중에 횽이가 요정처럼 뿅 하고 내게 책을 건넸다. 더스트 시대라는 책의 배경이 지브리의 '바람의 나우시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일과 주인공이 여성이라는게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읽을수록 다른 결의 이야기구나 하면서부터 '바람의 나우시카'가 떠오른 자리를 '지구 끝의 온실'로부터 만들어진 이미지로 모두 덮어졌다. 그리고 책의 결말에 다 닿으며,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아닐 수 없어 '허..!'하며 나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읽어 내려갔다. 2022. 4. 21.
책05_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_이치조 미사키 포토카드로 영업당하며 내가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다른 잔잔함에(?) 무덤덤히 읽어버렸다. 책을 읽고 느껴진 것을 써보자면, 둘의 풋풋함. 남주의 다정함. 각자의 이유. 결국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게 가장 큰 힘이 된다._186p 시간이 나만을 남겨두고 흘러가고 있었다._201p 2022. 4. 7.
책04_용의자의 야간열차_다와다 요코 처음 책을 읽으며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런 문장들을...? 하며 읽어 내려가는 게 아까워 천천히 읽으려 해도 제 멋대로 속도가 붙은 눈과, 손에 금방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필사를 해야겠단 생각만으로 5년을 보내고서야 올해 1월, 새 노트에 '용의자의 야간열차'의 첫 글부터 끝 마침표까지 적어내려 갔다. (장하다!) 가보지 못 한 도시들은 작가의 글을 따라서, 가본 곳은 내 기억을 따라 배경을 떠올리며. '당신'이라며 읽는 이를 글로 끌어드린 작가의 친절함에 그녀의 야간열차에 홀랑 올라탄게 확실하다. 2022. 4. 6.
책03_동해 생활_송지현 박상영 작가가 나오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급 땡겨서 바로 다음날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는 그 유명한 대사를 남긴 봄날은 간다의 극 중 이영애가 사는 그 아파트가, 내가 좋아하는 동해의 삶이 궁금했다. 우울하고, 유쾌하고, 술냄새가 났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느꼈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읽을 땐 밤에 방구석에서 술 한잔 하면서 읽어야지. 2022. 3. 22.
책02_사랑의 단상_롤랑 바르트 이 책을 언제 샀는지 모르겠다. 다만, 매번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침대 위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해댄다. 도저히 알길 없이 물음표 가득했던 것들이 느낌표로 쏟아져 내린다.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 '그때 느낀 내 감정은 왜 왜였을까?' 하는, 했던 (연애 중이었던)나 자신에게 들었던 물음과 질문들에 대한 답을(다는 아니지만 대다수) 찾을 수 있었다. 한참을 지나 온 과거의 숨겨두었거나, 눌러 놓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건 그리 반길만한 일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으로 묻어두었던 일에 이유를 알고 나니 개운했지. 그나저나 왜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고 매번 느낌표로 바뀌는 것들이 생기는 걸까. 2022. 3. 6.
책01_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아니 에르노 여전히 나는 나여서 책을 고르는데에는 내가 아는 작가나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이상 표지가 큰 작용을 한다. 이 책도 표지가 눈을 사로잡아 본 책이다. 책의 두께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제목이 맘에 들어 시집인가? 하고 봤다가 작가의 글에 이입해 마음이 무거워지고 무섭고 슬픈 감정에 일주일을 끊어 읽었다. '나'라면, '나'이면 어떡하지?싶어서. 딸은 엄마를 기록한다. 치매에 걸린 엄마가 엄마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말이다. 엄마는 딸을 곧 기억하지 못 할것이다. 나는? 나는 그러면 어떡할 수 있을까. 2022. 3. 5.
카인과 반신욕 을 하기위해 카인과 함께 욕탕으로 들어갔다. 찬바람이 가득한 몸에 갑자기 뜨거운 물이 닿으면 바늘이 풍선을 터뜨리듯 따가울까 먼저 발만 넣었다. 발 종아리 허벅지 그렇게 물이 가득한 욕조에 앉았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카인은 선반에서 빼꼼하고 있었다. 물이 뭍은 손으로 잡기가 뭐해 수건에 손을 닦고 마른 손으로 카인을 잡아 욕조로 들였다. 마주보고 카인을 훑어보다 졸음이 밀려왔다. 벌써 두번째다. 왜 너와 함께 욕조에 들어오면 자꾸 잠이 오는걸까. 결국 나는 너를 내보내고 혼자 욕조를 독차지해 그 안에서 잠이 들었다. 삼십분 아닌 거의 한시간정도. 내가 잠에서 깰때까지 넌 그자리에서 있었다. ​ 2017.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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