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길 떠나.
이번엔 꽤 길거야.
그치만 다시 돌아올 거니까 아쉬움은 없어.
끄라비 갈 때와 똑같이 모칫역에 내려 공항버스를 타고 돈므앙으로 갔어.
이른 아침 비행기가 아니어서 모든 게 느긋했지.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는데 지상직원이 우리 여권을 들고 한참 씨름하다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어.
분명 비자신청도 다 했고 여권에 문제는 없을 텐데 왜지? 하며 의아해하고 있는데 저 멀리 다시 돌아오는 직원의 표정이 미묘했다.
'너희 비행기 내일이야! 어떡할래?'
핸드폰으로 다시 확인하니 비행기 체크인, 에카마이 숙소 체크아웃은 내일.
양곤에서 바간 가는 야간버스는 오늘 출발, 바간 숙소 체크인은 내일... 이게 수지타산을 따져... 보긴 뭘 따져 이미 짐 다 싸서 왔는데 오늘 가야지 뭐.
미얀마 가기도 전에 멍청비용으로 돈 흘리고, 정신승리로 가서 좋은 일이 생길 거라 생각했더니 미얀마 도착.
40-50분 걸렸나?
제주도 가는거보다 덜 걸리더라...
미얀마는 태국 주변 국가 둘러보다 제일 생소한 국가여서 선택했지. 여행 정보는 실시간으로 찾아보기로 하며 공항에서 예약한 버스 시간에 맞춰 시내로 나가기로 했어.
그래서 환전, 식사, 커피타임 그리고 각자 할 일까지 하고도 남은 시간에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왔나 봐.
따로 택시 앱이 없어 앙곤공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5000짯으로 흥정하고 가는 길, 부모님과 오면 두 분 필히 어린 시절을 떠올릴 풍경에 내 것 아닌 두 분의 어린 시절 풍경을 마음에 담았어.
양곤의 첫 느낌은 솔직히 충격이었어.
너무 오래되고, 휑하고, 정리되지 않은 터미널풍경에 겁을 먹고 피하고 싶어 얼른 버스체크인을 하고 식당을 찾아 들어갔지.
다들 먹는다는 샨누들과 볶음밥을 시켜 배를 채우고 날이 완전한 어둠이 되어 버스에 올라타 우린 바간으로 출발했어.
서비스 좋은 JJ버스 맨 앞자석은 추천하지 않아.
승무원과 두번째 운전사가 앞 좌석 옆 도로에 앉아 가거든.
버스는 새벽 휴게소에서 한 번 정차하고 쭉 달려 새벽 바간에 도착했어.
택시가 정찰제인데도 흥정을 해야했고, 그마저도 택시에 가는 그 짧은 길에 말이 달라져 우린 마차를 탔다.
아버지 일을 이어받은 10대 후반의 마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대화가 끊긴 공백, 그가 틀어준 미얀마 노래가 흘러나온 순간 빈 퍼즐을 다 맞춘 것 같은 기분에 그냥 이대로 계속 쭉 마차를 타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호텔에 도착해 내리기 전, 그가 새벽 투어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어.
마부도, 마차도 다 마음에 들어 그러고 싶었지만 도저히 바로 투어를 할 컨디션이 안돼 연락처만 받고 호텔로 들어갔어.
미얀마 대부분의 호텔은 이른체크인을 웬만하면 다 해줘 우린 바로 방으로 들어가 긴 이동의 여독과 가방을 풀고 바로 잠에 들었지.
아직, 돌아다녀보지 않아 이곳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말야, 흙빛의 이 동네가 자연의 부분이 많은 올드바간이 나는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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