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쉬고 나온다는 게 이른 저녁이 되어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어.
먹은 게 없는 오늘, 좀 이르긴 하지만 식사를 해야겠단 생각에 번화가? 쪽으로 걷다 현지인을 붙잡고 동네 샨누들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어. 원래 나는 안 그럴 테지만, 오늘 아침 마부와 얘기 좀 해서였을까? 미얀마 분들에게 (나 혼자만의) 내적친밀감이 쌓여 얼굴에 철판을 깔아봤어.
외관이 너무 고급져서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음식가격을 봤잖아?
현지인 맛집을 원했는데 간판에서부터 전 세계 요리를 할 수 있다 적어놔서 의심스러운 맘에 샨누들 하나만 시켜봤는데 잘 한 결정이었지. 음식이 엄청 짜더라...
미얀마 식당 특징? 같은 게 있는데,
거의 대부분 앉자마자 땅콩을 내줘.
반찬도 두 접시는 기본으로 나오는데 김치랑 비슷한 생김새라 반갑다.
그리고 샨누들... 미얀마 비빔국순데 이게 집집마다 맛이 달라서 맛있는 집은 정말 맛있... 다는 당연한 얘기를 적어.
샨누들 하나도 둘이서 다 못 먹고 나와 바로 동네 맛집을 찾았어.
바간이 그렇게 피자가 맛있데... 근데 진짜 맛있더라. 이탈리아 온 줄 알았네...
둘이 사이좋게 두 조각씩 먹고 남은 건 포장해 동네슈퍼에서 맥주사서 야식으로 먹는 깔끔한 마무리로 오늘 하루는 끝!
샨누들과 다르게 슴슴한 맛이 있어 이곳, 바간.
다음날, 조식 먹으러 올라간 옥상에서 나뭇잎이 시끄럽게 부딪치는 소리에 내려보니 망고 따는 사람들이 보였어.
여기 망고나무가 우리나라 은행나무처럼 심겨있더라구.
망고가 재철일쯤 이곳에 오면 공기내음이 망고향으로 가득하겠구나 싶었어.
망고를 어떻게 따려나? 싶어 후다닥 조식을 먹고 내려가 보니 할머니댁에서 가을에 감 따듯 긴 나무막대기로 따더라구. 그게 정겨워 내내 보고 있었더니 슬쩍 웃으시며 몸을 돌려 내게 갓 딴 망고를 주셨어.
... 횽,
미얀마를 다녀온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잊지 않은 단어 하나가 있어.
'째주띤바데'_고맙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에게 고마운 일이 많이 있던 곳이었어.
바이크를 빌려 뉴바간에 다녀오기로 했지.
바이크 가게들이 많아 저마다 서비스를 추가해서 홍보하는 곳들 중 세탁을 무료로 해준다는 곳이 있어 이곳으로 선택했어.
여긴,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바이크가 전기바이크였는데, 완충인 바이크는 4시간은 달릴 수 있고 혹여나 배터리가 나가도 전화하면 출동해서 충전해 준다고 했어. 근데 뭐 그럴 일이 있을까? 싶었지.(있더라고)
뉴 바간을 가는 길,
날이 좋아서 눈앞에 사원들이 널려있어서 가다 서다를 멈추며 이름 모를 사원들을 둘러보며 뉴 바간에 도착하니 해가 머리 위에 있어 몹시 뜨거웠다.
대충 바이크 세울 곳을 찾다 들어간 곳에 시장이 있길래 구경하다 좋아하지도 않는 귤이 반가워 구입했네?
바이크에 기대 귤 까먹으며 뉴 바간에 온 이유 중 하나였던 카페위치와 운영시간을 확인했어.
커피... ㅊㅏ가운 아이스커피가 몹시 마시고 싶은 뜨거운 날이었다.
에어컨 틀어주는 카페라고 기대하고 들어갔더니 우리가 가기 전 손님이라곤 하나 없는 가게는 그저 문이란 문들만 활짝 열어둔 상태였지.
아이스아메리카노 시켜도 미지근한 커피가 되는 건 순식간일 것 같은 실내온도에 커피생각이 싹 사라져 수박주스를 시켰어.
그래도 그늘진 실내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견딜만한 온도에 이곳에서 꽤나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지.
더위가 한풀 꺾인 시간 나무그늘 아래 세워둔 바이크에 다시 올라타 사원하나를 더 보고 올드바간으로 가는 길, 점점 느려지는 속도가 기분 탓인가? 하는데 천천히라도 움직이던 바이크가 아예 움직이지 않아졌지.
엥?
뭐야 배터리 나갔나 봐!
이런 일이 생겨서 빌려줄 때 뭔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구나...
바이크를 안전한 곳에 세워두고 바이크가게에 전화 걸어 상황과 위치를 얘기했어. 안전한 상황에 멈춰 다행이라며 앉아서 기다릴 곳을 찾는데 머리 위로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에 서둘러 큰 나무 아래로 이동했지.
근데 웬걸, 한 방울씩 내리던 비가 갑자기 스콜로 변해 쏴아아 하고 내리는데 세상에나? 미래를 내다보고 멈춰준 바이크가 아닌가?! 싶어 친구와 둘이 깔깔 웃었네.
완충된 배터리로 새로 태어난 바이크를 몰고 젖은 길을 달려 큰 사원 하나, 두 개 더 들렀다가 귀가했어.
어떤 일이 벌어지길 기대한 적 없었지만 나름 재밌는 일이 이벤트처럼 반짝 일어난 게 재밌고 행운이었던 오후였다.
비가 내려 촉촉히 젖었던 땅은 금방 말랐는지 밤이 되어서 도착한 올드바간은 보송보송했어.
뭐 덕분에 흙먼지 날리지 않는 상쾌한 라이딩을 끝으로 바이크는 반납하고 느긋하게 걸어 외식 후 귀가하며 오늘 하루 끝!
그나저나 일출 일몰이 예쁘다는 바간인데 머무는 중에 볼 수 있을까 모르겠어.
이른 새벽과 해질 때쯤이면 매번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비가 내리는 날이 계속이거든. 아오낭 때처럼 마지막 날에는 보여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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