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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완벽한19

24_가을을 놓치지 않고... 마주하고 올 수 있었지.고마워.  많고 많은 단풍들 중 또 가장 예쁜 아이들을 고르고 골랐을 모습에 난 말야, 마음이 단풍의 붉은 색보다도 더 따뜻해졌었어.잘 말려두었다 내년 또 그 다음, 다음의 가을쯤 꺼내 보면 매번 올 해의 가을을 잊지 않을 수 있을거야.  여기, 커피콩 열린 커피나무.  횽과 함께 해서 달도 예쁘게 떠 있었지. 동그란 모습에서 대부분은 숨기고 손톱만큼의 모습만 보여주는데 그게 또 제일 예쁜 모습이네 그려.  그리고 모과.아주 아주 오랜만에 가을모과를 차에 태워 달렸다.집으로 와 쫑쫑 썰어 청을 만들어 놨으니 우리 다음 해 꼭 먼먼 이국땅에서 호호 불어 마시며 오늘을 추억할 수 있음 재미있겠다. 2024. 11. 7.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15 한 달 전부터 들은 캐럴 때문이었을까. 트리가 보고 싶었어. 피드를 타고 보다가 넓은 정원에 큰 트리가 놓인 사진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장소 미정이었던 이번주 바로 가게 되어서 좀 신났었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시간 맞춰 가려고 주차장에 내려 왔는데 핸드폰 놓고 왔쟈나… 늦겠다고 연락해야 하는데 핸드폰 집에 있쟈나… 늦어서 미안행. 부릉부릉 차를 타고 가는 길. 이제는 낙엽이 진, 가지뿐인 나무들을 지나가자니 올 한 해를 다 보낸것 같더라. 사계절 꼼꼼히 횽이와 함께 도로들을 탄 건 영광이야.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좁은 길을 따라가는데 꼭 상주에 내린 것 같았지. 우리 다시 경주여행 하는건가? 그랬어도 좋았겠다. (트리를 이토록 큰 트리를 보았다.) 불을 밝힌 트리를 보기 위해 식물 가득한 카페에서.. 2022. 12. 21.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14 오랜만에 공항철도를 탔어. 어디 멀리 가게 될 것만 같았지. 흐린 날씨는 이제 대수롭지도 않아. 쨍 하지 않아 눈이 편안하니 이 날씨가 나쁘지만도 않지. 이런 곳을 어떻게 찾는 걸까? 했는데 지난밤 새벽 3시가 넘도록 잠에 들지도 못하고 지도를 보고 찾았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헉_했어. 고맙고 미안하고 미안하고 고마워. 바다, 허름한 건물들 옆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산책로를 올라가니 내가 있는 곳이 제주인가. 자꾸 곧 밀항선이 올 거라고 부모님께 편지 쓰고 왔냐고 했는데 어케 알았지? 진짜 나 편지 쓰고 나왔는디...? 근데 사실 밀항선 손톱만큼 발톱만큼 심장 발랑 발랑하긴 했다. 왜, 정자에서 아주 작은 배 하나가 지나가는 걸 봤잖아. 곧바로 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작디작은 저 배 위에 선.. 2022. 12. 7.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13 11월 내내 축하를 해주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사실 즐기고 있어. 이날부터였나? 뽀얗게 안개낀 물 풍경을 보게 된 것이? 만나는 날에 비가 온다고 예보가 뜨는 날이 되는 게? 횽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실은 나 이런 날씨 정말 좋아해. 그뿐 아니라, 저녁 즈음 시골집 연통을 통해 나는 하얀 연기를, 겨울 숨을 뱉으며 내는 입김이, 갓 내온 따뜻한 음식의 뜨거운 열기가, 물에 핀 물안개와 가시거리 안 나오는 안개 모두 다. 파란 하늘이었다면 또 그 날씨에도 좋았을 풍경이었을 거야. 그래도 이미 내가 안에 있는 그 날씨를 바꾸고 싶지 않았어. 강을 옆에 끼고 짧게 산책하고 카페로 들어가 횽이 사준 호두파이에 초를 꽂고 온전히 축하를 받고 소원을 빌었어. 말하지 않지만 내 소원은 횽을 만나고 난 후로.. 2022. 11. 24.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12 차근차근 숲길일 줄 알았던 산책로를 걸어 내려왔어. 서울은 아직 춥지않아 시간여행자처럼 계절을 뛰어넘으며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서울 한복판인 경복궁, 안국을 걷자니 다급한 인파들과 바쁜 차들에 섞여 와글와글해지는 게 바쁠 거 하나 없는데 바쁘게 사는 사람이 된 것 같더라. 내가 원한건 이런 바쁨이 아니었는데...? 안국역을 지날 일은 없었지만 횽을 끌고 '열린송현'으로 갔잖아. 궁금했어. 이 길을 다녔던 때부터 항상 높다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어 여긴 도대체 뭘까? 했었거든. 이유도 모르고 버려진 땅 같은 곳을 여러번 지나다니니 궁금함도 사라지고 이젠 더 이상 예전만큼 자주 다니지도 않아 심지어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겨울에 뿅 하고 열린 열매처럼 오픈했다는 거지. 꽃이 예쁘게 펴있던 사진 속과는 다르게 .. 2022. 11. 23.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11 바다_ 그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하고 부를 노래는 없지만, 바다…! 하며 아스라한 기억을 감탄하며 눈앞에 그릴 생생한 감정을 갖게 되었지. 겨울바다를 가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뭐랄까, 여름이 지고는 괜히 멀어진 거리감에 이제 한동안 못 보겠지? 하고 마침표가 자리 잡았어. 그 마침표 후 시간이 얼마나 진할지 모르고. / 도착하니 간조였잖아. 저번주엔 밀려드는 물에 자리를 세 번이나 옮겼는데 이번 주는 물에 닿으려면 수평선을 향해 오래도록 뛰어가야만 했지. 앉아 바다를 감상할 수 없어 좀 이르지만 옆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바다와 좀 더 가까운 길은 ‘산’책로였지. 평지로 가면 금방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길은 처음부터 계단. 오르막 내리막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더라. 숨은 거칠었지만 .. 2022. 11. 10.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10 지난주,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 각자 생각하던 와중 같은 곳을 떠올리고도 말을 하지 않은 둘. 왜 이래 정말 우리. 우린 초코파이가 아니잖아! 그래서 다녀온 그곳. '바다' 그리웠지. 여름 내내 보냈던 바다가 넓고 청량한 가을 하늘이랑 얼마나 또 잘 어울리게? 또 거기서 마시는 와인은 어떻고? 샐러드 김밥. 이거 잊으면 안 되지 안돼! 다 하고 왔다. 바닷바람은 도시 바람과는 다를 테니 꽁꽁 싸매고 오라고 했는데 와인 사러 나간 아침 날씨가 온화해서 괜찮겠구나 하고 적당히 챙겨 입고, 그래도 잠깐 정도는 바다 앞에 앉아 있을 수 있겠지 하고 챙긴 돗자리가 아주 요기 났다. 졸음이 덜 깨 내린 버스에서 마스크를 벗고 맡은 공기 내음이 반가웠어. 와인과 함께 먹을 간식을 사러 갔다 본 '와클'이 반가웠지. 구.. 2022. 11. 1.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9 느긋하게 준비한 건 아니었는데, 좀 느리게 움직였나봐. 만나기로 한 시간에서 한 시간을 더해서야 만나기로 한 장소는 몇 년 전 겨울 내내 매일 오갔던 경험이 가득한 곳이었지. '구파발' 나는 여기만 생각하면 그렇게 손, 발, 코... 모든 감각들이 시려와. 횽이 생각해둔 곳은 시간이 늦어 못 가고 대신 산책로가 있다는 카페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나 또 어디 여행 가는 것 같고 그래서 좀 두근했쟈나. 처음 가는 낯선 길을 불안함 없이 갈 수 있는 일은 내가 용감한 것보다 함께 하는 사람의 힘이 더 크다는 걸 매번 횽을 만나는 날 경험해 나. 도로 중간 덜렁 세워준 정류장이었지. 바스락 낙엽들이 떨어진 길을 얼마 걷지 않았는데 공기부터 다르더라.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청량한 공기와 트인 시야를 갖게 될 .. 2022. 10. 31.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8-2 경주를 떠났다. 일어나자마자 최영화 빵 사러 나갔던 아침 산책이 마지막 경주의 일정이었다.(산책 메이트: 칼바람) 언제고 떠나야 했지만 막상 그러자니 서로 인사 없이 몰래 떠나는 기분이었다. 내 마음 한 조각 여기 아무 곳에 흘려둔 게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할 줄이야. 오래전부터 지도에 찍어둔 별 중 하나였던 '문경새재'에 들르기로 했다. 거기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다는 피드를 본 후 '아름다움'에 꽂혀서 간직, 간직해둔 장소였다. 언제든 가봐야지 했는데 그게 이번 여행 마지막 일정이 되었지. 날이 또 새파랗게 좋았다. 왜 현실로 돌아가는걸 힘들게 자꾸 이러는 거지? 한산한 도로를 지나는데 이전까지 별말 없던 횽이가 야생동물 주의 표지판이 나오면 '꼬라늬' 하고 소리를 냈다. 꼬로록 하고 내는 .. 2022. 10. 30.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8-1 새벽 내내 바람이 와장창하고 불었어. 태풍이 온건가 싶었는데 일어나 창문을 여니 지난밤 흐린 하늘 속 구름을 데려가느라 그리 세게 불었나 봐. 새파란 하늘이 맑디 맑았지. 부는 바람의 세기를 아침에 기억한다는 건 깊이 잠을 못 들었다는 이야기지_나도 횽아도. 당연히 피곤했을 테지만 피곤해하지 않았던 건 '경주', 오늘 경주에 가기 때문이었어. 원래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경주였잖아. 둘 다 아주 오랜만이자 갈망한 곳이었는데 생각해보면 또 딱히 좋아하는 곳, 하고 싶은 게 있는 게 아니었지. 순수하게 경주에 오고 싶었네 우리? 이미 알고 있겠지만 횽아, 경주 가는 중에 지났던 '광명동' 풍경이 진짜 여전히 너무 생생하다 나.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에 카페인 한 톨도 안 마셨는데 두근거리며 반응하는 심장에 아.. 2022. 10. 29.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8 P곤할 일 없는 'P' 둘의 여행기. 우리 목적지는 있었다. 잠깐, 중간에 좀 흐릿-해졌나? 그럼 뭐 '경상북도'라고 하자. 여행을 약속한 건 꽤 오래전이었지. '갈래?' 하는 물음에 '그래!'하고 답하는 동시에 여행은 계획된 거였다. 물론, 그 외의 다른 계획에 대해선 출반 전 날까지 따로 나눈 말은 없었다만 둘 중 누구도 '못 가겠는데?'한 이는 없으니 어쨌든 가는 여행이었다지. 그러나 마냥 맘 편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여행이던 그 주가 황금연휴. 거기다 주말 출발이었다는 것. 숙소도 예약 안 했지만 차선책으로 한증막, 찜질방을 알아놨으니 뭐 그래도 어딘가에 등은 붙이고 잠은 자겠지란 두루뭉술한 답을 도출하고 나니 새벽이었어. 제발 숙면하길 바라며 잠에 들었는데 나 좀 불안했는지 늦잠 자서 헐.. 2022. 10. 28.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7 생전 처음 타는 버스와 처음 가 본 동네. 에 의심하지 않고 덤덤히 가게 되는 힘은 그곳을 제안한 사람이 횽이라서라는 걸 여기에 적어. 분명 가을을 즐기러 나왔는데 실내로 무자비하게 들이닥친 햇빛 덕에 버스 안은 아직도 여름이더라. 그게 올해 여름, 바다로 데려다주던 버스와 같은 실내와 얼추 뭐 비슷한 이동시간에 바다에 가는 걸까? 싶었어. 그도 그럴게 이 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좀 몽롱했거든. 해가 꼼꼼히도 닿는 쪽에 앉은 나는 금방 잠에 들었는데 자꾸만 내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햇빛 때문에 몸을 조금씩 돌리다 결국 반대쪽으로 아예 몸을 틀어 앉아 갔잖아. 맞은편에 앉은 승객도 숙면중이였는데 안 그러셨으면 좀 불편하셨을지도…? 혹시 못 일어날까 봐 맞춰둔 알람에 주섬주섬 정신을 챙겨 내릴 준비를 했.. 2022. 10. 8.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6. 종묘에 가고 싶었다. 덕수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숱하게 다녔는데 종묘, 종묘만 가보질 못 했다. 가야 할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름답다고 하니 (혼을 모아둔 장소를 아름답다고 해도 되려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횽에게 종묘에 가자고 했다. 비가 온다고 했나? 꾸물거리는 날씨가 쫓아오지 못하게 버스를 타고 몇 개의 동네를 너머 중구에 도착하니 버스 유리에 물 방울이 떨어졌다. 내가 비구름을 따라간 건가... 먼저 도착한 횽이가 있는 카페로 가니 노랑 노랑하니 귀여운 겉모습 속 헤비메탈의 영혼이 숨겨져 있는 곳이었다. 가득 찬 사람들의 말소리도, 매장 내에 틀어놓은 음악 소리도 둘 중 누구 하나 질 생각 없다는 듯 사운드 세게 터져 나왔다. 횽이가 한산한 카페를 생각했다는데 종로는 .. 2022. 9. 17.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5. 비가 내렸다. 며칠 전부터 기상예보에 떠 있던 비는 당일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온도마저 21도까지 떨어졌다. 바다는 무리야. 어디 가야 하나 고민하다 밀크티 찾아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딘가 이름이 익숙해보니 횽이가 전에 말해줬던 카페네? 지점만 달랐... 내 기억력 무슨 일인지. 오랜만에 가는 광화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이면 광화문에 가서 경복궁 따라 걷다 북촌마을, 안국역에서 종로까지 걸었던 게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일이었다. 늘 이유 없이 가고 싶은 서울에서의 유일한 장소였는데 올 해는 몇 번이나 갔더라...? 먼저 도착해 밀크티를 시켜놓고 답장을 썼다. 횽이 오기 전까지 다 쓰려고 했는데 어림없지. 곧 도착한 횽이와 서로 사이좋게 맞은편에 앉아 답장을 썼다고 한다. 비.. 2022. 9. 6.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4. 꼬박 한 달 만에 다시 바다에 갔다. 이번에도 가방에 와인 한 병과 돗자리, 양산 겸 우산을 챙겨 횽이와 만나는 역에서 조우해 버스가 올 때까지 정류장 가까이 있는 다이소에서 더위를 피하다 때맞춰 나가 버스를 타고 우린 바다로 간다. 횽이 가방은 한 달동안 같이 갔던 태국여행보다 크고 짐도 많다. 어째서인지 알 수가 없지만 다 필요한 것들이라는 게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에요 정말? 오늘도 노을은 기대하지 않는다. 노을 그거 안 봐도 넘치게 좋은 날이 될거라는건 고정인 사실이고, 당장 날씨 또한 환상이다. 말복 지났다고 높고 넓은 가을 하늘은 시원한 파란색뿐이다. 한풀 꺾인 더위는 아니지만 바람에 습기 없이 산뜻하게 불어주는 게 딱 좋았다. 매번 앉는 곳에 돗자리를 펼치고 횽이는 수영하러 .. 2022. 8. 25.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3. 지난주의 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그렇다. 이번 주도 다녀왔다. 직사광선 짱짱히 내리는 여름 여름 한 날씨에 역까지 걸어가다 도중에 녹아버릴까 봐 곱게 버스 타고 역으로 간 건 3주 만에 처음이었다. 바다는 시원했다. 해가 뜨거워서 그렇지 그늘 아래 선선하게 부는 바닷바람을 가만히 맞고 있자면 마치 실내에서 비 구경하듯 여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지난번과 같이 현수막 뒤에 자리를 잡고 나는 나대로 횽이는 횽이대로 시간을 보냈다. 여기, 어쩜 올 때마다 좋아질까. 첫 번째는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고, 두 번째는 습기 가득 운무 낀 풍경이 좋았고, 세 번째, 오늘은 하나만 딱 집어 얘기할 수 없이 다 좋았다. 횽이가 해수욕을 끝내면 진짜는 지금부터지. 현수막 뒤에서 앞으로 자리를 옮겨 바다를 .. 2022. 7. 27.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2. 또 다녀왔다. 다음 주에도 또 다녀왔다며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같은 자리에 있는 바단데, 비슷한 시간에 간 바단데, 이번에 가니 간조로 한참 뒤에나 있던 물에 횽이는 난감해하고, 미친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와 모래를 제어할 수 없던 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해마저 쨍쨍하길래 가져간 우산은 폈다가 뒤집힐 것 같아 잔머리 굴려 금지 알림 플랜카드 뒤 그늘에 자리를 잡았는데 세상 뿌듯했다. 잔머리 진짜 친찬해. 이번엔 준비가 아주 완성도 있었다. 손발 착착해서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돗자리 펴고, 해수욕 다녀온 횽이랑 포장해 온 세젤맛 샐러드 김밥 먹고, 아르헨티나 화이트 와인 한 모금에 거의 뭐 물 속이나 다름없는 습도 넘치는 바닷바람 한 공기. 그리고 둘 다 말은 안 했지만 확고한 의도로 가져온 성냥…(ㅋ.. 2022. 7. 21.
완벽한 바캉스를 즐기고 왔지. 상황은 완벽하지 않았지. 날씨는 궂었고, 이동수단을 계속 고민했고, 무엇보다 약속시간 4시라는 시간이 불안했으니까. (집에서 머문 시간이 길수록 외출하고자 하는 욕망은 반비례하니까.) 실로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그것도 주로 가던 방향이 아닌 공항갈때나 타는 반대 방향의 지하철을 타니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두근거리고 말았다. 공항으로 가던 그 기억 때문은 아니었고_이젠 그 설레임에 대한 기대도 기억도 안 든다_ 글쎄, 그냥 좋았던 것 같다. 만나기로 한 역까지의 적당히 거리감 있는 이동 후의 환승이 좋았고, 내린 곳이 처음 가본 곳이라는 것도 좋았고, 개찰구를 빠져나가기 위해 오르는 계단 맨 앞쪽에 횽이의 뒷모습을 발견한 건 신나게 좋았다. 둘 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돌돌 말아 정리를 하며 역을 올랐.. 2022.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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