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70 책11_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 천선란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떠올린 이미지는 마치 꿈속과 같이 어두컴컴했다. 책의 제목처럼 계속 밤뿐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꼭 한 겨울의 북유럽이 배경인 것 같았지만 배경은 한국,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어느 지역에 홀로 남겨진 요양병원이다. 요양병원의 환자들이 하나같이 같은 형식으로 연달아 자살한다. 형사인 수연은 단순한 자살사건이 아닐 거라 의심하고 홀로 밤에 다시 찾은 현장에서 시체가 누워있던 땅에 얼굴을 박고 있던 완다를 보게 된다. 경찰도 아닌 일반인인 완다가 바리케이드 띠 안으로 들어간 것도 수상한데, 땅에 얼굴을 박고 있는 것 또한 의아한 수연은 완다에게 먼저 말을 건다. 그리고 완다를 통해서 그간 모르고 지나친 시체들의 새로운 특징을 통해 그녀가 말한 용의자가 왜 뱀파이어인지, 그 자가 어떻게 사건.. 2022. 5. 24. 영화05_FAMILY(패밀리) 요즘 오뉴블 다시보면서 테일러 실링에 빠져있는 상태여서 또 검색으로 알아가는 중이다. 그러다 연기천재들 테일러 실링 + 케이트 맥키넌 나오는 영화라는데 읭? 얼른 재생시켜! 잘 나가는 헤지펀드 수석 부사장인 케이트는 오랜만에 연락 온 오빠로부터 조카를 하루만 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쩔 수 없이 조카의 일일 돌봄을 수락하는데 그 기간이 갑자기 일주일이 되면서 케이트가 조카 매디와 함께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케이트 그녀는 정말 일 외에는 전혀 재능 없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말들을 면전에 대놓고 한다거나 융통성 따위 뭐죠? 그런거 일절 없는 여자. (그래서 그녀를 좋아하는 동료는 없다.) 그런 케이트가 어떻게 10대인 조카와 함께 하려나 걱정이었는데! 잘함. 딱히 조카에.. 2022. 5. 23. 미드01_(디즈니플러스)마더랜드: 포트 세일럼 디즈니 플러스를 뒤적거리다 어디선가 소개한 기억이 있어 본 마더랜드. 3화까지만 꼬옥 참고 보면 된다고 하던데 나는 딱히 참은 것 없이 잘 봤다. 다만, 참으라고 한 게 뭔지는 알겠는게 어딘가 자본이 좀 부족하게 들어간 듯 한 CG, 비슷한 형식의 문제 해결과 갈등, 크게 한방 없이 진행되는 서사...이런게 계속 이어지지만 시청하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그보다 그들의 배경과 각 단체와 인물들에게 갖게 되는 의문을 건너뛰기 없이 풀어주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가 떨어지지 않게 잘 커버해준다. 그래서 나는 시즌 2 중반쯤에 들어서는 보는 내내 '와, 미쳤네', '너무 재밌다' 라고 두 문장을 숨처럼 내뱉으며 봤다. 시즌 2는 시즌 1에서 여러 타래로 뿌려놓은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주워 모은다. '마녀.. 2022. 5. 23. 영화04_산의 톰씨 농촌에 가서 살고 싶어지는 영화. 안 그래도 자급자족의 삶에 강한 끌림을 느끼는 도중에 봤더니 더 크게 감동받아버린 듯. 더 맘에 들었던 건 인물들 간의 서사들을 설명하느라 잔잔히 흘러가는 내용의 흐름을 끊지도 해치지도 않는다. 사실 너무 정직하게 농촌생활을 하며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뿐이다. 품앗이를 하고, 밭을 일구고, 닭이나 염소같은 새로운 가축을 기르며 자신들의 땅에서 나는 농작물들로 하루 삼시 세끼를 야무지게 차려 먹는 일상에 집 안을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쥐를(너무 현실감 느껴서 농촌생활 꿈에서 살짝 멀어짐) 잡기 위해서 아기 고양이를 입양(크게 가까워진 내 농촌생활)하는 게 큰 이벤트일 정도. 뭐 그건 그거고, 농촌 생활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때 영화 속 집처럼 대문이 없는 집에서 내가 과연 살 .. 2022. 5. 13. 책10_이어달리기/ 조우리 나도 성희이모. 성희이모의 조카들 중 한 명이 되고 싶다. 일곱명의 조카들 중 될 수 있다면 누구이고 싶을까 열심히 생각하다 성희가 되는건 절대 생각 안 하고 있는게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영화 써니의 춘화가 성희랑 굉장히 비슷한 캐릭터다. 팀내 리더같은 무리를 모으는 그런 사람인데 혼자고 다행히 재력이 좋아 남을 도울 수 있는 삶을 가졌지만 생이 짧다는 것 이다. 여하튼 그리하여 춘화같은 친구, 성희같은 이모. 갖고싶습니다. 네. 제가 될 생각은 없지만, 또 시켜준다면야 잘 해보겠읍니다. 2022. 5. 11. 책08/09_비하인드 도어 / 브링 미 백_B.A. 패리스 본격 비혼 권장 도서. 한껏도 필요없다. 잠시 잠깐만 주인공에 이입해서 읽다보니 사랑이고 나발이고 혼자 사는 무탈한 삶을 살아가는 게 다행이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충격과 경악의 정도를 따지자면 비하인드 도어 >>> 브링 미 백. 근데 또 브링 미 백은 남주 여주가 정상인인척 연기력이 대상감들이다. 개인적으로 심리스릴러인 '비하인드 도어'가 심리적으로 더 조여오는 그런, 욕하며 보게되는 압박감이 생생하다. 물론 그게 좀 피곤한 일이긴 했지만_ 특히, 방콕으로 떠난 신혼여행지에서의 만행은 정말 말을 잇지 못 하고... >매일 아침 호텔 방 테라스에 여자 주인공을 가둬두고 외출을 나가는 도라이는 하루 하루 외출 시간을 늘려 거의 후반부엔 아침에서 밤까지 그녀를 테라스에 방치한다. 그 후, .. 2022. 5. 9. 책07_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 단편 하나, 하나 읽어 내려가는 게 아쉬워서 천천히 아껴봤는데도 컵라면 먹듯 후르륵 읽어버렸다. 횽이가 해질녘 한강 앞에서 얘기해준 이야기가 여기에 있어 읽으며 너무 반가웠는데, 다른 단편들도 아 어쩜...!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음에도 자꾸 눈이 가고, 손이 간다. 더 많이 읽고싶다. 김초엽작가의 글을. 욕심나. 2022. 5. 5. 영화03_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 내가 이 영화에 기대를 한 건 아니었는데... 초반, 둘이 고등학교 다니는 장면들은 푸른 색감과 너무 잘 어울려 간질간질한 설렘과 풋풋함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봤다. '실비아(소녀 역)'의 담담하게 귓속말로 고백하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윙 대신 벌을 받고, 이별을 통보 한 자신을 따라 나와 빗 속 야외 운동장 한가운데서 붙잡고 입 맞추는 윙에게 '전교생이 다 알았잖아!(봤잖아?)' 하고 도망칠 줄 알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멋지게 다시 입을 맞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물론, 첫사랑에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에 순응하는 '윙'도 현실감 120%였달까. 하지만 거기까지. 딱, 거기까지. 집안 사정의 차이, 좀 더 성숙한 한 명과 자신의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한 명, 재회,.. 2022. 4. 27. 책06_지구 끝의 온실_김초엽 작가의 책을 늘 읽고 싶었는데 미루고 있었다. 도서관 앱을 통해 찾아보니 책 한 권당 예약자가 가득이어서 이번에도 미뤄야 하나 생각하는 도중에 횽이가 요정처럼 뿅 하고 내게 책을 건넸다. 더스트 시대라는 책의 배경이 지브리의 '바람의 나우시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일과 주인공이 여성이라는게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읽을수록 다른 결의 이야기구나 하면서부터 '바람의 나우시카'가 떠오른 자리를 '지구 끝의 온실'로부터 만들어진 이미지로 모두 덮어졌다. 그리고 책의 결말에 다 닿으며,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아닐 수 없어 '허..!'하며 나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읽어 내려갔다. 2022. 4. 21. 책05_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_이치조 미사키 포토카드로 영업당하며 내가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다른 잔잔함에(?) 무덤덤히 읽어버렸다. 책을 읽고 느껴진 것을 써보자면, 둘의 풋풋함. 남주의 다정함. 각자의 이유. 결국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게 가장 큰 힘이 된다._186p 시간이 나만을 남겨두고 흘러가고 있었다._201p 2022. 4. 7. 책04_용의자의 야간열차_다와다 요코 처음 책을 읽으며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런 문장들을...? 하며 읽어 내려가는 게 아까워 천천히 읽으려 해도 제 멋대로 속도가 붙은 눈과, 손에 금방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필사를 해야겠단 생각만으로 5년을 보내고서야 올해 1월, 새 노트에 '용의자의 야간열차'의 첫 글부터 끝 마침표까지 적어내려 갔다. (장하다!) 가보지 못 한 도시들은 작가의 글을 따라서, 가본 곳은 내 기억을 따라 배경을 떠올리며. '당신'이라며 읽는 이를 글로 끌어드린 작가의 친절함에 그녀의 야간열차에 홀랑 올라탄게 확실하다. 2022. 4. 6. 영화02_스펜서 어어어매이지이잉 클스틴! 여러모로 숨이 막힌다. 분위기, 상황, 연기, 클스틴. 기승전 크리스틴 스튜어트. 물 잔에 물이 계속 찰랑거리는 듯 불안했다. 언제고 물이 넘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마지막에 닿아 두 아이들을 데리고 성을 나가며, 같이 노래를 부르며 달려 드라이빙스루로 패스트푸드를 주문한 후 ‘스펜서’라 자신을 말하는 순간 직접 물 잔을 뒤엎고 물을 쏟아버린 듯했다. 여하튼, 왜 안봐…증말…! 클스틴인데!! 그녀가 다했다. 그녀여서 다였다. 끝- 2022. 3. 25. 영화01_타인의 삶 작년 엠비씨였나?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에서 한 번, 올해 '방구석 1열'에서 한번 더. 안 그래도 보고싶어 왓챠에 보관중이었는데 마침 오랜만에 만난 금귤이도 보고 싶다고 해 그날 저녁 같이 봤다. 그날은 서귀포에서 16km를 걸었던 날로 피곤함에 보다 잠들까 걱정했는데, 어림없지. '비즐러'가 '드라이만'을 도청하고 감시하듯 '내'가 '비즐러'에게 한시도 눈을 못 떼게 했다. 비밀경찰인 비즐러는 히치콕의 '이창'같이 순간 일어난 호기심으로 타인을 훔쳐보는게 아닌 사명감을 갖고 동독의 국민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불온한 사상자들을 잡아내는 일을 한다. 그는 자신의 일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친구이자 상사인 친구를 따라간 극장에서 극작가인 드라이만을 보게 .. 2022. 3. 25. 책03_동해 생활_송지현 박상영 작가가 나오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급 땡겨서 바로 다음날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는 그 유명한 대사를 남긴 봄날은 간다의 극 중 이영애가 사는 그 아파트가, 내가 좋아하는 동해의 삶이 궁금했다. 우울하고, 유쾌하고, 술냄새가 났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느꼈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읽을 땐 밤에 방구석에서 술 한잔 하면서 읽어야지. 2022. 3. 22. 책02_사랑의 단상_롤랑 바르트 이 책을 언제 샀는지 모르겠다. 다만, 매번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침대 위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해댄다. 도저히 알길 없이 물음표 가득했던 것들이 느낌표로 쏟아져 내린다.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 '그때 느낀 내 감정은 왜 왜였을까?' 하는, 했던 (연애 중이었던)나 자신에게 들었던 물음과 질문들에 대한 답을(다는 아니지만 대다수) 찾을 수 있었다. 한참을 지나 온 과거의 숨겨두었거나, 눌러 놓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건 그리 반길만한 일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으로 묻어두었던 일에 이유를 알고 나니 개운했지. 그나저나 왜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고 매번 느낌표로 바뀌는 것들이 생기는 걸까. 2022. 3. 6. 책01_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아니 에르노 여전히 나는 나여서 책을 고르는데에는 내가 아는 작가나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이상 표지가 큰 작용을 한다. 이 책도 표지가 눈을 사로잡아 본 책이다. 책의 두께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제목이 맘에 들어 시집인가? 하고 봤다가 작가의 글에 이입해 마음이 무거워지고 무섭고 슬픈 감정에 일주일을 끊어 읽었다. '나'라면, '나'이면 어떡하지?싶어서. 딸은 엄마를 기록한다. 치매에 걸린 엄마가 엄마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말이다. 엄마는 딸을 곧 기억하지 못 할것이다. 나는? 나는 그러면 어떡할 수 있을까. 2022. 3. 5. 이전 1 2 3 4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