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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_생각109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8-2 경주를 떠났다. 일어나자마자 최영화 빵 사러 나갔던 아침 산책이 마지막 경주의 일정이었다.(산책 메이트: 칼바람) 언제고 떠나야 했지만 막상 그러자니 서로 인사 없이 몰래 떠나는 기분이었다. 내 마음 한 조각 여기 아무 곳에 흘려둔 게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할 줄이야. 오래전부터 지도에 찍어둔 별 중 하나였던 '문경새재'에 들르기로 했다. 거기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다는 피드를 본 후 '아름다움'에 꽂혀서 간직, 간직해둔 장소였다. 언제든 가봐야지 했는데 그게 이번 여행 마지막 일정이 되었지. 날이 또 새파랗게 좋았다. 왜 현실로 돌아가는걸 힘들게 자꾸 이러는 거지? 한산한 도로를 지나는데 이전까지 별말 없던 횽이가 야생동물 주의 표지판이 나오면 '꼬라늬' 하고 소리를 냈다. 꼬로록 하고 내는 .. 2022. 10. 30.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8-1 새벽 내내 바람이 와장창하고 불었어. 태풍이 온건가 싶었는데 일어나 창문을 여니 지난밤 흐린 하늘 속 구름을 데려가느라 그리 세게 불었나 봐. 새파란 하늘이 맑디 맑았지. 부는 바람의 세기를 아침에 기억한다는 건 깊이 잠을 못 들었다는 이야기지_나도 횽아도. 당연히 피곤했을 테지만 피곤해하지 않았던 건 '경주', 오늘 경주에 가기 때문이었어. 원래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경주였잖아. 둘 다 아주 오랜만이자 갈망한 곳이었는데 생각해보면 또 딱히 좋아하는 곳, 하고 싶은 게 있는 게 아니었지. 순수하게 경주에 오고 싶었네 우리? 이미 알고 있겠지만 횽아, 경주 가는 중에 지났던 '광명동' 풍경이 진짜 여전히 너무 생생하다 나.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에 카페인 한 톨도 안 마셨는데 두근거리며 반응하는 심장에 아.. 2022. 10. 29.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8 P곤할 일 없는 'P' 둘의 여행기. 우리 목적지는 있었다. 잠깐, 중간에 좀 흐릿-해졌나? 그럼 뭐 '경상북도'라고 하자. 여행을 약속한 건 꽤 오래전이었지. '갈래?' 하는 물음에 '그래!'하고 답하는 동시에 여행은 계획된 거였다. 물론, 그 외의 다른 계획에 대해선 출반 전 날까지 따로 나눈 말은 없었다만 둘 중 누구도 '못 가겠는데?'한 이는 없으니 어쨌든 가는 여행이었다지. 그러나 마냥 맘 편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여행이던 그 주가 황금연휴. 거기다 주말 출발이었다는 것. 숙소도 예약 안 했지만 차선책으로 한증막, 찜질방을 알아놨으니 뭐 그래도 어딘가에 등은 붙이고 잠은 자겠지란 두루뭉술한 답을 도출하고 나니 새벽이었어. 제발 숙면하길 바라며 잠에 들었는데 나 좀 불안했는지 늦잠 자서 헐.. 2022. 10. 28.
나의 퍼스널 딜리버리 파리만 가면 나의 퍼스널 딜리버리가 되는 촴. 지난번 가방에 담아오라던 파리를 말 그대로 전달해주더니 이번엔 '르 쁘띠 마르세이에'의 노루풀(!) 향과 '르 쁘띠 올리비에'의 레몬향이 뿜어져 나오는 비누를 전달해줬다. 7시간의 시차와 엉망진창 구글 번역을 이겨내고 무사히 배달 완료해준 덕에 요즘 내가 아주 행복해. 우린 노루풀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인동덩굴'인데 이탈리아 나무 덩굴이라고도 한다는 이 꽃의 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은은한 게 금방 날아가듯 가벼운 향인데 기억에 깊게 남는 게 태국에서 자주 맡았던 향 같고 막 어? 유 노 왓 암 쎙...? 커피 한 잔 하며 전달받은 다음날, 곧바로 비누망 사서 고이 넣어 세안부터 바디까지 사용 중인데 생각 이상으로 세안력이 좋아.. 2022. 10. 17.
널 좋아해_병아리콩 나 병아리콩 좋아하냐?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4kg 주문하고 일주일 내내 질리지도 않고 먹는 게 이거 뭐 거의 뭐 짝사랑이다. 그렇지만 작고 동글동글한 노란색의 생김새와 밤과 콩 그 중간의 식감과 달고 고소한 맛에서 어떻게 벗어나는데? 나는 못 해! 소금 약간 넣은 물에 삶아 먹기만 해도 맛있지만 이번엔 따로 먹고 싶은게 있었지. 바로 '후무스' 와 '팔라펠' / 이전까진 병아리콩은 삶아 먹거나, 밥 지을 때 넣어 먹기만 했지 따로 요리를 해... 해 보고는 싶었으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번거롭단 생각 = 하기 싫음. 하고 대신 팔라펠, 후무스 맛집 찾기를 하며 구글 지도에 별들을 늘려놨다.(물론 가지는 않음) 근데 나 스스로도 갑자기 왜? 싶었던 게 마지막으로 후무스와 팔라펠을 먹었던 게 5년 전인데?.. 2022. 10. 14.
운동일기는 아닌데 운동일기라고 치고 지난 비 오는 날, 운동 가려고 밖에 내다봤더니 비가 적당~~히 오길래 챙겨서 내려갔더니, 하? 이거 봐라? 아주 폭우가 따로 없어. 한 걸음 내딛을때마다 더 세게 내리는 비에 욕하면서 온 몸을 한 껏 접어 조심히(걸어 봤자 이미 내 발, 바지는 다 젖고, 어깨랑 등도 젖고) 걸어 센터에 도착한 순간, 네, 비가 멎어갑디다. 쉬이바... 2층인 헬스장 올라갔더니 비 안 오던데? 미친 거 아니야 진챠. 덕분에 받은 열에너지로 운동 잘했습니다 녜녜 ^^7 아주 고맙습니다 이 날씨새끼야. 2022. 10. 8.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7 생전 처음 타는 버스와 처음 가 본 동네. 에 의심하지 않고 덤덤히 가게 되는 힘은 그곳을 제안한 사람이 횽이라서라는 걸 여기에 적어. 분명 가을을 즐기러 나왔는데 실내로 무자비하게 들이닥친 햇빛 덕에 버스 안은 아직도 여름이더라. 그게 올해 여름, 바다로 데려다주던 버스와 같은 실내와 얼추 뭐 비슷한 이동시간에 바다에 가는 걸까? 싶었어. 그도 그럴게 이 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좀 몽롱했거든. 해가 꼼꼼히도 닿는 쪽에 앉은 나는 금방 잠에 들었는데 자꾸만 내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햇빛 때문에 몸을 조금씩 돌리다 결국 반대쪽으로 아예 몸을 틀어 앉아 갔잖아. 맞은편에 앉은 승객도 숙면중이였는데 안 그러셨으면 좀 불편하셨을지도…? 혹시 못 일어날까 봐 맞춰둔 알람에 주섬주섬 정신을 챙겨 내릴 준비를 했.. 2022. 10. 8.
너의 여름방학_05 그랬니...?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볼품없어 보일까 봐 걱정해준 거니까... 근데 가끔 너는 너무 독설가라 뭐랄까... 아니 그냥 그렇다고. 너는 계속 너로 자라렴. 쭉- 내가 너에게 네가 자라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익숙해져 볼게. 2022. 9. 27.
너의 여름방학_04 네가 막 태어나고 나서 나는 얼른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 울음소리와 옹알거림을 지나 우릴 부르는 단어들 그리고 따라 말하던 엉성한 문장들이 곧 너의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너의 이야기들을 말하게 되었땐... 평범하리 평범한 일상의 것이었지만 늘 세상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 같았지. 특히, 너의 꿈이 말이야. 너는 공룡이 되고 싶었다가 어부가 되고 싶었다가 지금은 길게 간직하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어 하지. 하지만 나는 네가 꼭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기보단, 타인에게 무해한,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네게 말 할 생각도, 그럴 이유도 없었지.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니까. 그걸 잊고 있었지. 샤워를 하는데 왕왕 거리는 소리에 얼른 .. 2022. 9. 19.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6. 종묘에 가고 싶었다. 덕수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숱하게 다녔는데 종묘, 종묘만 가보질 못 했다. 가야 할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름답다고 하니 (혼을 모아둔 장소를 아름답다고 해도 되려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횽에게 종묘에 가자고 했다. 비가 온다고 했나? 꾸물거리는 날씨가 쫓아오지 못하게 버스를 타고 몇 개의 동네를 너머 중구에 도착하니 버스 유리에 물 방울이 떨어졌다. 내가 비구름을 따라간 건가... 먼저 도착한 횽이가 있는 카페로 가니 노랑 노랑하니 귀여운 겉모습 속 헤비메탈의 영혼이 숨겨져 있는 곳이었다. 가득 찬 사람들의 말소리도, 매장 내에 틀어놓은 음악 소리도 둘 중 누구 하나 질 생각 없다는 듯 사운드 세게 터져 나왔다. 횽이가 한산한 카페를 생각했다는데 종로는 .. 2022. 9. 17.
너의 여름방학_03 방학엔 왜 숙제가 있을까. 숙제가 없으면 안 되는 걸까? 시키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둘 다 즐겁지 않은 거 없앴으면 좋겠다고, 너의 여름방학에 생각했다. (네가 좋아하는) 책 읽고, TV볼 때는 그 누가 네 옆에서 춤을 춰도 집중하는 넌데, 숙제만 하려하면 갑자기 집 안 물건들에 관심 갖고 창 밖만 바라봐도 흥미로워하며 회피하는 너를 보며... 나를 보는 느낌...지울 수 없어. 다음날도 너의 숙제를 위해 집 앞 도서관을 갔었지. 앉을 장소들이 자유롭게 널린 곳에서 너는 이곳저곳 앉아서 구몬을 간신히 끝내고 다른 숙제를 들고 갔는데, 3초에 한 번씩 자세 바꾸며 꼼지락 거리는데 옆에 펼쳐놓은 책이랑 그... 싸웠어? 끈기 있게 너 보고 있었는데 화해 안 하더라? 나랑 눈 마주치고 살짝 흠칫해 하긴 했지만.. 2022. 9. 16.
너의 여름방학_02 너와 보내는 너의 여름방학 첫날, 운동 끝나고 돌아와 포켓몬스터 보고 있는 너에게 재미없게도 나는, '아침 먹었어~?' '양치했어~?'하고 물었지. 같이 보자고 할 수 있었을 텐데... 러닝머신 위에 그런 센스를 놓고 왔다고 생각해주렴. 한 여름, 실내 온도 33도쯤 돼야 에어컨을 틀어주시는 할머니를 설득하는 건 포기하고 나는 너의 손을 잡아끌고 단지 내 카페로 갔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너를, 타고난 집돌이인 너를 데리고 나오는 건 시간이 조금 걸리는 일이긴 했지만 집 안에서 너는 포켓몬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더라. 너도 나처럼 나가기 전까지는 온갖 것들에 귀찮아하고 피곤해하며 게으름 피우지만 정작 문 밖으로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기가 넘치더라.(아, 이건 너만 나는 생기 안 넘쳐 .. 2022. 9. 15.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5. 비가 내렸다. 며칠 전부터 기상예보에 떠 있던 비는 당일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온도마저 21도까지 떨어졌다. 바다는 무리야. 어디 가야 하나 고민하다 밀크티 찾아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딘가 이름이 익숙해보니 횽이가 전에 말해줬던 카페네? 지점만 달랐... 내 기억력 무슨 일인지. 오랜만에 가는 광화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이면 광화문에 가서 경복궁 따라 걷다 북촌마을, 안국역에서 종로까지 걸었던 게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일이었다. 늘 이유 없이 가고 싶은 서울에서의 유일한 장소였는데 올 해는 몇 번이나 갔더라...? 먼저 도착해 밀크티를 시켜놓고 답장을 썼다. 횽이 오기 전까지 다 쓰려고 했는데 어림없지. 곧 도착한 횽이와 서로 사이좋게 맞은편에 앉아 답장을 썼다고 한다. 비.. 2022. 9. 6.
너의 여름방학_ 01 초등학생인 1호가 여름방학을 맞이한 기념으로 우리 집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다니는 학원도 일주일동안 방학해서 오고 싶다며 얼마나 머물 수 있냐길래 '네가 원하는 만큼'이라고 했더니 대견스럽게도 일주일 전체를 있겠다고 했다. (감동) 여름방학에 오겠다고 한 것도 기뻤는데 일주일을 통째로 있겠다고 하니 얼마나 이쁘고 장한지 오면 궁딩이 팡팡 때려주고 칭찬 많이 해주고 즐겁게 놀아야지 했는데 육아_ 그것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 1호는 내 주변사람 모두가 이렇게 알아서 잘 크는 아이가 어딨냐며, 너무 훌륭한 어린이라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칭찬받은 아이로 혼자서 책도 잘 읽고, 기다릴 줄 알며, 대화가 일찍부터 가능하고, 이해력이 좋으며, 무엇보다 떼쓰지 않는 아이였다. 장난감 3개 고르라고 하면 한.. 2022. 9. 5.
애플워치 적당히 좀... 얘가... 선 쎄게 넘네....? 8월 목표 받았을때도 아 이건 아니지 하긴 했다만, 9월... 야... 아니 하루에 1100 칼로리를 내가 어떻게 삼십일 내내 채워 이놈들아. 그간 내가 너무 열심히 했지. 목표치를 너무 다 채웠지. 그래도 그렇지 8월 내내 하루에 2시간씩 운동했어도 2만2천칼로리 소모했는데 미친거 아니햐 진짜. 나 메달 안 줄라고!!!! 으으 부들부들. 2022. 9. 1.
촴이가 가져온 파리 얼마 전, 촴이가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 샹젤리제 거리 사진을 시작으로 메세지를 주고받다 보내준 구름 한 점 없이 환상적인 날씨를 배경으로 빛나는 센강과 그 뒤로 서 있는 에펠탑 동영상에참지 못 하고 귀국할 때 가방에 파리 넣어 오라고 했더니 너는... 정말 그래 왔다. 파리만 담아온게 아니라 파리의 검은고양이도 담아와줘서 히히 난 몰라. 2022. 8. 26.
완벽한 바캉스를 보내고왔지4. 꼬박 한 달 만에 다시 바다에 갔다. 이번에도 가방에 와인 한 병과 돗자리, 양산 겸 우산을 챙겨 횽이와 만나는 역에서 조우해 버스가 올 때까지 정류장 가까이 있는 다이소에서 더위를 피하다 때맞춰 나가 버스를 타고 우린 바다로 간다. 횽이 가방은 한 달동안 같이 갔던 태국여행보다 크고 짐도 많다. 어째서인지 알 수가 없지만 다 필요한 것들이라는 게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에요 정말? 오늘도 노을은 기대하지 않는다. 노을 그거 안 봐도 넘치게 좋은 날이 될거라는건 고정인 사실이고, 당장 날씨 또한 환상이다. 말복 지났다고 높고 넓은 가을 하늘은 시원한 파란색뿐이다. 한풀 꺾인 더위는 아니지만 바람에 습기 없이 산뜻하게 불어주는 게 딱 좋았다. 매번 앉는 곳에 돗자리를 펼치고 횽이는 수영하러 .. 2022. 8. 25.
제 선물입니다만? 태국에서 돌아온 횽이를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지. 날이 좋았다. 이 날 좋은날 나는 코군 데리고 정비소에 갔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날 고속도로 위에서 갑자기 공기압 경고등 떠서 바로 휴게소 사설 정비소에서 체크했는데 문제없다고 그랬다. 그 말 믿고 그냥 무시했는데 2주가 지나도 경고등이 여전해서 데려갔더니 정비를 기다리는 차들이 많아 다음날 찾으러 오라고 해서 정비소 근처 백화점 잠깐 구경한 후 버스타고 동네로 돌아갔다. 집 근처 스타벅에서 앉아서 커피마시고 있는데 네 시간 만에 전화 와서 정비 끝났다고........? 아니 내일 연락한다며.....? 이럴 거면 내가 동네 안 왔지... 이 사람들아!!!!! 라고 적고 횽이를 만나러 가는 김에 차도 찾아 오지요. 횽이가 태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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